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건강 루틴으로 맨발 걷기를 한다. 맨발 걷기를 하다 보면 그 장소에 신발을 신고 걷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그때부터 마음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토요일도 마찬가지였다. 한참을 맨발로 걷고 있었다. 마주 오는 아줌마가 신발을 신고 걸으면서 세 번 넘게 마주치게 되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계속 걸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얘기를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한 번 더 마주치면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용기를 냈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이곳은 맨발 걷기 산책로예요. 신발 신고 걸으시려면 저쪽에서 걸으세요."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하듯이 말했다. 어르신은 몰랐다며 맨발로 걸으면 발이 아파서 걷지 못한다는 말을 하면서 웃음으로 화답해 주셨다.
뒤따라 오던 아주머니가 말을 건다.
"맨발 걷기 하는 곳이라고 말했어요?"
"네. 그래도 얘기하는 것 자체를 기분 나빠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저도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말 한 거예요."
"어휴. 말 잘했어요. 저런 사람들은 말해야 돼요."
말하는 순간 불편한 감정은 사그라들었다. 몇 분이 지나자 또 저쪽에서 신발을 신고 걸으시는 어르신을 발견했다. 마주치는 순간
"안녕하세요. 어르신. 이곳은 맨발걷기 산책로입니다."
"알아. 근데 맨발로 걸으면 발이 아파."
알면서도 굳이 맨발로 걷는 사람 사이에서 신발을 신고 걷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만의 이기심이 한몫하는 것 같아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 딱딱한 돌길이 무릎에 좋지 않다고 흙길만 선호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것이야말로 민폐 행동이라 느껴진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생각해 보았다. 무조건 불편한 감정을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화가 난다면 같이 언성을 높이면 싸우는 게 아니라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이다. 상대방도 웃음으로 화답한다는 걸 몸소 느꼈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내게 감정 표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우리는 감정 표현에 대해서 배우길 '울면 안 된다. 화내면 안 된다' 가정에서나 속해 있는 공동체에서 항상 감정을 자제하는 법들을 배웠다. 또 한편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이기심을 심어준 덕택에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어릴 적부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버린 내게도 감정 표현은 크나큰 과제이다. 그토록 지겹게 들어왔던 말 '참아야 된다'라는 말. 하지만 이제는 안다. 참는 게 다가 아니라는걸. 불편한 감정이 쌓여 화가 된다는 것을. 요즘 묻지 마 폭행. 묻지 마 살인을 봐도 그렇다. 참다가 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감정 표현하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