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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Jul 18. 2024

외인성 요소

사이보그를 결정짓는 구성요소

사이보그는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라는 두 기술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진다. 라서 사이보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인성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외인성 요소'는 착안된 개념이다. 단어 그대로 외부에서 발생한 원인이며, 더 정확히는 이보그에서 유기체적 요소 외의 것을 지칭한다. 외인성 요소는 사이보그라는 합일된 시스템의 기본 단위이며, 유기체와 함께 사이보그라는 특정한 관계를 갖는 기술적 연결을 이룬다.


사이보그의 '유기체 요소'로는 생물체(온전한 육체)뿐만 아니라 장기나 세포등(생물체의 부분)도 다뤄질 수 있다. 여기서 '유기체'는 기능의 원점이자, 사이버네틱스적으로 연결되어 정보를 계속해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객체여야 한다. 유기체의 기능은 인성 요소와 더불어 보충 혹은 강화된다. 상태로서의 사이보그가 구성되는 동안 외인성 요소는 정보 전달이 관찰되는 지점에서 고찰된다.


즉 외인성 요소는 앞선 5화에서 살펴본 조건들을 충족하는 관계 속에서 이해되고 정의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기체와 대척점에 있다고 여겨지는 기계, 인공물뿐만 아니라 '또 다른 유기체 요소' 혹은 '인공적 구조'도 외인성 요소가 될 수 있다. 우선 외인성 요소는 '유기체 요소'와 다른 '또 다른 유기체'가 될 수 있다. 유기체 요소가 다른 종의 유기체 요소와 결합하는 경우인데, 이러한 종류의 사이보그를 '키메라(Chimera)'라고 한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줄기세포를 혼합하는 시도와 인간의 조직세포(외인성 요소)를 척추동물에게 이식하는 연구¹를 예로 들 수 있다. 외인성 요소가 인공적 구조라 함은 외인성 요소라는 개념이 반드시 물리적인 객체에 한정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기존의 유기체로 하여금 새로운 기능을 하게 만든 인공적 구조를 하나의 외인성 요소로 이해하겠다는 것이다. 이 시각을 뒷받침할 단초로 '제노봇(Xenobot)'의 존재방식을 들 수 있다.²


제노봇은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Xenopus laevis)의 배아를 재구성하여 만든 바이오 로봇, 생물 기계라고 소개된다. 기본적으로 배아는 복합 가능성을 가진다. 심장이 될 수 도 있고 팔다리를 이룰 수 도 있다. 제노봇의 과정은 먼저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Voxel(volume과 pixel의 합성어)'이라는 3차원 구성요소로 움직임이 가능한 모형을 설계한다(하단 사진의 왼쪽 모형 참조).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선의 모양을 모델링하고 그 설계에 따라 연구진이 실제 복수의 개구리 배아를 조합하여 배양한다. 로봇의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빨간 부분은 수축과 이완(active)을 특징으로 갖는 심장세포를, 이동부를 고정하고 지지할 몸통부는 움직임이 거의 없는(passive) 표피 세포를 사용한다.

(왼쪽) 알고리즘이 디자인 한 제노봇 설계, (오른쪽) 디자인을 따라 세포를 배양하여 만들어진 제노봇


제노봇은 개구리 배아세포들 즉 같은 종 내 유기체를 재료로 사용하나, 세포를 배양  재구조화시켜 새로운 형태의 전혀 다른 기능(이동함)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구조설계가 기존에 없던 존재방식(세포 간 관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과 제노봇의 기능인 움직임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재구성하여 작동 가능하게 했다는 점을 미루어, 배아를 유기체 요소, 인공 구조를 외인성 요소로 바라볼 수 있다. 추후 연구를 통해 제노봇이 자가 번식을 하고, 파괴된 부분을 스스로 치유하는 기능을 수행함이 밝혀진 것 역시 명령에 따르는 존재인 로봇보다는 기술적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외인성 요소는 사이보그라는 '합일된 관계 시스템'의 기능과 연관하여 설명된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유기체의 기능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상황에서, 목표하는 수준의 기능을 위해 사이보그의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관계(유기체-외인성) 안에서 외인성 요소는 확장된 기능을 수행한다. 즉 외인성 요소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사이보그에서 외인성 요소는 단지 한 물리적 개체가 아니라, 유기체 요소를 제외하고 합일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특정한 부분이다. 


사이보그에서 외인성 요소의 필요성은 유기체가 가지는 취약성에 있다. 유기체는 물리적인 한계를 갖는다. 취약성은 자연적인 육체의 기능이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기술이 이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사이보그에서 이 취약성의 극복은 기능의 확장으로 표현된다. 사이보그화를 통해 기대되는 확장된 기능의 특징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Cyborg technologies can be restorative, in that they restore lost functions and replace lost organs and limbs; they can be normalizing, in that they restore some creature to indistinguishable normality; they can be ambiguously reconfiguring, creating posthuman creatures equal to but different from humans, like what one is now when interacting with other creatures in cyberspace or, in the future, the type of modifications proto-humans will undergo to live in space or under the sea having given up the comforts of terrestrial existence; and they can be enhancing, the aim of most military and industrial research, and what those with cyborg envy or even cyborg-philia fantasize.”³


복원(restoration), 정상화(normalization), 재구성(reconfiguration) 그리고 강화(reinforcement)는 사이보그 기술의 필요성을 대표한다. 정리하면, 외인성 요소의 역할은 사이보그 이 필요성을 실현시키는 데에 있다.




참고 문헌

1. Behringer, Richard, R.: „Human-Animal Chimeras in Biomedical Research”. Cell Stem Cell (vol. 1, Issue 3), Sep. 2007, S. 259–262.

2. Kriegman, Sam et al.: „A scalable pipeline for designing reconfigurable organisms”. PNAS 117(4), 28. Jan. 2020, S. 1853.

3. Gray, Chris Hables et al.: „Cyborgologie – constructing the knowledge of cybernetic

organisms”.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London/New

York, NY: Routledge, 1995, S. 3.


이미지 출처

표지: playground ai 생성 이미지

제노봇: https://livelive.tistory.com/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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