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않을 시간으로 보낼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밖은 더운 여름이었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나가는 꽃, 지나가던 고양이, 하늘에 떠있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지금의 순간을 사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나치게 뭘 해야 될지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철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어렸을 땐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공부는 살면서 담쌓으며 살았어도 관심사는 다양하였다. 철학과를 가겠다고 당찬 포부를 가지기도 하였고 인문학 관련에도 관심이 많았다. 공부를 해본 적이 잘 없는 만큼 쉽게 되는 줄 알았다. 뭐든 쉬워 보였던 어린 시절이 귀엽기도 하지만 어른이라는 나이가 되고부터는 마냥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읽을 철학 책들을 모아보았다. 총 19권으로 모아졌고 한 달에 1권 목표를 잡았다. 어차피 이해 못 할 책이니까 한 달에 한 권씩 천천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제목도 어려운 책들뿐이었다. 정신현상학, 순수이성비판, 등 살면서 접해보지 않은 책들이 많았고 내 머리로 못 따라잡을 걸 알았지만 그래도 부셔보자 싶었다. 정 어려우면 만능 선생인 유튜브가 있었다. 반복하다 보면 0.1%라도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였다. 상담 심리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도 2번 3번 반복하여 눈에 익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머리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어 도전해 보는 것이고 만약 하다가 지치면 지친 상태로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지금은 맛보기로 지대넓얕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다. 지대넓얕을 통해서 간략하게 다양한 지식을 맛보았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데 한 페이지씩 적어가며 뜯어먹는 중이다. 아마도 어릴 때 공부 안 하고 지낸 것이 인생에서 제일 큰 한으로 남았는지 자격지심에 어려운 책들만 독파하려는 마음이 남아있지만 결국 살면서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라고 생각하여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공부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두려고 한다.
사실 친구도 몇 없고 술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되지 않는 약속들 덕분에 혼자 보내는 시간들이 유독 많다. 30대 초의 모습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하였다. 어디선가 늦은 밤 부어라 마셔라 하는 타입은 아닌 편이라 자기 성찰과 독서력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누군가는 이 시간이 지겹고 슬프고(?) 외로운 시간들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난 정말로 혼자 보내는 게 즐겁고 편안하다고 느낀다. 기질 검사를 해봐도 사회적 민감성인가 아무튼 그게 0으로 나올 정도로 그냥 사회성이 없는 아이라고 나오는데 (그러기엔 회사 생활 너무나 잘했다! 고 반박하고 싶지만 진한 내향인으로 사진 촬영을 하며 사람들 만나는 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회사 인간관계도 사실 마찬가지로 페르소나를 한 100개는 낀 상태로 생활했다고 말하고 싶다.) 왜 그런지 의문이 들면서도 지금은 아주 편안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멀리까지 되돌아보면 그래도 친구는 항상 꾸준히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그 사이에서 혼자 걸어 다니는 걸 참 좋아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다.
이런 성격 덕분에 친구들이랑 만나도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모르겠을 때도 있다. 쓸데없는 이상한 주제들로 시간을 보내면서 지내기엔 나의 밤이 아까운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만큼 혼자 지내면서 해야 할 일은 책 보는 것밖에 남지 않았고 지적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나였음에도 나는 이런 편이 편하여 좋았다. 한글이 적혀있음에도 하나도 모르겠는 책을 들여다보며 아는 척을 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채우고 어디선가 내가 본 책이 영상에서나 다른 책에서 말하면 아는 체 할 수 있는 이 반가움의 기분이 특별히 좋게 느껴졌었다. 그만큼 내가 이 행동에 시간을 많이 들였고 결과값으로 나온다는 것으로 느껴져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처럼 나는 비록 밖에서 경험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가치관들을 듣고 살지 않지만 나중에라도 그런 기회가 온다면 받아들일 자세가 되었고 책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 모든 시간들이 다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걸 깊이 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