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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하네스 한 Jul 04. 2024

사이보그를 구분하는 견해들

기존연구에서 제시된 과학적 기준들과 그에 따른 구분들

 사이보그의 형태는 다양하다. 게다가 AI의 발달로 더 복잡하고 다양한 결합이 가능진다. 술은 계속 새로워지는데, 우리는 각기 다른 특성의 사이보그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명한 세 연구자들의 '사이보그 구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 구분법의 특징과 한계에 대해서도 논해보고자 한다.                         


1. Cyborg I - Cyborg V: 단계별 구분법


 맨프레드 클라이네스는 사이보그를 기술적 발전 정도에 따라 구분했다. Cyborg I부터 Cyborg V까지 '단계'로써 사이보그를 나눴는데, 이 중 인터뷰를 통해 클라이네스 본인이 설명한 사이보그 III 단계를 살펴보자:


„So that by controlling and knowing how to control the natural products, and turning the genes on and off we will have tremendous power to change the emotional world of man.” [···] „The Cyborg Ⅲ makes use of the abilities we have found now to alter the products of the genes, and also to insert new genes into existing DNA." ¹

(의역) "자연적 산물을 다루고 또 그 방법을 앎으로써 그리고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우리는 감각세계를 바꿀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 [중략] "사이보그 3단계는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그리고 기존 DNA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우리가 발견한 능력들의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사이보그 III는 유전자 가공이 가능한 단계이고 이를 통해 신체적 기능, 감각이나 감정 따위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앞 2화에서 언급했듯 우주비행사의 신체적 약화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제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뷰에서 밝힌 각 단계에 대한 개략적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사이보그 IV에서 사이보그는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유전적인 변형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는 단계라고 설명하는데, 4단계에서 인간은 수술 따위로 인한 외상 없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보그 V에서 사이보그는 더 이상 인간의 신체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육체 없이도 배우고, 만들고, 소통할 수 있다.


 클라이네스의 사이보그 단계는 '육체적 제약을 가진 인간이 사이보그가 되어감'을 통해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여준다. 사이보그라는 종(種) 안에서 기계화된 정도로 사이보그의 발전 단계를 구분했다고 볼 수 있다 - 여기서 사이보그화는 새로운 환경에서의 기능을 위한 기술적 척도임을 이야기할 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및 사이보그화를 통한 감각 경험을 위한 기능의 변함 등을 논하고 있지는 않음을 참고하자.

                                          

2. "low-tech Cyborg": 인식론적 구분


 데이비드 헤스(David Hess)는 인식론의 시각에서 사이보그를 '기술적 사이보그''메타포로서 사이보그'로 나눈다.


„I think about how almost everyone in urban societies could be seen as a low-tech cyborg, because they spend large parts of the day connected to machines such as cars, telephones, computers, and, of course, televisions. I ask the cyborg anthropologist if a system of a person watching a TV might constitute a cyborg. (When I watch TV, I feel like a homeostatic system functioning unconsciously.) I also think sometimes there is a fusion of identities between myself and the black box." ²

(의역) "나는 어떻게 도시화 사회의 대다수가 "기술화가 낮은 사이보그"로서의 모습을 보이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동차, 전화기, 컴퓨터, (당연하게도) 텔레비전과 같은 기계들과 연결되어 일상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이다. 나는 사이보그를 연구하는 인류학자에게 한 시스템 (=TV를 보고 있는 사람)이 사이보그를 구성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내가 TV를 보고 있을 때면, 나는 나의 '생각의 항상성 시스템'이 TV와 함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때때로 나 자신과 블랙박스 사이에 '퓨전 정체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헤스의 'high-tech Cyborg'는  물리적으로 두 개체가 직접 연결된 사이보그를 의미한다(인간-기계 사이보그, 유전공학적 키메라 등).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기술을 통한 사이보그라 할 수 있다.  헤스가 제시한 구분법의 특이점은 "low-tech Cyborg"에서 드러난다. '메타포로서 사이보그'인  "low-tech Cyborg"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 사이에서 문화인류학적으로 이해된다. 이 메타포를 통해 헤스는 인식론적으로(문화적인 시각에서) 연결된 상태에 대해 '사이보그'로서 바라본다. TV에 열중하고 있는 상태를 판단함에 있어서, 인간의 의식은 TV와 함께 이해되고 다뤄지기 때문이다.  TV 시청에 열중하고 있는 나의 뇌와 TV미디어 사이의 관계를 사이보그로 본다.


 헤스의 이러한 구분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사이보그가 됨'에 대 논의를 가능케 하고, 더불어 사이보그의 개념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범주로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3. 기술적 특징과 발전 정도에 따른 세분화된 구분


 크리스 헤이블스 그레이(Chris Hables Gray)는 기술적 특징과 기술화 정도에 따라 사이보그를 'Neo-'(새로운), 'Proto-'(완성 전 단계의), 'Multi-'(복수의), 'Ultra-'(극도의, 초과된), 'Semi-'(반 [半]의), 'Hyper-'(과도한, 지나친), 'Omni-'(모든 곳에, 편재[遍在]하는), 'Retro-'(다시, 복구하는), 'Pseudo-'(가짜, 모조의), 'Mega-'(엄청나게 큰), 'Meta(초월한) Cyborg'로 구분 짓는다:


„A Neo-Cyborg has the outward form of cyborgism, such as an artificial limb, but lacks full homeostatic integration of the prothesis. The Proto-Cyborg lacks full embodiment. Multi-Cyborgs are combination of various types of cyborgs. The Ultra-Cyborg is an enhanced cybernetic organism, […], transformed through drugs, foods, the body-sculpting of exercise, cosmetic surgery, or digital enhancement of their voice and image. Semi-Cyborgs are organisms that are only intermittently cyborgs like dialysis patients linked to the life-giving machine 30 hours a week. A Hyper-Cyborg might be one where cyborg embodiments were layered or in some other way cobbled together into greater and greater cyborg bodies. Omni-Cyborgs makes of everything they interface with a Cyborg. A Retro-Cyborg would be one whose prosthetic-cybernetic transformation was designed to restore some lost form; in the case of a pseudo-retro-cyborg, a lost form that never was. Large cyborg entities are Mega-Cyborgs, including gigantic human-machine weapons systems, or even world-wide or galaxy-wide cyborg body politic, good or evil. The Meta-Cyborg is the non-cyborg citizen in cyborg society. It is cyborg society itself." ³

(의역/요약)
• Neo-Cyborg : 겉보기에는 사이보그의 형태를 띠나, 완전한 통합을 이루지 못한 상태의 사이보그 ex. 인공 보조기구를 착용한 사람
• Proto Cyborg : 전형적인 사이보그에 비해 부족한 상태를 지칭
• Multi Cyborg : 여러 종류의 사이보그가 결합한 상태를 가리킨다
• Ultra Cyborg : 수술 혹은 약물을 통해 강화된 사이보그
• Semi Cyborg : 특정 시간 사이에만 사이보그로 존재 ex. 생명유지장치를 착용한 투석 환자  
• Hyper Cyborg : 신체 밖의 요소들과 연결되어 계속 증대하는 사이보그 신체
• Omni Cyborg :  모든 대상이 사이보그와 교류 가능한 상태를 지칭
• Retro Cyborg : 회복을 목적으로 잃어버린 신체의 일부를 대신하는 기계와 결합하여 변화한 상태를 말한다
• Pseudo Cyborg : 직접적인 설명은 없으나, pseudo-retro-cyborg를 통해 유추 가능하다. ex. 다리가 불편하지 않지만 더 큰 힘을 내기 위해서 exo-skeleton을 착용한 경우
• Mega Cyborg : 넓은 범주의 사이보그를 지칭 ex. 인간-무기체계(시스템)의 관계
• Meta Cyborg : 하나의 특정 개체가 아닌 사이보그 사회 그 자체를 일컫는다


이 구분법은 사이보그를 기술적 특징을 통해 상세히 구분해 사이보그의 개념을 구체화한다. 다만 여러 종류의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서로 달라 나눠진 사이보그 종류 전체를 하나의 논리적 구조로서 설명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Multi- 와 Hyper- 사이에서는 연결이라는 부분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방식'의 차이로 두 카테고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Proto-와 Ultra- 사이에서는 기술적 '수준'의 차이로 두 카테고리를 특징지을 수 있다. 때문에 그레이의 구분법은 개별 사이보그를 특정화하여 이해하는 데는 효과적이나 카테고리들이 전체적인 상관관계를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이보그 카테고리는 사이버네틱*의해 고려될 수 있는 특정한 기준들에 의해 정해져야 하고, 사이보그 개념 아래에서 그 기준에 의해 나뉜 여러 카테고리들이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생물분류학(Biological Taxsonomy) 내에서의 구분처럼 말이다. (ex. 고양잇과 아래 '고양이아과'과 '표범아과'로 나뉘고 그 아래 표범속, 고양이속, 시라소니속 등으로 나뉘는 체계)


*사이버네틱스: 기계의 메커니즘과 유기체의 메커니즘 간 유사성을 바탕으로 두 체계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학문.


 클라이네스의 사이보그 구분법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으나, 사이보그 단계 간의 경계의 설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 여기서의 단계는 단지 몇몇의 예시들을 대표하고 설명할 뿐이다. 헤스의 구분법은 카테고리 간의 논리적 연결성이 있으나, 단지 두 개의 카테고리로 사이보그 전체를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마지막 그레이의 구분법은 사이보그를 자세하게 나누어 설명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여러 특성으로 나뉜 각각의 카테고리가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각 '사이보그 구분법'의 특징과 더불어 한계점에 대해 살펴봤다. 제시한 구분법 외에도 이미 1960년대부터 기술적 대상으로서 '사이보그'에 대한 다각도의 설명이 시도되고 있다. 주요한 사실은 이러한 견해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기술적 대상을 어떻게 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이다. 이 구분법을 4화(이번 화)를 할애하여 소개하는 이유 여기에 있다: 리 주변에는 사이보그에 대한 논의 이전에 기술적 대상들에 대해 배울만 한 양질의 정보가 부족하다. 기술적 대상이 우리 삶에 다가오는 현실에서 이러한 연구자들의 노력이 있었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대응이 막연한 두려움 혹은 무지에 의한 음모론이 아닌, 이성적이고 건설적인 숙고와 사회적 토의가 되는 시작점이 바로 앎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인용 순서대로)

1. Gray, Chris Hables: „An Interview with Manfred Clynes”.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London/New York, NY: Routledge, 1995, S. 43–53.

2. Hess, David J.: „On Low-Tech Cyborg”.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New York/London: Routledge, 1995, S. 373.

3. Gray, Chris Hables et al.: „Cyborgologie – constructing the knowledge of cybernetic organisms”. In: Chris Hables Gray (Hrsg.): The Cyborg Handbook. London/New York, NY: Routledge, 1995, S. 1–14.


이미지 출처

https://marianaseye.com/smart-contact-lens-for-glaucoma/

https://medschool.duke.edu/news/new-generation-artificial-heart-implanted-patient-duke-first-us

https://d.newsweek.com/en/full/2019996/tech-company-offering-payment-chips.jpg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neue-prothese-und-exoskelett-technologien-dank-hi-tech-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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