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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Jun 27. 2024

어디까지가 사이보그일까?

사이보그에 대한 흔한 판단 오류

우리는 곧잘 신체가 기계화된 정도를 기준으로 사이보그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쉽게 말해, 0에서 100까지의 범주에서 신체의 기계화 정도를 판단하는데, ‘사이보그의 개념’을 본인이 생각하는 적정 값인 y (0 <y≤100) 이상인 경우로 규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크게 2가지 논리적 문제점이 발생한다.


1. 사이보그의 개념을 특정 값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더미의 역설’(sorties paradox) 발생한다.


 첫 번째 오류인 더미의 역설은 쌀가마니에 쌀알 하나를 뺐다고 더 이상 쌀가마니가 아니라고 말하는, 즉 작은 것을 트집 잡아 결국 전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을 컫는다. 5%의 기계화가 이뤄진 신체를 사이보그가 아니라고 부정하게 되는 순간, 90%의 기계화가 이뤄진 신체 또한 사이보그의 주에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아래 예시를 살펴보자.


"만약 안경 쓴 사람이 사이보그가 아니라면, 보청기 또한 그러하다. 보청기가 사이보그를 구성하지 못하면 인공삽입달팽이관(Cochlear Implant, CI) 역시 그러하다. CI가 사이보그를 구성할 수 없다면, 청각뇌관이식(Auditory Brainstem Implant, ABI)도 사이보그가 아니다. ABI가 사이보그가 아니라면, 인공뇌 또한 사이보그가 아니다. 결론적으로 그 무엇도 사이보그가 아니다." ¹


어떤 대상이 사이보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적어도 기계화 수준으로 결정할 수 없음을 이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다.


2. 모호한 ‘OO의 기계화’라는 '주체-객체의 시각'으로 ‘사이보그’라는 존재의 개념에 접근한다.


 두 번째 문제에서 드러나는 오류는 기계화 대상의 모호성과 주체-객체로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 트랜스휴먼, 로봇, 사이보그 등 논의에서 발생하는 오류이며, 이 경우 대체로 사이보그를 '인간의 기계화' 혹은 '생물체의 기계화'로 바라본다. 하지만 사이보그는 사이보그를 이루는 요소의 양방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림 1. 참조) 즉, '생물체의 기계화'와 더불어 생물체와 결합하는 '외부 요소(ex. 기계)의 생물화'가 함께 고려된다. (파란색으로 표시된 '생물체의 기계화'로 이해되는 사이보그화와 빨간색으로 표시된 외부요소의 생물화로 볼 수 있는 사이보그화가 함께 존재한다.)


그림 1. 사이보그화의 기본 구조


기계의 생물화는 기계가 생물이 된다는 뜻이 아니라, '인위적인 외부 요소'가 유기체 안에 들어와 정상적으로 자리 잡고 또 기계적 기능이 원래 신체적 기능을 강화시키는 과정 즉 외인성 요소의 '생물체를 향한 목적성 또는 방향성'을 의미한다. '기계'의 입장에서 보면 생물체의 기계화는 기계의 생물화가 이뤄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한쪽이 일방적인 사이보그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닌, 사이보그 신체 내에서 모두 객체가 된다.(혹은 주체이자 동시에 객체이다). 적어도 이 논리적 구조가 성립이 되어야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양방향 이해가 배제된 상태에서, 판단해야 할 결합 요소 혹은 결합 방식이 다양해지면 매번 사이보그의 개념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인간과 기계의 결합, 동물과 기계의 결합을 두고 어디까지가 사이보그인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는 그 결합이 단순 부착 또는 착용을 포함하는 개념인, 아니면 이식하여 몸에 삽입된 상태만 의미하는 것인지에 따라서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인간이든 기계든 생물체이든 인공물이든 객체의 입장에서 본다면, 결합은 문제없이 합일된 시스템을 이루고 기능할 수 있으면 인간뿐만 아니라 어떤 상대 객체와도 가능다.


 ‘사이보그의 개념’은 하나여야 한다. 사이보그의 종류가 여럿일 수는 있지만 개념이 여럿일 수는 없다. 분야와 상황에 따른 '해석'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과학적으로 밝혀야 하는 것은 모두가 통적으로 증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규칙 혹은 개념'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 토대에서 새로운 해석들이 가미되어야 하는 것이지, 같은 대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매번 다른 개념을 제시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다.


 그러므로 사이보그에 대한 질문은 "어디까지" 사이보그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닌 "무엇을" 사이보그로 볼 수 있을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사이보그와 기술적 대상들을 구분하는 첫걸음은 여기서 시작된다.  




참고문헌

1. Heilinger, Jan-Christoph und Müller, Oliver: „Der Cyborg – Anthropologische und ethische Überlegungen“. In: Arne Manzeschke und Fabian Karsch (Hrsg.): Roboter, Computer und Hybride – was ereignet sich zwischen Menschen und Maschinen?, Baden-Baden: Nomos, 2016, S. 50.


이미지 출처

https://www.nbcnews.com/mach/tech/wearable-could-ley-us-look-inside-another-person-s-brain-ncna781781

https://aibusiness.com/verticals/edge-ai-chip-market-to-hit-60b-by-2028-as-small-models-pcs-boost-demand


그림 1. 본인 논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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