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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 Jun 01. 2024

3.1.1 와이프의 취직과 영주권

이즈음 개인사에도 많은 일이 일어났어

첫 번째, 와이프는 퍼듀에서 회계학부를 공부했지 내가 처음 D사 입사했을 때 함께 시카고에서 직장을 잡았지만 그해 취업비자 추첨에 떨어졌어 그래서 석사를 보냈지. 내 작은 연봉으로 와이프 학비도 내고 있었어. 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를 통학하며 힘들게 공부했고 심지어 학교 다니며 CPA시험도 다 패스했어. 하지만 글로벌금융위기인 상황에 외국인으로 취업을 한다는 거는 정말 힘들었어. 잡페어에서 빅 4 회계법인 중 하나인 D사에서 나온 매니저랑 좋은 이야기를 했다고 했어 그리고 온사이트 인터뷰에 초청을 받았지. 하지만 오퍼를 받지는 못했어. 그나마 유일하게 진행되던 케이스였고 가능해 보였는데. 내색은 안 했지만 와이프가 많이 힘들었을 거야 12월이 졸업이었는데 12월 초까지 아무 인터뷰가 없으니.. 미국은 11월 말 땡스기빙부터 연말까지는 홀리데이 시즌이야 다들 휴가계획 있고 구인 같은 덜 중요한 업무는 보통 멈춰있지 새해까지. 이렇게 잡이 없이 졸업하나 했어.


근데 2009년 12월 초의 어느 날 캠퍼스잡페어에서 만난 D사 매니저가 와이프한테 전화를 했어. 지금 네가 떨어진 걸 알았다 아니 네가 떨어진 거는 도저히 말이 안 된다 CPA도 이미 가지고 있고 성실히 학점도 좋은 너를 안 뽑으면 누구를 뽑냐고 오히려 화를 내며 자기가 파트너랑 따졌다고. 아마 HR에서 너를 위해 따로 인터뷰를 잡을 테니 준비하라고. 너무너무 고마웠어 자기 일도 아닌데 이렇게 해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크리스마스 한 주 전에 내 와이프만을 위한 인터뷰가 잡혔고 와이프는 결국 빅 4회계 법인 중에 하나인 D사에 채용이 되었어.


두 번째는 영주권. 원래 한국인은 영주권 EB2신청하면 보통 1년 반 2년에 영주권이 나와. 우리 회사는 1년 고용 후 영주권을 시작해 줘. 1년이 지나 영주권 프로세스를 시작했지 정말 많은 서류를 준비하고 회사 법률회사랑 내 케이스를 넣었어. 근데 몇 달 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온 거야. 대부분의 미국 금융회사들은 TARP (Troubled Asset Relief Program)에서 지원을 받았고 이걸 받은 회사는 외국인에게 영주권 지원하는 걸 하지 못했어. 자국민도 직장이 없는데 실업률은 8%를 넘어가고.. 근데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해준다는 게 안 먹히는 거지. 그래서 내 영주권은 드롭되었고 결국 회사가 TARP펀드를 다 갚고난 2012년인가 다시 시작되게 되었어. 결국 2013년 말에 영주권이 나왔고. 결국 2년이 안 걸리는 프로세스인데 난 거의 6년이 걸렸지.


유학 때는 돈이 없어서. 취업하고는 내 OPT(학생비자와 취업비자 사이에 갭을 채워주는 비자라고 생각하면 돼) 그리고 와이프의 OPT. 그리고는 영주권진행.. 이렇게 신분이 아직 불확실할 때는 법률회사에서 보통 미국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그래. 그래서 결국 2004년 유학을 온 뒤 10년 동안 한국을 가지 못했어. 이제 드디어 갈 수 있는 거지.


생각해 보면 오히려 다행이었어. 보통 한국을 가면 직장인이라도 2-3주 정도를 가게 되 (미국회사는 휴가는 자기권리락고 생각을 해서 이렇게 장기간 휴가 가는 거 아무도 뭐라 안 해).. 하지만 나는 어차피 못 가니 더더욱 일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거 같아. 대학원 때도 비록 인턴은 못했지만 여름방학은 인턴쉽으로 보낼 생각을 하는 게 맞지 취업을 생각한다면 한국은 겨울방학에 짧게 가고. 매해 여름방학 때 한국에 들어가면서 현지취업을 하고 싶다는 건 사실 욕심이라고 생각해. 너무 꼰대 같은 소리인가?


세 번째는 아이야. 그동안 신분문제 와이프 취업문제 그리고 와이프학비까지 내느라 힘들었던 경제상황 때문에 아이를 계속 미루고 있었어. 나는 한국나이로 거의 37살이 되어가는데. 이제 아이애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였지.


아무튼 그동안 꼬여있던 많은 상황들에 실마리가 풀리는 거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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