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푸르른 기억
여름: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둘째 철. 봄과 가을 사이이며, 낮이 길고 더운 계절로, 달로는 6~8월, 절기(節氣)로는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를 이른다
10대의 여름은 항상 힘들었다.
푹푹 찌는 열기 속에서, 빨리 이 계절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더위는 견디기 어려웠고, 지칠 만큼 무거웠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순간마저도 천천히 흘러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10대 때의 나는 그랬다. 하지만 여름 한가운데서도 내가 사랑했던 순간이 있었다.
폭풍처럼 비가 내리던 날이면 나는 자주 밖으로 나갔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그 순간이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던 여름의 모습이었다.
참 재밌게도 빗소리 말고는 아무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제일 싫었던 계절인 여름 한가운데 서서 나는 고요를 들이켰다.
그렇게 들이켜고 나면, 다시 푹푹 찌는 더위와 눈부신 태양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하늘은 더욱 파래졌고,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푸르렀다.
여름은 결국 그런 기억을 남기는 계절이다.
더웠지만 시원했고, 무겁지만 가벼웠다. 싫었지만,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계절.
가장 싫다고 말했던 그 계절이, 이제는 나의 가장 푸르른 기억이 되었다.
그러니, 여름을 다시 정의하자면 이렇게 부르고 싶다.
가장 푸르른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