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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돛이 없는 돛단배 Jun 22. 2024

손이 불편해서 일상생활이 참 힘들다.

양쪽 다 불편하지만, 왼손은 그나마 덜 불편하고 오른손은 내 마음대로 안 는게 많다.

몸의 오른쪽이 대체로 장애가 심하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는 자연스럽게 덜 불편한 왼손을 주로 사용하게 됐다. 나는 원래 왼손잡이가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이 왼손을 주로 쓸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왼손으로 뭔가를 하고 있거나 쥐고 있는 상황에서 디테일한 뭔가를 해야할 때, 오른손으로 다가 엎지르거나 떨어뜨리는 일이 많아서, 결국 왼손으로 하던 걸 멈추거나 내려놓고 왼손으로 다. 예를 들자면 종이컵을 쥘 때 왼손이 아니면 안 된다. 왼손도 불안하기 마친가지지만..

이럴 때마다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고, 답답함이 몰려온다. 매일 반복되는 이 불편함이 삶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오른손에 뭔가 닿는게 없이 완전히 노출되면 나도모르게 긴장하게 되어 손의 모양새가 어색해지고 이상해진다. 이 때문에 나는 오른손을 조금이라도 가리기 위해 한여름에도 긴 체크남방을 입고 다닌다. 더운 날씨에 긴 옷을 입는 게 덥고 불편하지만, 손을 덜 드러내는 것이 나에게는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주기에 어쩔 수가 없다.


정수기에 있는 얇은 종이컵은 더 큰 고역이다.

손에 힘이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확 잡아버려서 컵이 찌그러지고 물이 쏟아진다.

그래서 물을 마시고 싶어도 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냥 참는다.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 그지없다.

집 밖에서는 아예 물을 안 마시고 참는다. 목이 말라도 참을 수밖에 없다.


젓가락질도 만만치 않다.

식당에 가면 항상 포크를 달라고 해야 한다. 포크가 없으면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써야 하는데, 불편한 손으로 어색하게 젓가락질을 하면서 반찬을 힘들게 집어먹는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먼저 찾게 되고, 회사 근처에 수많은 식당이 있어도 결국엔 항상 가는 식당에서 같은 메뉴만 먹게 된다.


손이 불편하니 글씨 쓰는 것도 참 어렵다.

글씨체가 예쁘지 않고, 몇 분만 쓰고 있어도 손이 아프다.

어릴 적에 마음먹고 공부하려고 할 때도 머리가 굴러가는 속도에 비해 글씨 쓰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끝내 답답함에 그만두곤 했다.

그래서 공부에 더 취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키보드 칠 때도 수리타법이라 치는 속도가 느리다.

그래서 코딩할 때 최소한의 타자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다.

긴 코드를 작성하는 대신 간결하고 효율적인 코드를 쓰는 데 집중했다.

덕분에 코딩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불필요한 코드를 줄이는 능력이 향상됐다.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과 데이터 구조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이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결국 이러한 노력은 코딩 실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고, 나에게는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비록 키보드 타이핑 속도는 느렸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 내게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셈이다.


이거 하나 빼고는

일상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전부 걸림돌이다.

이 모든 불편함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나 혼자만 이런 불편함을 겪는 것 같아 더욱 외롭고,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나 혼자 이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

내가 겪는 이 일상의 고통은 끝이 없어 보인다. 작은 일도 큰 장애물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매일매일을 불편함 속에서 견디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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