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
「야! 너도 성공할 수 있어 레벨만 올려!」
나는 다른 과목들보다 상대적으로 수학을 잘했다. 인문반이긴 했지만 대학에 들어갈 때 수학을 잘하면 유리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용어가 기억이 안 나는데 표준점수던가? 그게 타 교과보다 수학이 높아서 같은 만점이라도 내가 싫어하는 영어 만점보다 수학 만점이 더 유리했던 기억이 있다. 표점이 높은 이유는 아무래도 수포자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으로 기억한다. 이런 경험은 나를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있을 것이며 그렇기에 아이들이 일찌감치 수학을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수학을 가르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간절한 마음에도 아이들은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이미 수학을 포기한 친구들이 많이 있다. 비단 수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교과를 놓아버리는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번 생은 망했다면서 벌써 공부를 포기하는 친구가 정말 많았다. 여전히 많다. 앞으로도 많을 것 같다. 공부와 성공의 상관관계를 논하기 이전에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나도 영어는 싫다. 이해한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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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생들에게는 시험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 나아가 성공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시 시험이 두렵고 또다시 실패하는 악순환이 필연적으로 반복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레벨업을 통한 성장과 이를 성공적인 경험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바로 저번 화에 이야기했던 문제토벌이다.
(문제토벌 화면입니다. 학생들을 시트별로 나눴고 정답 시트에 미리 문제의 정답을 적어놓았습니다. 물론 이 시트는 학생들이 볼 수 없다. 학생들이 적은 답이 제가 적어놓은 ‘내 답’과 일치한다면 정답여부가 O로 바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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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토벌의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내게 공격력과 방어력이 있듯이 몬스터(문제)에도 공격력과 방어력을 부여한다.
선공권은 용사, 즉 학생들에게 먼저 있고 문제를 맞히면 공격판정, 문제를 틀리면 피격판정으로 들어간다.
내 공격이 몬스터의 방어력을 넘으면 토벌 성공, 몬스터의 공격이 나의 방어력을 넘어선다면 토벌 실패, 문제를 다 풀었음에도 성공도 실패도 하지 못했다면 무승부가 된다.
문제토벌에 성공하면 소정의 경험치와 난이도에 따라 DP를 부여하기도 한다.
(문제와 나 사이의 1대 1 대결을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습니다. 이거 만들면서 액셀책 사면서까지 하는 건 너무 귀찮고 일어 커지는 것 같아서 ‘대충 구글링 해봐야지~!’ 하면서 찾아가며 함수 삽입하는데 골머리를 좀 앓았어요... 저 함수를 일일이 치면서 만들었는데 와이프가 재밌을 거 같다면서 힘을 줬었고 실제로 한 땀 한 땀 치는 제 자신을 보면서 헛웃음 나오긴 했지만 아이들이 보고 좋아할 거라 믿으면서 헤헤거리면서 만들었습니다. 함수나 코딩 고수님들 더 좋고 편하고 간단하게 안될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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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내가 공부를 정말 못하고 도저히 모르겠어도 열심히 레벨업을 해서 공격력을 높일 수 있다면 처음 2~3문제 만 맞춰도 성공했다는 경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다 틀리더라도 절대 토벌 실패는 하지 않도록 방어력에 투자하면 실패에 대한 경험을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시험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딱 한 문제라도 풀면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으며 성공이 힘든 애들에게 별거 아니라고, 공부하면 레벨이 오르고 레벨이 오르면
(보는 바와 같이 고삭발 학생은 8문제나 맞췄지만 공격력이 방어력을 넘지 못해서 토벌에 실패한 상황이다.(정확히는 문제를 다 풀었음에도 방어력을 다 깎지 못했기에 무승부인 상황) 반대로 강아지호두 학생은 공격력에 많이 투자해서 1~3번 문제만 맞혔지만 몬스터가 3번 문제에서 이미 체력을 다 깎여서 나머지 정답 여부와 상관없이 다 틀렸더라도 토벌에 성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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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 문제토벌 시스템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원래부터 잘하던 학생들도 공격력 방어력을 건드려보기 시작했고 시험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있던 친구들도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맞출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어떤 스텟을 올려야 공격이, 방어가 올라가는지 생각하며 레벨업을 하려고 노력하는, 내가 기대하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아가 경험치 혹인 난이도에 따른 DP를 획득할 수 있으니 문제토벌 자체를 꺼려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교과를 문제토벌로 출제할 때는 종종 반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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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연출돼도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현실은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대체로 자기 프로필도 관리를 잘하긴 합니다ㅎㅎ그래도 이런 상황이 아예 없지는 않고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이고 싶었고 성공시키고 싶었어요.)
(아 그리고 문제토벌 한다고 하면 싫어하는 친구들도 당연히 많습니다. 만능은 아니더라고요..ㅎㅎ)
쓰다 보니 약간 부진 학생에 대한 이야기로 약간 흐름이 옮겨간 것 같네요. 이유는 잘하는 아이들은 제가 특별히 뭘 하지 않더라도 대체로 상태창과 스텟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실패의 경험이 많은 학생들이 무기력증과 '이거왜함'병에 많이 걸려있어서 이런 학생들도 성장에 흥미를 가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다음화에는 문제토벌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뜯어보고 적용하면서 고민되던 지점과 변경 점들을 나눠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