"못생겨서"라 했지만, 문은 열렸다

by 시크매력젤리



사람은 겉모습으로 남의 안쪽까지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그 시선이 내게 닿을 때면 속이 답답해지고, 뱃멀미처럼 가슴이 쓰라려온다. 모든 걸 뒤집어 보여줄 수도 없다. 어쩌면 상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어떤 생채기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스물다섯 해 전, 남편 집 아버님 제사에 맞춰 서울에서 전라도까지 내려갔다. 처음으로 인사드리러 가는 날이었다. 내 외모는 키도 작고, 못생겼고, 뚱뚱하다. 그래도 나는, 누가 뭐라 해도, 세 박자를 다 갖춘 매력 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시댁에서의 첫 만남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한 마디만, 먹물처럼 가슴에 스며들어 새겨졌다.


어머님과 대화를 마치고 건넛방으로 가려고 일어섰다. 문턱을 넘는 순간, 뒤에서 "뚱뚱하네." 한 마디가 뒤통수를 쳤다. 아직도 그 말은 생생히 살아나 마음을 움츠려들게 한다. 첫 만남이었다. 굳이 뒤통수에 대고, 외모 지적을 해야만 했을까. 없는 데서, 아니면 낮은 목소리로 해도 될 말을.


그때 어머님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당신 눈에 내가 많이 부족해 보였던 걸까. 그 순간엔 '뭐 그럴 수도 있지'하며 괜찮은 척 넘겼다. 하지만 그 한 마디는 세월이 흘러도 뇌리에 박혀 있다. 박힌 건 분명한데, 가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오래 아팠다.


내 상처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였을까. 보육원엔 손님을 맞이하는 합창단이 있었다. 또래들은 다 들어가 연습했다. 나는 강당 주위를 맴돌았다. "왜 나는 합창단 안 시켜 줘?" "못생겨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 앞에서 잠깐 멈췄다. 하지만 나는 합창단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졸랐다. 끝내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와 율동을 했다.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조금 더 두드리면 열렸다.


외모가 전부인 듯 굴러가는 이 나라에서, 나 같은 사람은 더 자주 미끄러진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깎이고, 예쁘다는 이유로 용서되는 풍경. 참 답이 없다. 그래서 나는 보이는 끝에서 멈추지 않으려 한다. 보이지 않는 쪽을 더 오래 바라보려 한다.



가을 쪽으로 기운 햇살이,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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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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