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사이보그가 될 미래에 앞서서
확실히 사이보그는 낯설다.
왜 그럴까? 아마도 가장 주된 이유는 "사이보그의 개념이 너무 많고 서로 연결되지 않는 탓"일 것이다.
필자가 사이보그와 관련된 연구자료를 수집할 때면,
책상에는 의학, 컴퓨터, 바이오, 응용소재 공학, 미디어학, 사회학 등 여러 분야의 자료가 모인다. 으레 겪는 일이지만, 이렇게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이보그를 다루는 사실에 놀라는 한 편, 모든 자료가 제각기 다른 사이보그를 다루고 있음에 또 놀란다. 문제는 대다수의 자료들에서 언급되는 사이보그는 특정 분야나 연구에서만 이해가능한 경우가 많고, 골치 아프게는 '이 논문에서 봤던 사이보그와 다음 논문의 사이보그가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결국 여러 논문을 수집했어도 제대로 된 사이보그를 알기 힘들고, "그래서 사이보그가 뭔데?"라는 질문만 남게 되는 어려움을 여러 번 마주해야만 했다.
하지만 필자처럼 굳이 논문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사이보그는 설명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사이보그의 원개념이 SF에서 시작됐고,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그 소설 속 개념이 과학에 접목된 사실을 상기하자. 사이보그는 우리가 상상하는 생물의 확장, 결합으로 설명되는 무언가인 것이다.
기술을 통해 생물과 그 생물 밖의 요소가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모든 경우는 어쩌면 사이보그이다. 정확히는 사이보그로 설명될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연구에서도 여러 상황에 사이보그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이며, 어쩌면 도발적이고 아직은 공상에 가까운 사고 실험적인 주장들도 사이보그의 논의에서는 기꺼이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예시로 AI를 통한 사물 네트워크가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는 세상을 전제로 "지구라는 행성을 사이보그로 이해하자"라는 주장¹도 등장했다.
사이보그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과학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으로 열린 사고를 넘어서 어쩌면 파격적인 새로운 사고를 계속해나가야 한다. 과학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은 무엇일까? 상상에는 우리의 필요(혹은 욕구)가 순수하게 반영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상상, 굉장히 강력해진 힘을 발휘하는 상상 등, 상상은 '우리의 필요가 녹아든 원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상상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그 필요를 정제하는 일이다. 상상 속에 갇힌 필요를 해방시키는 일. 과학적이고 자유로운 상상과 파격적인 사고는 이 일을 위한 것이다.
기술은 SF 같은 상상을 실현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상상에 내재된 필요를 구현한다. 모두가 사이보그가 될 미래에 앞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결국 스스로의 필요를 마주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다. 당신의 과학적 상상력으로 사이보그를 보라. 당장은 아니겠지만, 사이보그가 이전보다 당신과 더 가까운, 더 친숙한 개념으로 느껴질 것이다.
각주
1. 'CyberGaia'라는 이 개념은 C.H.그레이의 환경과 공간의 기계적 연결을 정의하는'Omni Cyborg' 개념으로 접근해 볼 수 있고, 또는 필자가 앞선 연재에서 설명한 기술-생물(지구, 자연) 간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정보의 흐름의 한 경우로서 이해할 수도 있다.
참고문헌
Collins, L.T. CyberGaia: Earth as cyborg. Humanit Soc Sci Commun 11, 322 (2024): https://doi.org/10.1057/s41599-024-02822-y
이미지 출처
https://stanmed.stanford.edu/how-mens-and-womens-brains-are-differ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