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아! 불안한 생각이 계속 들 때 어떻게 해야 돼?"
"일단, 멈춰"
"그다음은?"
"몰라"
"입 밖으로 소리를 내서 시를 외우거나 노래를 불러."
"오. 그런 방법도 있구나."
"불안한 생각이 들 때를 대비해서 미리 계획을 세워 기록해 보는 것도 중요해."
나연이는 미래가 불안 원인이었고 학교에 가면 불안이 나타나는 장소였다. 학교에 가면 다른 친구들은 다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신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학교가 불안과 우울 증상의 원인이라면 자퇴해도 되고 휴학해도 된다고 얘기했다. 네가 없으면 학교 같은 건 아무 소용없으니까 네가 있어야 그 외의 다른 것들도 있는 거라고. 너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글로 쓰면 생각정리가 되니까 꼭 질문하면서 답을 써 보라고 말했다.
아들과 딸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해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은 나와 생각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공부도 재능인 걸 알기에 남편과 나는 공부에 재능이 전혀 없다는 걸 알고 아이들에게 명석한 두뇌유전자를 물려준 적이 없기에 공부하라는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딸이 나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엄마 나한테 공부하라고 잔소리 좀 하지 그랬어."라는 원망 아닌 원망을 들었다. 내 생각은 그렇다. 자녀는 독립된 개체로서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잔소리해 봤자 소용없을 거란 생각이 더 컸다. 집에서 공부하라고 하지 않아도 학교에서나 어디에서든 공부해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을 것이다.
딸의 우울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입 밖으로 꺼내본 적도 없다. 그런 내가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연이가 우울증 약을 먹고 있다는 말을 들은 뒤 결심하게 됐다. 오늘 바로 코 앞 시간도 우리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바람 불면 이리저리 흔들리면 꺼지지 않으려는 등불처럼 안간힘을 써 봐도 쉽게 사그라드는 게 인생이다. 무한한 삶을 꿈꾸며 착각하며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레프 톨스토이는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그리고 언제 그와 같은 꿈의 나라로 찾아 들어갈 수 있는가? 현재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내일을 염려하지 마라. 왜냐하면 내일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속에 현재를 위해서만 살아라. 만일 그대의 현재 생활이 선이라면 그것은 어느 때라도 선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현재를 충실하게 살 때만이 삶의 불안에서 조금은 멀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