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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머리, 권력과 지위의 상징

아무튼, 머리카락

by 김진오

머리카락이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풍성한 머리카락은 권력과 지위의 상징이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머리숱에 그렇게도 집착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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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화려한 가발을 착용했다. 이는 단순한 멋 때문이 아니라, 신성한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머리카락이 많을수록 신에게 더 가까워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세 유럽의 왕과 귀족들은 긴 머리카락을 자랑했다. 전쟁터에서 헬멧을 벗었을 때,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은 적들에게 두려움을 주었을 것이다. 머리카락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유의 상징이었다. 이발소에 갈 필요도 없고, 전장에 나갈 일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머리숱이 풍성한 것은 건강과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이는 곧 권력과 지위의 상징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모든 문화에서 머리카락이 권력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대머리였지만, 그의 지혜와 통찰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지성으로 세상을 이끌었다. 중국의 철학자 노자 역시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수천 년을 넘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머리카락보다 중요한 건 머릿속에 무엇이 들었는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현대에도 우리는 여전히 풍성한 머리카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광고에서는 윤기 나는 머릿결을 가진 모델들이 제품을 홍보하고, 영화 속 주인공들은 멋진 헤어스타일을 자랑한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탈모 여부가 승패를 가른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미적 기준일 뿐, 개인의 능력이나 가치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탈모를 겪은 인물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받아들이거나 극복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화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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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의 위대한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카이사르는 탈모로 인해 고민이 많았다. 그는 머리카락을 앞으로 빗어 탈모를 감추려 했으며, 심지어 월계관을 착용하여 대머리를 가리기도 했다. 그의 월계관은 단순한 승리의 상징이 아니라, 그의 탈모 콤플렉스를 가리는 도구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아리스토텔레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탈모 치료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는 비둘기 배설물이 탈모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고 이를 이용한 치료법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는 오늘날 기이한 민간요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주원장: 명나라의 초대 황제인 주원장은 자신의 대머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심하여, '대머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자는 처벌하기도 했다. 이는 그의 탈모에 대한 강한 반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프랑스의 황제였던 나폴레옹은 탈모를 감추기 위해 독특한 모자를 착용했다. 그의 상징적인 삼각모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탈모를 은폐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윈스턴 처칠: 영국의 총리였던 처칠은 탈모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한 번은 "나는 내 머리카락을 잃었지만, 내 머리카락은 나를 잃지 않았다"라고 농담을 하며 자신의 탈모를 가볍게 넘겼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간은 언제나 머리카락에 집착해 왔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대머리는 감추려 했고, 풍성한 머리는 자랑거리였다. 그리고 아마 이 패턴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세대에도 누군가는 또다시 대머리를 숨기기 위해 월계관을 쓰고, 모자를 눌러쓰고, 온갖 약초를 두피에 문지르겠지. 그러다 결국 어느 날 거울을 보며 깨닫게 될 것이다. 아,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었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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