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머리카락, 길어진 그림자

by 시크매력젤리



그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면 그 모든 감정을 욕으로 분출한다. 옆에 있던 너는 느닷없는 언어폭력에 노출될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심장은 방망이질을 멈추지 않는다. 달콤한 사과를 먹다 사과 속 애벌레까지 한 입 베어 물고는 인상이 구겨진 것처럼 마음도 구겨진다.


그들은 마주 보며 눈 맞춤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같은 방향을 보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란 함께 바라보는 일이라지만, 그들 곁엔 무심함만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그녀가 긴 머리에서 단발로 잘랐다. 머리카락은 짧아졌는데, 마음의 그림자는 오히려 더 길어진다. 그림자가 길어진 만큼 마음의 빗장은 더 단단해진다.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다만 통제를 위한 참견만 오갈 뿐이다. 권위는 늘 명령하기를 좋아한다.


베란다에 서서 식물을 본다. 그는 화분의 개수를 센다. "이제 너무 많으니까 더 이상 식물 사지 마."

참견하는 말 대신 다른 말을 듣고 싶었다. "집에 식물이 있으니까 화사해졌다. 분위기도 더 좋아진 것 같아. 보기 좋다." 하지만 그는 듣고 싶은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다. 단단한 인성. 단단한 침묵. 그녀는 그런 그와 계속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늘은 회색빛 먹구름을 옆에 끼고 눈치를 본다.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 같다. 한바탕 비가 내리고 나면, 여름 끝자락엔 시원한 단비가 될까. 마음의 그림자가 한없이 길어져 버린 날, 그녀는 속절없는 긴 한숨 대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신다. 가슴 안쪽까지 신선한 바람이 닿을 때까지. 그 한 모금 숨에 그녀는 이 순간을 버틴다.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수줍은 듯 작게 흔들리며 반짝이는 작은 잎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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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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