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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Jul 25. 2024

관계로서의 사이보그

'사이보그화'와 '사이보그화 된 육체'

1. 사이보그는 대상이 아닌 관계이다.


우리가 "사이보그"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엄밀히 말하자면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사이보그는 '유기체적 요소'와 '외인성 요소'의 특정한 관계로서 존재한다. 어떤 대상을 사이보그라 부르는 것은 사실 '사이보그화 된 육체'이며, 편의상 사이보그로 명명한다고 볼 수 있다.


사이보그를 관계로, '사이보그화 된 육체'를 기술적 대상으로 굳이 세분화하여 구분하는 것은 사이보그가 유기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간-기계 하이브리드가 있다고 가정할 때,  하이브리드는 온전한 인간이라고도 그렇다고 완전한 기계라고도 할 수 없다. 단지 이 하이브리드는 특정한 인간의 기계화(혹은 기계의 생물화 - 앞선 3화 그림 1에서 밝히다시피, 사이보그화는 양방향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이보그화 과정 속에서 다뤄질 뿐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그 상태에 놓인 '대상'을 사이보그라 부를 수 있지 않느냐?"라고 물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이미 우리는 '상태로서의 사이보그'를 인지하고 있다. 특정 사이보그를 이야기할 때 기계화된 인간, 기계화된 뇌 등으로 표현한다. 즉 유기체 앞에 붙는 "기계화된"이라는 수식어는 "그와 같은 상태가 된 ○○"의 의미를 갖는다. 즉 우리는 사이보그가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특정한 상태에 있음을 은연 중에 알고 있는 것이다.


2. 관계를 이해하는 기술철학적 시각


2.1 시몽동의 Element

사이보그라는 관계를 이루는 두 요소, '유기체적 요소'와 '외인성 요소'는 기술적 대상(사이보그화 된 육체)을 이루는 '단위'로 볼 수 있다. 이 단위에 대기술철학적 시각을 '사이보그 관계'에 적용하여 이해해보고자 한다.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은 기술적 존재방식의 단위를  'Element'라고 표현하며 기술적 대상에 대해 설명한다:

„Die Elemente, die stofflich das technische Objekt bilden werden und die vor der Konstitution des technischen Objekts ohne assoziiertes Milieu voneinander getrennt sind, müssen ihrer zirkulären Kausalität entsprechend in einer Beziehung zueinander orientiert werden, die erst existieren wird, wenn das Objekt sich konstituiert haben wird.“ ¹

(의역) "재료적으로 기술적 대상을 만들고 또 기술적 대상의 구성 전에는 연관된 배경 없이 각각 분리되어 있던 요소(Elemente)는 그 요소의 순환적 인과와 관련하여 하나의 관계 안에서 서로를 지향하게 된다. 이 관계는 기술적 대상이 구성되었을 때 존재한다."


시몽동의 Element는 관계 안에서 서로를 지향한다. 시몽동에게 있어서 기술적 대상은 Element 간에 그 지향이 이뤄지는 구성이다. 사이보그 관계에 적용시, Element 간의 지향은 '유기체의 기계화'와 '외인성 요소의 생물화'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 지향은 '외인성 요소에 대한 유기체의 수용' 그리고 '유기체의 취약성에 대한 외인성 요소의 기능'으로서 구체적으로 관찰된다. 

•유기체의 기계화 = '외인성 요소에 대한 유기체의 수용' (ex. 면역 반응 없는 정상적 수용)

•외인성 요소의 생물화 = '유기체의 취약성에 대한 외인성 요소의 기능' (ex. 기능을 통한 보완 및 강화)


예를 들어 인공와우를 착용한 청각 장애인의 경우, 청각의 취약점에 대해 인공와우의 기능이 작용하며, 동시에 신체 면역체계의 부분에 삽입된 인공와우가 거부 반응 없이 수용되어야 비로소 기술적 대상이 구성되었다고(=관계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2.2.  보고스트의 Unit

또 다른 기술철학자인 이안 보고스트(Ian Bogost)는 O.O.O.(객체지향존재론, Object-Oriented Ontolgy)를 통해 존재들의 양식을 이해한다. O.O.O.(객체지향존재론, Object-Oriented Ontolgy)는 존재의 상태를 다른 대상들 사이에서 밝히며, 모든 존재는 상호 간 그리고 그들 전체와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It’s a dense mass of everything contained entirely – even as it’s a spread about haphazardly like a mess or organized logically like a network.”²


O.O.O.에 비춰보면 사이보그 관계를 살펴보면, 사이보그는 '유기체적 요소'와 '외인성 요소'의 사이, 즉 연결 지점 관찰된다. 사이보그는 '위 두 요소가 서로를 논리적으로 지향하는 하나의 네트워크 연결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네트워크는 두 요소를 연결가능한 수많은 비인지 네트워크들 가운데 '하나의 인지된 결과'이다. (본문 하단 그림 2에서 자세히 설명)

„All things equally exist, yet they do not exist equally.“³


객체는 기능적으로도, 육체적 혹은 비육체적으로 같게 존재하지 않으나, 그럼에도 모두 동등한 존재론적 지위를 지닌다. 고스트는 O.O.O.에서 이러한 객체들 'Unit'이라고 정의한다. Unit은 전체를 내포하고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존재이다. Unit의 작동은 다른 Unit과 관계를 이루고, 이 과정에서 Unit이 관찰된다.

 „[…] units operate. That is, things constantly machinate within themselves and mesh with one another, acting and reacting to properties and states while still keeping something secret.”⁴


정리하자면, 사이보그화 된 육체사이보그를 이루는 요소(Unit) 사이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결과이다. 요소(Unit)는 단지 물리적 객체라는 범주에 얽메이지 않고 '사이보그 내에서 유기체를 제외한 것'이 될 수 있으며, 사이보그를 구성하는 요소인 유기체 요소와 외인성 요소는 작동 중에 이해될 수 있다.


3. 가능성이라는 미지에서 나타나는 관계의 속성


보고스트의 요소의 특징을 반영하여 관계를 다음과 같이 도식화했다.


그림 2. 유닛 사이에 관계들

우리 Unit이 내포한 가능성을 모두 알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Unit이 작동 중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한 관계를 관찰할 수 있고, 그러한 관계 중에서 '사이보그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빨간 선으로 표시한 이 관계는 단순한 한 상태가 아니라, A-B 간격 사이에서 A와 B라는 Unit과 그 미지의 가능성들을 모두 대표한다. A를 유기체 요소, B를 외인성 요소라고 하고 사이보그가 관계를 갖는다고 했을 때, 사이보그화 육체는 A에서도 혹은 B에서도 관찰되지 않는다. A-B 사이 간격 관계에서 발견할 있다.


„Je höher die Technizität eines Elements ist, desto stärker nimmt der Unbestimmtheitsspielraum ab.“⁵

(의역)
요소의 기술성이 높아질 수 록, 불확정성의 공간은 줄어든다.


시몽동 역시 기술적 대상을 설명하며 요소 간 서로를 지향하는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기술성이 높아져 요소 간 기능과 특성이 구체화할 수 록, 요소 사이의 정해지지 않은 여러 가능성들은 오히려 줄어든다. 사이보그화 된 육체 또한 기술적 대상으로서 요소(Element)의 기능과 속성을 계승한다. 하지만 요소(Element)의 기술성은 요소가 아닌,  A-B 사이에서 관찰된다. 기술성은 요소(Element)에 내재되어 있지만 구체화를 통해 나타나며, 이 구체화는 연결되는 다른 요소(Element)와 함께 실행된다. 즉 기술적 대상의 기능과 속성은 단순히 요소(Element)에 의해 결정된다고 볼 수 없고, 네트워크(관계됨)를 통해 기술과 속성이 특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기술철학의 객체와 관계에 대한 시각은 기계의 시각이 아니다.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사이보그 나아가 기술적 대상을 관계로 이해하는 시각은 결합하고 융합되는 기술의 시대에 기초적인 시각이다. 아직도 주체와 대상을 중심으로 사고하며,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다면 이제는 나 자신도 기술을 통해 결합되고 변화할 수 있는 객체라는 점을 상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1. Simondon, Gilbert: Die Existenzweise technischer Objekte. (Übers.) Cuntz, Michael. Zürich: diaphanes, 2012. S.53

2. Bogost, Ian: Alien Phenomenology, or What It’s Like to Be a Thing.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12. S.21

3. Ebd. S.11

4. Ebd. S.27

5. Simondon, 2012, S. 68.



이미지 출처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108-021-01164-0/figures

그림 2. 본인 논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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