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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12. 2024

체형

어릴 적부터 나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떠나서 내 체형에 대해 늘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흔히 '오리궁뎅이'라고 불리는 골반 전방 경사는 내게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고민의 원천이었습니다.

오리걸음과 오리궁뎅이 때문에 나의 걷는 모습이 더 이상하게 부각되는 것 같아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옆에서 보면 불균형하고 어색해 보이며, 아무리 옷을 잘 입어도 옷의 핏이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대중목욕탕에 가는 것이 꺼려졌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걷는 것도 부끄러웠고 두려웠습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기형처럼 다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짓눌렸고 자꾸만 비참해졌습니다. 

그래서 항상 나는 이 체형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고치고 싶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골반의 앞부분을 늘리면 체형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마루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누워 다리는 내려놓은 채 고통을 참아가며 몇십 분씩 그 자세를 유지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몇 개월을 그렇게 해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결국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나는 오리궁뎅이를 최대한 가릴 수 있는 옷차림을 찾아 나섰고,

그 결과 청바지와 흰 티셔츠, 그리고 그 위에 단추를 끼우지 않은 체크 남방을 걸친 스타일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개발자들이 즐겨 입는 패션이라 하더군요. 사실 내가 처음 체크 남방을 입게 된 것은 오리궁뎅이를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릴 적 팝 음악을 좋아했었고, 특히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팬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던이 흰 셔츠를 입고 단추를 풀어 헤친 채 노래 부르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그를 따라 입게 되었고,

우연히 그 옷차림이 오리궁뎅이를 가리는데 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0년째 나는 이 옷차림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곧은 자세로 멋있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부러움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혼자 속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나의 불편한 체형을 더욱 부각시키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이처럼 내게 오리궁뎅이는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길을 걷다가 곧은 자세로 멋있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스트레스를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이 내 이상한 자세가 더 부각시키는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당당하게 걷는데, 

왜 나는 이 꼴일까… 

아무리 애써도 바뀌지 않는 이 현실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오늘부터는 인터넷에서 찾은 교정 방법을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굳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래도 나는 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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