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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민 Jul 12. 2024

멈춰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았다.

며칠 동안 우울감이 있었다. 앞으로도 괜찮아질지 더 파고들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예전보다는 가끔 우울하였다. 지금의 우울함도 원인을 알기에 내 마음을 바꾼다면 우울할 일도 아니었다.


참 사람이 간사한 마음인지, 돈을 벌 때는 매일 기계같이 영혼 없는 상태로 일하는 게 싫었고 앞으로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몰라 답답하였고 숨이 막혔다. 매일 숨 막힐 듯이 일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얼마 동안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굶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간절함이 없는 만큼 돈을 벌기가 싫었다. 나도 알았다. 복에 겨웠다는 것을. 지금은 돈을 벌지 않으니까 괴로움이 잇따랐다. 멈춰진 곳에서 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선택한 삶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물어봐야 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필요한 순간이었다. 우습게도, 매번 고민을 하며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고민과 괴로움이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죽기 직전까지 고민한다는 것을 알았다. 견뎌야했다.


인생에서 괴로움은 나 자신이 만든다. 삶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어떤 시각으로 보고 살지 모든 것은 다 나의 선택에 달렸다. 선택했으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계속 이 길이 맞는지, 확신도 없으면서 달렸다.


내 인생을 걸 만큼 난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살아가는 인생 역시 사랑할 수 없었다. 온전히 마음을 쏟는 일은 더더욱 일어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앞뒤 재지 않고 앞만 보고 가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였다. 어떤 우여곡절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마음과 정신이 대단하고 나의 열등함을 더 키우게 만들었다. 난 제자리였고 누군가는 앞을 향해 뛰어갔다. 나도 뛰고 싶었지만 어디로 뛰어야 할지 알 수 없어 무서웠고 두려움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랑하는 일이 어렵다. 나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지내고 싶은지, 미래가 있긴 한 건지, 이 몸을 이끌고 살아갈 자신이 있는지 그 어떤 것에도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글을 쓰면서도 확신 없는 삶은 계속되었다. 좋은 조언으로 오늘 하루만을 보고 살라고 하지만, 오늘 하루만 보고 살아갈 마음이 부족하였다.


성공하고 싶거나 대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자기 계발서나 성공한 사람들의 책을 파보듯이 읽어도 나는 계속 1등은 자신 없었고 적당히 여유를 찾고 싶은 인생을 살고 싶었다. 1등은 1명밖에 될 수 없으니, 나머지 99명에 속하고 싶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삶이 더 낫다고 생각하였지만

왜 불안함이 생기고 어설프게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하였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켜야 하는데 너무 어려웠다. 가진 것을 다 나눠줄 수 있을 만큼 난 다 가졌다고 생각하는데도 마음이 공허하고 빈자리만 보였다. 글을 쓸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매일 가족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하루하루 눈을 뜨며 살아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껴야 했지만 어려웠다.


한편으로 다행인 것은, 글을 쓰는 행위를 하면서 이겨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언젠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이 있었고, 온종일 허우적대며 지내는 시간이 길었다면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덕분에 하나는 해내느라 나를 고통에서 금방 건졌다.


뭐가 되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어떤 인생을 그리고 싶은지 아무 의욕도, 정신도 없지만 혹시나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게 맞고 정신을 차려야 하는 때도 맞지만, 일단 다행이라는 마음 하나만 기억하고 오늘을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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