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내가 죽으면 슬플 것 같아?

by 시크매력젤리


"요즘도 죽고 싶다는 생각 해?"

"약을 먹고 있는 지금 그 생각은 약해졌어."


"정신과까지 찾아가기 힘들었을 텐데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이유가 뭐야?"

"학교에서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데 어지럽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손도 떨렸어."

"이제는 정말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9월부터 병원 다니기 시작했어."

"그전에도 불안증상이 심하게 올 때마다 약국에서 불안증상 완화시키는 약 사서 먹었었어."

딸은 말도 못 하고 혼자 끙끙거리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친구들하고 우울증 주제로 이야기 나눠 본 적 있어?" 물으니 한 번도 없다고 했다. 고등학교 친구 딱 한 명에게만 우울증 약 먹고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엄만 내가 죽으면 슬플 것 같아.?" 나연이가 묻는다.

"딸이 죽었는데 슬프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어."

"그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태연하게 묻는 나연의 질문에 심장이 쪼그라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 안의 언어와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조차도 감정표현이 서툴다. 딸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딸은 자꾸 이것저것 물어보는 엄마가 글 쓸 생각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 아니냐고 한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딸을 자극하는 것 같아서 묻지 못했던 말들이 켜켜이 쌓이는 중이었다. 궁금한 것들을 질문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원인들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한 것인데 불편한 감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우울증에 대해서 책도 읽고 공부해야 될 것 같아서 자꾸 물어보는 거라는 대답을 해줬다.

그동안 원하는 게 있다면 하게끔 해줬고 귀 기울여 들었던 것 같은데 내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내 맘이 딸에게 닿지 않았던 걸까. 내가 표현이 서툴렀던 걸까.

딸은 우울증 약을 먹은 뒤로 잠을 많이 잔다. 약을 먹으니 잠이 더 많아진 모양이다. 변비도 심해져서 사일에 한 번 화장실을 갈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다. 부작용 같으니 약을 바꿔보는 게 어떠냐고 물으니 몇 번 바꿔서 또 바꾸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 먹는 약이 잘 맞는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나연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자신의 외모가 못생겨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 눈에는 꽃보다 더 예쁜 아이였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했었다. 6학년때도 왕따를 당했다. 왕따 문제로 상담받으러 갔을 때 담임선생님은 착하고 순종적이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싫어요'를 딸에게 몇 번이고 연습시켰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후 왕따시킨 엄마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는 받았다. 이러한 사건들이 나연이에게 겹겹이 쌓여 우울을 유발하고 자존감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만 해 볼뿐이다.

딸은 점차 좋아지고 있는 중이다.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수시로 다니고 있다. 우울증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을 기다리며 그러한 딸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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