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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20. 2024

사진

인터넷에는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을 영원히 보존한다.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그 안에 담긴 기억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나에게 사진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었고 늘 내 모습을 증오하면서 살았다. 특히나 어색한 입모양으로 웃는 얼굴이 항상 컴플렉스였고, 그 모습이 가장 싫었다. 걷는 모습도.. 그래서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내 모습이 영원히 기록되고, 인터넷에 박제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내 폰에는 내 사진이 단 3장뿐이며 앨범에 있던 어릴 적 내 사진은 대부분 찢어서 불에 태워버렸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그것이 단지 즐거운 추억을 남기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 사진은 내 결함과 부족함을 세상에 드러내는 무언의 폭로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내 모습은 나의 취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가면, 나는 그 모습으로 영원히 남게 된다. 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도 내 못난 모습이 인터넷 어딘가에 남아있다는 생각은 끔찍하다.

나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 사진은 나의 흔적을 남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사람들은 사진 속에서 나를 기억할 것이다. 나는 그 기억에서조차 사라지고 싶다.

인터넷의 무한한 공간 속에서 나의 결함이 남아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히는 것을 거부하고, 그 어떤 디지털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한다.

사람들은 나의 이런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진이 단지 추억을 남기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에게 사진은 나의 결함과 고통을 영원히 박제하는 형틀이다.

아름다운 순간이든, 평범한 일상이든, 나는 그 어떤 것도 남기고 싶지 않다. 나의 흔적은 나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나는 온전하게 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

이는 나의 외모나 다른 점 때문만이 아니다.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나의 고통과 상처가 영원히 남아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인터넷이든, 사람들의 기억 속이든, 나는 그 어디에도 남고 싶지 않다.

그렇게 흔적 없이 사라짐으로써,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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