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모임은 언제 해?”
결혼을 준비하며 ‘청첩장 모임’에 대해 접했습니다. 밥을 사면서 청첩장을 돌리는 문화인데 청첩장 모임에 대해 듣고는 직감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임을 느꼈습니다.
어른들은 청모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셨고 사모님도 “그런 것도 해? 힘들겠다.”는 반응이셨습니다. 남자친구랑 어떻게 할지 상의를 하는데 생각보다 난감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청첩장을 드리자니 부담주는 것 같고 안주면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서운해하지 않을까 싶은 분들의 얼굴도 떠올랐습니다.
맨 처음엔 남자친구 친척들을 처음 만나 인사를 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가 영 어색하고 호칭이 아직도 많이 헷갈리기는 합니다. 그래도 워낙 활발한 텐션으로 환영해주셔서 정신 없이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 다음엔 질문 폭격을 맞았습니다. “집은?”, “스드메는?”, “신혼여행은?” 다들 궁금한게 많으셨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신혼여행은 좋은 곳으로 다녀오라고 한참을 강조를 하셨습니다. ‘기빨리는 기분이 이런건가?’ 점점 피곤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도 “삼촌 어디가 좋아?” “몇 명 낳을거야?” 하며 제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았습니다.
하루는 그룹홈에도 다녀왔습니다. 목사님께는 버스를 대절해야겠다고 하셨습니다. 교회 분들도 다들 축하해주시고 청첩장 일러스트가 너무 잘 나온 나머지 한 어르신께서 ”결혼식날 신랑 못찾는거 아녀?“ 하시기도 했습니다.
“너무 잘됐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거 알지만
그래도 꼭 좋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거든.”
친구들과 지인들을 만나 청첩장 모임을 하면서도 고마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아는 언니는 제 일처럼 기뻐해주었고, 고등학교 동창은 꽃다발을 주면서 남자친구에게 저를 잘 부탁한다는(?) PPT도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는 동생은 제가 사겠다는 말에도 결혼 축하한다며 제게 밥을 사주었습니다. 몇몇 지인들은 약속 잡기 어려워 기프티콘으로 대신하기도 했습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연락을 하려니 요즘같은 불경기에 부담을 주는 일 같아 참 조심스럽습니다. 남자친구는 이럴 때 지인들 얼굴도 보고 좋다며 신났는데 생각보다 저는 청첩장 돌리는 것이 참 어려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꽤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냉대(?)에 상처도 받고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에 감동을 받기도 하는 요즘입니다. 아직 결혼식 까지 2개월 정도 남아서 청첩장을 못 드린 분들도 있는데 부디 소식을 잘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 소식 알리면서 식 관련 디테일한 부분도 준비하고, 5월에는 ‘가족없는 나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 에세이 출간 등의 일정이 있어서 조금 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6월 경에 다시 연재 이어갈게요! 항상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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