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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Jul 11. 2024

사이보그를 위한 전제

기존 개념의 비판적 이해와 사이보그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제안

"Der Cyborg ist ein hybrides Wesen"


사이보그는 하이브리드* 존재이다.

*하이브리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 둘 이상을 뒤섞음.


해당 명제는 선행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사이보그에 대한 기술적 아이디어인데, 이 명제로부터  2가지 기술적 전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하이브리드이다.

2. 어떤 존재이다.


하이브리드는 사이보그의 사이버네틱스적 특징이다. 사이보그라는 개념 자체가 생명체와 기계 구조의 유사성을 통한 연결 또는 합일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즉 사이보그에 대한 논의는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해당 유기체 밖의 요소) 상호 간 연결되는 특정한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으며, 1번 전제 "하이브리드이다"는 바로 이 관계를 가리킨다.


2번 전제 "어떤 존재이다"는 사이보그가 물질임을 나타낸다. 사이보그는 어떠한 육체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유기체가 하나의 구성요소로써 전제되기 때문이다.


1번 전제와 2번 전제를 함께 정리하자면, 사이보그는 특정한 사이버네틱스적 관계를 통해 존속하는 육체적 존재이며, 특정한 사이버네틱스적 관계는 이 육체적 존재의 구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이보그가 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사이보그라고 지칭할 수 있는 관계란 무엇인가?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이루는 3가지 요소인 유기체, 외인성 요소 그리고 연결되는 환경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 부분은 차차 연재될 글들을 통해 알아보겠. 우선 이번 화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연결'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위 명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이보그의 특성을 새롭게 구체화해보고자 한다.


사이보그 개념을 처음 제시한 맨프레드 클라이네스는 사이보그의 한 특성으로 "합일된 시스템이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든다. 이 특성은 클라이네스의 인터뷰에서 단적으로 볼 수 있다.


M. Clynes: [···] experience as an uncyborg – what would you call them?

C. H. Gary: A homo sapiens, I guess.

M. Clynes: Homo sapiens, when he put on a pair of glasses, has already changed. When he rides a bicycle he virtually has become a cyborg. Initially, it’s a little hard to learn to ride a bike but once you learn it you do all of these things automatically and the bike becomes almost a part of you. When homo sapiens walks he doesn’t pay much attention to how he walks, it’s natural. In the same way, when he is on his bicycle it feels natural to a person who know how to ride a bike. You can call that, if you want, a simple cyborg right there.¹


클라이네스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와 기기(ex. 안경, 자전거 등)의 작동은 인간의 본래 움직임과 같이 자동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안경을 착용한 사람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모두 사이보그로 볼 수 있다. 이때 자전거는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동안 인간의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클라이네스는 인터뷰에서 호모 사피엔스와 기기간 자동적이며 무의식적 작동에 대해 "automatically", "almost part of you", "doesn't pay attention" 그리고 "natural"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전거 타는 사람이 '연습' 더 정확히는 '학습'을 통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기능 수행수 있다고 주장한다.


메커니즘이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특징은 사이보그 안에서 어떤 식으로  연결이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자전거 타는 사람의 행동이 아무리 숙련되었다 하더라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이라고 보기 힘들다. 나는 이 메커니즘을 신체의 연장(extention)이라는 시각에서는 동의하지만, 사이버네틱스적으로 합일된 시스템이라고 보지 않는다. 자전거 타는데 숙달된 사람이라 할지라도 "거의 당신의 일부가 되어", "주의를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때문에 자전거 타는 사람은 사이보그라 할 수 없다.


사이보그는 단순한 조합(combination)이 아닌 하나의 사이버네틱스적 총화(和: 전체의 화합)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이보그로 정의되는 합일된 시스템 안에서는, 유기체와 외인성요소 사이에서 정보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전달된다. 자전거 타는 사람 사이보그가 아니다. 스케이트 타는 사람도, <피터팬>에 등장하는 후크선장도 모두 사이보그라고 지칭할 수 없다. 하지만 안경을 쓴 사람은 사이보그이다. 안경의 시각적 메커니즘과 인간 눈의 메커니즘이 통합되고, 안경 쓴 사람의 '보는 기능'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기능은 합일된 시스템의 작동을 통한 결과이다. 동시에 이 기능은 사이보그를 만드는 동인(因)이다. 인간은 '능력에 대한 필요' 사이보그화를 추구한다. 즉 '사이보그의 기능'은 목표하는 요구에 대한 현실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이보그는 합일된 시스템의 작동 중에 존재하며, 사이보그의 기능은 합일된 시스템의 작동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지난 4화에서 살펴본 데이비드 헤스의 low-tech Cyborg를 사이보그라고 이해할 수 있을까?

I ask the cyborg anthropologist if a system of a person watching a TV might constitute a cyborg. (When I watch TV, I feel like a homeostatic system functioning unconsciously.)²


TV 시청 중 프로그램에 빠져 흐름에 따라 생각하게 될 때에 우리는 무의식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 볼 수 있다. 비슷한 예로 주변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사람, VR 기기를 착용하고 게임을 하는 사람을 생각할 수 있다. 언뜻 보면 TV, 스마트폰, VR 어느 것이든 사람의 사고 시스템과 더불어 합일된 시스템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나, "합일된 시스템 안에서 유기체와 외인성요소 사이에 정보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전달되는지"의 여부를 놓고 보면 VR 기기를 통해 게임을 하는 자만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인간-스마트폰 혹은 인간-TV 사이 정보의 흐름은 일방향적이기 때문이다 (VR의 경우 사용자의 시선 움직임 혹은 기타 기기를 통한 움직임이 다시 VR에 반영되는 상호 간 피드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컴퓨터 게임에 빠진 사람은 어떠한가? 인간의 의식이 컴퓨터에 접속한 경우가 아니라면, 역시 사이보그라고 보기 어렵다. VR 기기는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한, 의식 하고 있든 게임인 것을 잊 집중한 상황이든 시각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또 인간의 시선을 계속 반영한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의 경우 접속하고 있어도 의식하지 않고 내가 조종하지 않는다면 게임은 진행되지 않는다. 자동으로 진행되는 게임인 경우는 위에서 살펴본 인간-TV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




사이보그의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특성과 함께 사이보그가 특정될 수 있는지 관찰했고, 이 특성들이 작동 간에 관찰됨까지 살펴봤다. 기존 개념의 비판적 이해를 통해 살펴본 사이보그의 기술적 전제는 다음과 같다:


사이보는 합일된 시스템으로,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 사이에서 구성되는 관계이다.


• 그 합일된 시스템의 작동은 정보가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 사이를 실시간 교류됨을 의미한다.


• 사이보그 관계는 합일된 시스템의 기능이 발휘되는 작동 간에만 유효하다.


이 전제에서 사이보그를 논해보고자 한다. 사이보그에서 관계는 존재방식이 만들어지는 하나의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하나의 사이버네틱스적 합일된 시스템이 '사이보그'로 이해된다. 때문에 이 전제들은 사이보그 개념에 대한 인식론적인 틀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전제들과 함께 특정한 관계인 사이보그를 구체적으로 숙고해 볼 수 있다. 즉 위에서 살펴본다던 3가지 요소를 전제를 바탕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 사이보그가 되기 위해 유기체와 상관관계를 갖는 '외인성 요소'와 하이브리드 육체를 설명하는 '관계의 구성'에 대해 명확히 밝히는 시도로 이어가고자 한다.



참고문헌

1. Gray, Chris Hables: „An Interview with Manfred Clynes”.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London/New York, NY: Routledge, 1995, S. 49

2. Hess, David J.: „On Low-Tech Cyborg”.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New York/London: Routledge, 1995, S.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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