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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Aug 08. 2024

사이보그의 분류

'사이보그' 종 내 분류법

 4화에서 살펴봤듯이 선행 연구자들은 다양한 기준을 통해 사이보그를 구분하려 했다. 하지만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이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사이네틱스적인 기준을 통해 새롭게 사이보그 구분하고 정의하고자 했다: 지난 5화에서 7화까지의 내용을 통해 사이보그가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의 결합에서 관찰되는 특정한 관계'라는 점을 함께 살펴봤다. 이번 화에서는 이 기준을 통해 사이보그라는 종을 분류하고 그 분류도를 시각화해보려 한다. 이 분류법으로 사이보그라는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대상을 아우르고 설명하고자 한다.


그림 4. 사이보그의 분류*

*해당 시각 자료는 학술적 목적 외의 사용을 금함.


사이보그를 특정한 관계라고 정의할 때, 나는 사이보그 분류는 두 부분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 유기체와 결합하는 외인성 요소의

2.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의 결합 방식과 결합 (세기와 시간)


 사이보그가 되기 위한 연결은 물리적으로 '유기체로의 수용됨' 전제된다. 즉 수용되는 외인성 요소에 따라 사이보그의 종류를 나눌 수 있고, 그 수용의 방식과 결합 얼마나 강한지(물리적 결속력과 지속력을 모두 고려한다)에 따라 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


 사이보그에서 외인성 요소에는 3가지 상태가 있다: 외인성 요소가 유기체인 경우, 기계인 경우, 혹은 기술적인 경우이다. 외인성 요소가 유기체이거나 기계인 경우 그  요소는 물질적이고, 외인성 요소가 기술적인 경우에 해당 요소는 비물질적이다. 기술적인 외인성 요소라 함은 프로그램, 알고리즘, 수학적인 설계 등의 인공적 구조를 일컫는다. 기술적 외인성 요소의 경우 상관하는 유기체를 인공적으로 재구조화함으로써 사이보그 관계를 형성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6화 참조). 기술적 외인성 요소가 유기체에 적용되는 경우, 사이보그는 목적한 인공적 상태에 반영구적 혹은 일시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반영구적 결합은 해당 비물질적 외인성 요소에 의해 유기체가 재구조화되는 것을 말한다. 제노봇의 경우 배아세포를 수학적 알고리즘에 따라 재구조화하여 만들어진 존재이고, CRISPR의 경우 목적한 DNA를 제거하고 다른 배열을 갖도록 하는 기술이다. 두 예시 모두에서 사이보그는 인공적 설계에 의해 성립하며, 이때 외인성 요소인 구조 또는 설계는 그 사이보그화 된 유기체의 바탕이 되기에 그 존재의 작동과 언제나 함께 한다.


그렇다면 환자 자신의 유전자를 이용해 만든 인공 신장을 그 환자에게 이식하는 경우는 반영구적 결합의 사이보그라 할 수 있을까? 이 경우 '신체에 이식'이라는 점에서 반영구적인 결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해당 예시는 결합의 강도와 방식을 떠나서 사이보그라 할 수 없다. 결합의 대상인 유기체와 외인성 요소가 같은 모체에 비롯되었고 결국 이식 이후 작동하는 시스템이 인간의 자연적인 메커니즘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사이보그 결합과의 주요한 차이점이다: 비물질적 외인성 요소는 결과적으로 새로이 구성된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


 기술적(비물질적) 외인성 요소가 일시적으로 사이보그 관계를 만드는 경우의 대표적 예시로 약의 투여를 들 수 있다. 혹자는 약은 물질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약을 통해 자연적 신체가 발휘할 수 없는 기능과 작용이 가능한 메커니즘을 이룬다는 점에서 약을 목적한 인공적 구조로의 매개로 본다. 백신이 대표적인 예이다. 백신은 접종 전 신체에는 존재하지 않던 항체를 생성한다. 우리 몸에 단순히 항체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몸의 메커니즘이 새롭게 항체를 만드는 작용을 하도록 유도한다. 항체는 자연적인 신체가 목적한 상태에 이르도록 한다. 백신은 화학적인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고, 항체와 조종되는 기능은 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통합 시스템의 결과물이 된다.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물질적 외인성 요소를 갖는 사이보그의 경우 분리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나눠볼 수 있다. 분리가 되지 않는 '고정적 결합' 혹은 '유연한 결합'으로 분류하고, 유연한 결합은 분리 가능성에 따라 '자유롭게 분리 가능한 결합'과 '선택적으로 분리 가능한 결합'으로 재차 나뉜다.


 고정적 결합에서는 신체에 삽입된 '물질적 외인성 요소'가 사이보그를 이룬다. 시각장애인의 시각정보 수신을 위한 '대뇌 피질에 삽입하는 칩', 생물학적 하이브리드 '키메라'이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A chimera is an individual composed of somatic and, in certain cases, germline tissues derived from more than one zygote. There are different ways to generate tissue chimerism, including mixing embryonic cells from two individuals, transplanting fetal or adult tissues from on individuals into another individual, or grafting embryonic stem cells or their differentiated products into another individual.”¹


 고정적 결합에 사이보그는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관찰된다. 생물학적 하이브리드인 키메라는 '접합체'이다.  혹은 다수의 서로 다른 생물이 혼합된 존재로 인간 간 조직을 이식한 쥐, 인간의 뉴런을 이식한 동물²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고정적인 결합에서 사이보그는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관찰된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장기를 이식한 환자나,  굴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엉덩이 조직을 이식하는 경우는 사이보그라 할 수 없다. 이식 결과 신체가 여전히 자연적 인간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연한 결합에서는 외인성 요소에 대한 유기체의 리 가능성의 정도에 따라 '자유롭게 분리 가능한 결합'과 '선택적으로 분리 가능한 결합'으로 나눌 수 있다.


 자유롭게 분리 가능한 결합은 의료 목적을 제외한 결합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수행 능력 증대에 있어서의 강화 또는 경기, 스포츠를 위한 강화에서 관찰된다. 병사가 90kg의 물체를 쉽게 들고 운반하게 돕는 '입 군용 외골격(Exoskeleton)'³, 무선으로 착용 상태에서도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 콘택트 렌즈⁴가 해당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선택적으로 분리 가능한 결합은 의료용 목적 또는 상화 목적에서 흔히 발견된다. 안경을 쓴 사람과 의료용 의수를 착용한 사람이 이 범주에 든다. 물론 착용자는 쉽게 안경을 벗을 수 있다. 하지만 '안경으로 강화된 시력'이라는 기능을 잃게 된다.  관계에서 착용자는 기능에 대하여 외인성 요소에 의존하는 상태이기에 '자유롭게 분리 가능한 결합'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떨어진다. 의존하는 기능이 사라지면, 정상적 신체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위 모델에 따라 사이보그는 5가지 카테고리로 고찰된다. 각 카테고리는 기술 대상이 아닌 존재 방식으로서의 '관계'를 나타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참고문헌

1. Behringer, Richard, R.: „Human-Animal Chimeras in Biomedical Research”. Cell Stem Cell (vol. 1, Issue 3), Sep. 2007, S. 259–262. https://doi.org/10.1016/j.stem.2007.07.021

2. Ebd., S.259–60.

3. Ackerman, Evan: „Sarcos Demonstrates Powered Exosuit That Gives Workers Super Strength”. IEE SPECTRUM, 10. Dez. 2019, [online]

https://spectrum.ieee.org/automaton/robotics/industrial-robots/sarcos-guardian-xo-powered-exoskeleton (Stand: 20. Jan. 2021).

4. Park, Jihun et al.: „Printing of wirelessly rechargeable solid-state supercapacitors for soft, smart contact lenses with continuous operations”. Science Advances (vol. 5, no. 12, eaay0764), 06. Dec. 2019.


이미지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article/141118-exoskeleton-neuroscience-brain-monkey-wheelchair-science


그림 4. 저자 본인의 논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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