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업로딩과 신체 개조
모든 유기체는 취약성(vulnerability)을 지닌다. 그리고 사이보그 기술은 '다치기 쉽다'는 그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서 이뤄진다. 최초의 사이보그가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인간 신체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고, 그 이후로도 사이보그의 논의가 '복원', '정상화', '재구성', '강화'¹의 측면에서 이뤄졌는 점에서 취약성 극복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모든 생물은 죽는다. 죽음은 태어남과 동시에 갖는 숙명인데, 그렇기에 모든 유기체가 갖는 가장 원초적인 취약성이라 할 수 있다. 사이보그 기술이 죽지 않는 신체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죽음이라는 생명체의 원초적 취약성의 도래를 늦추고 종래에는 이겨내는 것이 사이보그 기술의 최종 지향점이 될 것이다.
이번 화에서는 죽음을 이기기 위한 과학적 시도들과 그 가운데서 논의되는 개념들을 살펴보고 그 노력들이 어떻게 사이보그 기술로 이해되고 연결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이번화에서는 (나의 사이보그에 대한 모든 글에서 그러하듯) 과학적인 논지만을 다룸을 밝힌다. 신체 개조에 대한 윤리적 문제, 마인드 업로딩의 도덕적인 옳고 그름, 복제된 생각을 가진 인공물의 인격 유무와 같은 비과학적인 논의는 차치하도록 하겠다.
인간의 불사에 대한 노력은 크게 두 방향에서 이뤄진다: 정신적으로 죽지 않음과 육체적으로 죽지 않음. 정신적 불사는 '의식'(Bewusstsein))과 '기억(Erinnerung)'이 존재하는 한 죽지 않음을 뜻하며, 육체적 불사는 기존 육신을 지속적으로 존재하도록 하여 죽지 않음을 의미한다. 불사에 대한 두 방향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술로서 시도된다.
•마인드 업로딩
마인드 업로딩은 정신적 불사의 방법으로 인간 뇌의 정보를 컴퓨터에 업로드함을 의미한다. 이때의 업로딩은 인간 뇌의 단순 데이터 백업(backup)이 아닌, '의식 그 자체를 옮기는 것'²을 목표로 한다. 마인드 업로딩은 아직 가설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배경이 되는 기술들, 예를 들어 3D 스캐닝을 통한 기능에 따른 뇌 상태의 구조화, 뇌 신호의 디지털 코드로의 전환 등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토대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마인드 업로딩 기술 역시 머지않아 실험 단계를 밟게 될 것이라 본다.)
마인드 업로딩은 2가지 가정을 전제로 한다. (1) 정신과 뇌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존재³ 이다. 그리고 (2) 정신은 계산할 수 있는(computational) 패턴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각각 다른 신념을 갖는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도 차이가 있으며, 자기 지각의 정도와 심지어 말로 표현하는 방식 등 모두 다르다. 우리는 이러한 정체성 혹은 심리적인 것들의 일체를 개인의 '정신'이라고 일컫는데, 마인드 업로딩은 기존 자연적 육체에 머물던 이러한 특징들을 컴퓨터가 같게 혹은 최대한 유사하게 구사 가능하도록 뇌의 상태를 프로그램화 함을 말한다.⁴
그렇기에 마인드 업로딩 기술은 자연스레 컴퓨터러의 업로딩을 넘어 다른 인공적 육체로 정신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마인드 트랜스퍼(Mind Transfer)기술과 연계되며, 종래에는 인간 육체를 벗어나 '전기적 신호로 연결될 수 있는 모든 물질로의 이동'의 토대가 된다.
•신체 개조
신체 개조는 육체적 불사의 방법으로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이뤄질 수 있다. 어디까지가 '부분'이고 어디서부터가 '완전'의 개념인가는 중요치 않다.⁵ 중요한 것은 '부분'은 '대체'의 개념이 적용된다는 점이고, '완전'은 '중지' 혹은 '연장'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여기서 완전 신체 개조는 신체의 완전한 기계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완전한 기계의 몸에 의식이 자리하는 사이보그화의 경우, 신체 개조보다는 앞서 설명한 마인드 업로딩의 범주에 포함된다.)
신체 개조는 이미 진행 중이며, 완전 신체 개조 즉 불사의 육체에 대한 연구에서도 인류는 상당한 단서가 되는 발견들을 해 나아가고 있다. 부분적 신체 개조의 단적인 예로는 생명 유지를 위한 인공적 장기, 보조기구의 이식을 들 수 있다. SF영화 주인공인 로보캅의 경우에도 부분적 신체 개조라 볼 수 있다. 뇌, 척수, 심장을 제외한 모든 신체가 기계로 대체되었지만, 대체의 정도가 상당할 뿐 기능을 필요로 하는 신체들의 기계적 교체가 이뤄진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완전 신체 개조는 기존 신체를 통해 구현된다. 노화의 중단, 혹은 젊은 신체로의 회귀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우리는 '텔로미어'(telomere)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위치하며 유전자 전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DNA의 복제기전(DNA의 이중나선이 풀리며 각 나선이 새로운 이중나선을 복제 구성하는 특성)으로 인해 텔로미어는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데⁶, 유전공학에서는 세포 노화의 주된 원인을 여기서 찾는다. 이를 통해 "만약 텔로미어의 길이를 더 이상 줄어들지 않게 하거나, 혹은 줄어든 길이를 회복할 수 있다면 노화를 멈추고 또 회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제기됐고, 현재 텔로미어의 길이에 관련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불사는 불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사는 하나의 상태일 뿐, 그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면, 그것은 불멸하지 않다. 인류는 불사를 꿈꾸지만, (그것이 정신적 불사이든 육체적 불사이든) 불사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 아님은 자명하다. 자원은 유한하고 기술적 불사는 필연적으로 기성세대와 후생 세대 사이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술에 의한 갈등은 그 기술을 사용하는 세대가 감당해야 할 무게라는 점이다. 사이보그를 통한 불사 역시 마찬가지이며, 사이보그에 대한 이해가 다각도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읽어보면 좋은 글
크리스퍼로 태어난 크리스토퍼 - <이웃집 사이보그> 9화
어디까지가 사이보그일까? - <사이보그 기술적 진화의 시작> 3화
각주
1. <이웃집 사이보그> 9화 참조
2. 의식 자체를 옮기는 것에는 자아의 개념과 관련하여 여러 학술적 주장이 혼재한다. 만약 특정 뇌 정보의 일체를 자아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자아의 이동은 자아의 개념적 경계를 무너뜨린다. 자아가 다른 개체에 복사되어 이동하면 그 개체 역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우리는 원본과 복제본 사이 진짜는 무엇인가라는 시뮬라크르(Simulacra)의 논리를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되게 된다.
3. Matt Johnson, "The Neuroscience of Mind Uploading and The Psychology of The Digital Afterlife" 인용
4. Sebastian Gäb, "Should You Upload Your Mind?" 인용
5. <사이보그 기술적 진화의 시작> 3화 참조
6. 이현숙. (2024). 왜 늙을까, 놰 병들까, 왜 죽을까. 인용
참고문헌
Matt Johnson: "The Neuroscience of Mind Uploading and The Psychology of The Digital Afterlife": https://www.neuroscienceof.com/human-nature-blog/neuroscience-mind-uploading-psychology-digital-afterlife
Sebastian Gäb: Should You Upload Your Mind?, in; Think, (Vol 22, No 65, Sep. 2023), Cambridge, S.33-37
이현숙. (2024). 왜 늙을까, 놰 병들까, 왜 죽을까. 21세기북스. p.166
이미지 출처
:https://www.salk.edu/wp-content/uploads/2015/10/Karlseder-science0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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