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일이라도 있었어?

by 시크매력젤리

밤에 사워를 끝내고 욕실에서 나왔다. 도어록을 누르고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나연이가 들어왔다. 씻으러 들어가기 전까지 나연이는 방에 있었다.

"너 언제 나갔어?"

"아까 나가서 그네 타고 왔는데."

"왜 그네를 탔어?"

"그네를 타면 가슴이 뚫리는 듯해서."

"가슴 답답한 일 있었어?"

"응"이라고 대답한 뒤 자기 방문을 닫고 들어간 뒤로 말을 하지 않는다. 물어보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면 좋을 텐데.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런 반응이 나올 때면 답답하다.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가슴도 한 몫한다. 뭣 때문에 그러는 건지. 그냥 우울하고 답답한 건지. 나연이의 우울은 어디서 오는 걸까 계속 궁금증만 쌓인다. 예전 같으면 그네 타고 왔다고 해도 그랬어라고 무심히 넘어갔을 행동인데도 이제는 그게 잘 안된다.


어릴 적 나연이는 울음이 잦았다. 그런 딸이 귀찮기도 했다. 그런 예민한 아이를 여자아이여서 예민한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밤에 잠들기 전까지 울었다.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나연이가 육 개월쯤 됐을 때 감기에 걸렸다. 그런 아이를 침대에 엎어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들이 우유를 달라며 징징대길래 일어났다. 나연이가 얼굴을 침대에 박은 채로 누워 있었다. 큰일 났다 싶어 똑바로 눕혀서 보니 입술이 보라색이 되어 숨을 쉬지 않았다. 놀라서 잠들어 있는 남편을 깨웠다. 남편은 119에 신고하라고 했고 인공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인공호흡을 계속하자 나연이는 가늘게 숨을 쉬기 시작했다. 곧이어 구급차가 도착했고 나연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렸다. 그 뒤로 나연이는 숨을 계속 쉬기는 했지만 혼자 힘으로 고개도 가누지 못한 신생아가 되어버렸다. 의사는 조금만 늦었으면 위험했다고 말했다. 뇌로 산소공급이 되지 않아 이후 장애가 생길 수도 있을 거란 말을 들어야 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이를 다시는 보지 못할 뻔했던 아찔한 기억이다. 나연이는 그 후 걸음마도 18개월이 지나서야 걸을 수 있었다. 아이가 장애가 생기지 않을까 조바심 내며 지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지금은 육체적으론 아픈 곳이 없다. 정신적으로 조금 아플 뿐이다. 나연이가 우울증이 걸리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더욱 성장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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