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하네스 한 Aug 01. 2024

확장된 인간, 사이보그 그리고 인간-컴퓨터 심비오시스

유사한 기술적 대상과의 비교

사이보그는 기술적 결합에 의해 형성된 한 존재방식이다. 지난 회차까지 우리는 이 존재방식이 특정한 관계로 이뤄진다는 점을 살펴봤다. 하지만 앞서 안경 낀 사람과 자전거를 탄 사람이 사이보그인지를 비교하는 문제에서 보았듯이 사이보그는 기존의 기술적 대상과 비교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즉 사이보그 개념은 다른 기술적 대상들과 경계를 맞대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를 맞댄 유사한 기술적 대상으로는 대표적으로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인간의 확장'과 리클라이더(J.C.R. Licklider)의 '인간-컴퓨터 심비오시스'를 들 수 있겠다.


이번 화에서는 각 기술적 대상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 사이보그를 비롯해 확장된 인간과 인간-컴퓨터 심비오시스 이렇게 3개의 기술적 대상을 비교해보고자 한다. 대상 간의 비교를 위해 사이보그를 인간-외인성 요소 관계의 사이보그로 한정하여 논의하고자 하며, 이 비교를 통해 비교대상 사이에서 '기술적 대상으로서 사이보그의 위상학적 위치'의 파악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확장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과 관련된 개념이다. 루한의 '인간의 확장'(Extention of Man) 개념에 따르면, 기술적 대상들은 인간 신체 및 감각의 기능을 연장시킨다. 신체의 확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사이보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확장된 인간이라 말하는 존재방식을 전부 사이보그라 볼 수는 없다. 확장된 인간과 사이보그화 된 인간 사이에 기술적 결합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확장된 인간은 기술적 대상의 사용 중에 관찰지만, 사이보그는 신체와 기계의 작동 중 두 요소의 합일에 의해 생성된다. 여기서 사이보그의 합일된 신체는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서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이는 메커니즘 내에서 정보의 전달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외인성 요소(기계)가 인간 신체의 항상성(ex. 면역체계)에 의해 받아들여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메커니즘은 인간이 페달을 밟는 동안 작동한다. 하지만 인간이 자전거를 전진 운을 위해서 페달을 밟는 행동(회전 운동)으로 자전거 메커니즘에 일방향적으로 춰 줄 뿐이다. 자전거 타는 사람의 다리 기능(나아감)을 자전거가 수행하지만, 운동 중 자전거와 탑승자 다리 사이에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작용(정보의 교환, 피드백)이 일어난다고 보기 힘들며, 자전거가 인간 신체의 항상성에 수용된다고 보기도 역시 힘들다.


확장(Extention)은 기술적 연결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사이보그에서 역시 이 특성이 발견된다. 인간의 확장은 사이보그화 된 인간의 필요조건 [„Extension of Man“ ⇒ „Cyborg“]며, 확장된 인간은 '인간 운영자와 도움 관계를 갖는 기술적 대상'의 전반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리클라이더는 인간-컴퓨터 심비오시스와 공학적으로 연장된 인간('Mechanically Extended Man')을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The mechanical parts of the systems were mere extensions, first of the human arm, then of the human eye. These systems certainly did not consist of “dissimilar organisms living together. [···] Such System (‚humanly extended machines’) are not symbiotic systems. They are ‚semi-automatic’ systems, systems that started out to be fully automatic but fell short of goal.”¹


리클라이더에 따르면 신체의 동작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는 착용하는 의수의 경우 신체와 함께 반(semi) 자동 시스템을 이룬다. 심비오시스의 개념은 기술적 결합에서 완전히 자동화를 이룬 상태를 의미한다. 이 부분은 리클라이더의 인간-컴퓨터 심비오시스를 통해 알 수 있다:

„The main aims are 1) to let computers facilitate formulative thinking as they now facilitate the solution of formulated problems, and 2) to enable men and computers to cooperate in making decisions and controlling complex situations without inflexible dependence on predetermined programs.”²


심비오시스는 복잡한 상황에서도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합일된 시스템을 추구한다. 심비오시스 안에서는 인간도 인공지능을 탑재한 컴퓨터도 모두 심비오시스의 운영자로서 작동한다. 심비오시스는 배울 수 있으며, 기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이보그와 심비오시스가 구분된다: 모든 사이보그는 심비오시스일 수 없지만, 모든 심비오시스는 사이보그이다. 왜냐하면 사이보그에서는 인간과 외인성 요소가 하나의 합일된 시스템을 구축과 작동, 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느냐를 확인하지, 그 시스템의 기능이 발전함을 전제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이보그와 심비오시스의 차이는 착용하는 의수와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 의수 간의 비교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있다. 인공지능은 다른 여러 상황에 따라 변하는 뇌파의 변화를 분석하고 적합한 행동을 준다. 경험 중에 로봇 팔의 기능은 발전되고 자연스럽고 효율적이게 된다. 반면 이미 인간과 결합된 용하는 의수의 경우 기능이 향상되기란 힘들다. 종류의 의수 모두 확장된 인간이라는 카테고리에 이해가능하지만, 오직 '인간-컴퓨터 심비오스'만이 독자적인 특성을 띤다. 정리하자면, 심비오시스만의 특성은 결합 관계 내에서 외인성 요소가 조정자(= 인간 부분과 함께 결정)의 지위를 가지면서 동시에 발전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조건으로 인해 심비오시스를 사이보그에 대한 충분조건 [„Cyborg“ ⇒ „Mensch-Maschine-Symbiose“] 이라 할 수 있다.


사이보그의 조건을 기준으로 판단 대상인 기술적 대상이 더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인지, 혹은 더 세부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개념인지 살펴볼 수 있으며, 오늘 다뤄본 확장된 인간과 심비오시스가 바로 이 범주에 부합한다.  사이보그의 이해를 통해 유사한 다른 기술적 대상을 이해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또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화에서 다룬 내용을 수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tension of Man“  ⇒ „Cyborg“ ⇒ „Mensch-Maschine-Symbiose“] 그리고 이를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그림 3. 확장된 인간, 사이보그화 된 인간 그리고 인간-컴퓨터 심비오시스 간의 관계



참고문헌

1. Licklider, J.C.R.: „Man-Computer Symbiosis“. In: IRE Transactions on Human Factors in Electronics

(vol. HFE-1, Issue 1, March), 1960, S. 4.

2. Ebd.


이미지 출처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906352.html

그림 3. 본인 논문에서 발췌

이전 07화 관계로서의 사이보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