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질환 양산하는 사회

우리 모두가 가해자

by 시크매력젤리

나연이가 어제 친구를 만나러 갔다. 새벽 5시경 화장실에서 구토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술을 많이 먹은 모양이다. 우울증 약을 먹고 있을 땐 술이 위험하다고 들었다. 술은 우울증 약을 먹고 있을 땐 통제가 안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 촉발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나연이 우울은 불확실한 미래가 원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다. 생각과 걱정이 많기 때문이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면 머리만 아프다. 미리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하나도 없는데도 우리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물론 미래를 계획하고 생각하는 걸 멈추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걱정이 너무 과하면 우울과 강박으로 앞서가기에 멈추라는 얘기다.


기성세대는 자신이 우울한 건지도 모른 채 세월을 건너고 시간을 넘었다. 사회적으로 색다른 시선에 나 자신을 가둔다는 걸 가장 두려워했다. 요즘 아이들은 다르다.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있다. 자신에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정신과 문턱도 낮아져서 치료받기가 수월해졌다. 흔하디 흔한 병으로 여기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점은 다행이라 생각된다.


뇌질환을 양산하고 있는 건 우리 사회다. 김현아 교수는 '딸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사람이 아프면 개인적 문제이겠지만 여러 사람이 아프면 사회문제이다. 내 아이의 문제와 겹쳐 보면서 우리가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다시 성찰해야 했다.


지금 청년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지독한 경쟁사회에 내몰리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부모에 욕심으로 인해 영어유치원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면 밤늦도록 학원을 돌아다녀야 한다. 집에 와서도 잠도 편히 잘 수가 없다. 아홉 살 아이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 땐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보다는 숙제를 다 하기 전까지는 잠을 잘 수 없다는 채찍뿐이다. 밤 열두 시가 넘어서야 숙제를 끝내고 잠을 잘 수가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기 때문에 자녀 교육을 안 시킬 수가 없다고.


주입식 교육으로 철저하게 각인된 아이들은 로봇처럼 움직인다. 부모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가정이란 울타리에서조차 살아남기 위해 이 모든 것들을 견뎌내야만 한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 채 공부만 해야 되는 아이로 길들여진다. 앞만 보고 달린 경주마처럼 달릴 것만 채찍질하는 이 사회는 멈추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해 왔던 것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계속 뇌질환을 양산하는 사회로 많은 사람들을 어둠의 터널에 가둬버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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