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또 다른 나를 인정하기

by 시크매력젤리

나연이는 월요일 화요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갔다 왔다. 학교 다닐 때는 돈 벌지 말고 졸업하고 일하라고 얘기했다. 본인은 불안해서 돈을 모아야겠다고 말한다. 내가 너무 돈, 돈 거렸나 싶다.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집에서 지원을 하되 대학을 가든 알아서 스스로 혼자 힘으로 해야 된다고 강조했었다. 이 말에 나연이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웨딩홀 서빙도 하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그랬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의지할 생각 말고 스스로 뭐든 할 수 있는 자립심을 길러주고 싶었다. 나연이는 자립심이라는 말에서 불안감을 느꼈을 것 같다. 계속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박적으로 끊임없이 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도 고등학교 졸업 후 혼자 모든 걸 감당했었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목적이었는데 아이에게는 불안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이런 나연이를 지인들에게 착한 딸이고 똑 부러지는 딸이라며 자랑을 했었다. 똑똑하고 자립심도 강해서 자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부모 걱정시키지 않는 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속에 우울과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엄마인 나는 왜 그랬을까?

불안을 키워 준 엄마가 되었다. 딸은 사춘기도 조용히 지나갔다. 말대꾸를 한다거나 반항적으로 나온 적이 없었다. 항상 순종적인 아이였다. 말썽 없이 지나갔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딸의 우울증 약 복용은 많은 생각 속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처음엔 왜 내 딸이 우울증에 걸리는데 뭐가 문제라서 아픈 걸까 의문이 들었다. 그다음은 자책했다. 나 때문에 딸이 아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음엔 나연이 우울증이 심한 건 아닐 거라는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금방 약도 끊고 낫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아이를 잘 살피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과 회피를 오가며 나연이의 우울증 약 복용을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딸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느 날부터 남편 출근시간에 자신이 잠에서 깨어 있으면 문 앞까지 나와서 배웅한다.

"아빠, 돈 많이 벌어 와. 오늘도 좋은 하루 돼. 힘내. 잘 갔다 와."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이런 따뜻한 말이 어색한 사이다. 나에게도 "엄마, 돈 많이 벌어 와. 파이팅. 좋은 하루 돼. 잘 갔다 와." 인사를 건넨다. 이런 말들을 들으니 마음이 울렁거린다. 기분 좋은 인사임에도 나연이가 약을 먹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문 앞까지 와서 출근하는 엄마 아빠를 배웅하는 이유는 마음에 어떤 변화가 생겼으리란 짐작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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