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래 장편소설 《이탈-그 여름의 추억록》 제1부
304 공정 연대는 1982년도부터 육군 전방 군단들의 직할부대로 창설된 몇 개 공정 연대 중 하나였다. 군단 직할 공정 연대의 작전개념은 다른 나라 공정부대들처럼 일반 보병보다 더 빨리 낙하산으로 작전지역에 투입되는 신속 대응군과는 달랐다. 공정 연대는 군단 작전반경 내 적 점령지역에 공수 낙하로 전개하여 공항이나 비행장을 확보하고, 댐이나 교량 등을 특공 작전으로 습격, 파괴한 후 산악을 거점으로 유격전(遊擊戰)을 전개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강습(强襲) 부대였다.
2주일 전 중대 교관의 심부름으로 그는 다른 훈련병 몇과 옆 14중대에 무슨 교보재(敎補材)를 가지러 가던 중이었다. 그 언덕길에서 누르스름한 위장복의 304 공정 연대 소속 덩치 두 명과 마주쳤다. 그가 처음 기습대에 차출될 때 눈여겨본 위장복이 검은색과 초록색이 많았던 것에 비해, 그 덩치들의 육군 초기 형 위장복은 기습대의 신형보다 전체적으로 누리끼리한 황토색에 검은색 무늬들이 더 가늘었다. 육군 특작(特作) 부대*1 소속 대원들은 모두 오른쪽 가슴주머니에 부대별로 다른 타원형 흉장*2을 부착했다―간혹 타원형이 아닌 것도 있었다―. 4사단 기습대의 흉장은 빨간 바탕 중앙에 옆으로 돌린 호랑이 대가리가 아가리를 떡 벌리고 있었고 ‘기습’이라는 노란색 고딕 체 글자가 좌우로 한 자씩 박혀 있었는데, 덩치들의 누르스름한 위장복에 붙어있는 흉장은 바탕이 파란색이었고 그 가운데에 빨간 불새가 양쪽 날개를 펴고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 전설의 새의 밑에 자간을 벌려서 ‘공정’이라는 흰 글자가 도드라져 자수되어 있었다. 불새 흉장은 목젖이 보이는 호랑이 대가리보다 더 신비롭고 강렬했다. 게다가 그는 또 덩치들의 왼 소매에서 보충대 현황판에서 보았던, 눈 쌓인 봉우리를 배경으로 깔고 로마숫자 ‘Ⅳ’이 자수된 4군단 마크 외에도 기습대의 복장에는 볼 수 없었던 두 개의 하얀색 기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건 육군용 공수 기장―공수 마크라고 불렸다―이었는데 같은 종류가 위장모 상단과 왼쪽 가슴에 하나씩 달려있었고 오른쪽에 달린 것은 좀 더 작은 타원형이었다.
그가 얼마 후에 알게 될 것이었지만―예전에 어느 땐가 보았었을 기장들이지만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모자의 계급장 상단과 왼쪽 가슴에 달린 공수 기장은 광택 나는 하얀 실로 낙하산과 그 하단의 작은 무궁화로부터 양쪽으로 펼쳐 오른 독수리 날개 모양으로 자수된 것으로서 공수훈련을 이수하는 부대의 대원들이 부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른쪽의 작은 것은 날개가 안으로 오므려진 한미 연합(韓美聯合) 공수 기장으로 약간 더 얌전한 형태였다. 여기저기에 붙어 광을 내는 세 개의 공수 기장들과 파랗고 붉은 흉장은 누르스름한 위장복의 패턴과 배치되어 유난히 자극적이었다. 일반 부대의 군인들 복장이 흑백텔레비전의 잿빛 화면 같다면 덩치들의 위협적인 군복은 해병들의 현란한 휴가복만큼은 아니었지만, ‘올 컬러’라고 해야 맞았다. 누렇고, 검고, 하얗고, 빨가며 파란 그 강렬한 원색들의 조합이 그 덩치들에게 어떤 위압적인 카리스마가 묻어 나오게 했다.
덩치들 위장모의 공수 기장은 양 날개의 끝이 모자의 상단 끝에 접힌 부분 더 위쪽까지 뾰족하게 솟아 있었다. 그것은 작지만 한 쌍의 무슨 뿔들처럼 보였다. 그 작고 날카롭고 하얀 뿔들로 위장모의 챙 밑 그늘 속에 반쯤 묻힌 눈매가 더욱 음습하게 보이게 했다. 기습대 대원들의 모자엔 일반 부대 병사들의 것과 한 가지로 그저 노란 계급장만 하나 달랑 달려있는데 비해, 모자에다 공수 기장만 하나 더 올려붙였을 뿐인데도 공정대 덩치들의 인상은 훨씬 억세고 성깔 있어 보였다.
사실, 입대 전부터 그는 일반 육군 병사의 쑥색 민무늬 군복과는 확연히 다른 공정대의 위장복과, 그 부대원들이 풍기는 어떤 어둡고 강인한 이미지에 집착하고 있었다. 그는 언젠가는 육군 현역으로 징집되어야 했고, 어쩌다가 간혹 볼 수 있었던 공정부대원의 누리끼리한 군복과 그 옷의 위장 패턴에 시선이 자꾸 끌렸었다. 널따란 사각 무늬의, 그 특유의 해병대 위장복을 입기 위하여 해병대를 지원하는 것처럼, 늙은 예비역 해병들이 군대 시절 입었던 그 사각 무늬 패턴의 위장복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며 간수하는 것처럼,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런 형태의 위장 무늬에 끌리는지도 모르는 채, 그들의 군복 무늬를 보면서 어떤 심미적인 강렬한 멋을 느꼈다. 자신이 결국 육군으로 입대하게 되면 그런 유형(類型)의 위장복을 입는 부대로 가길 희망했다. 그는 언젠가 시내에서, 휴가를 나온 것처럼 보이는 공정대 병사 몇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었는데 그 하얀 뿔이 달린, 꾹 눌러쓴 위장모 아래의 어두운 음영이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 병사들의 접힌 소매 밑 새까맣고 힘줄이 뻗친 팔뚝과, 흑인처럼 검게 그을은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모자챙 밑 음영 속에서 번득이는 하얀 안광은 어떤 묘한 동경을 일게 했다.
그 병사들의 복장과 거기에 붙어있던 패치들, 그리고 가벼워 보이는 해병들과는 확연히 느낌이 다른 행동거지에 그는 강한 호기심과 어떤 감동을 가졌고 결국 나중엔 그런 이미지를 선망하게 되었다. 그는 그런 공정대 병사들로부터 그들의 가열(苛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그저 묵묵하고 우직하게 감내하고 있을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황톳빛 위장복을 입은 그들의 당찬 모습에서 험준한 산악과, 수직으로 솟아오른 절벽들과, 거칠게 엉겨진 밀림의 냄새를 맡았다. 거듭되는 위험하고 고된 훈련들로 다져진, 시커멓게 탄 억센 근육들이 그들의 누르스름한 위장복 속에 겨우 가려진 듯 보였다.
*1 전·평시를 막론하고 비상사태나 전략적 우발사태 발생 시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수행되는 특수한 성격의 작전을 특수작전이라 하며, 이러한 작전을 수행할 목적으로 단일 지휘관의 지휘하에 형성된 부대.
*2 한국의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공부대, 정찰부대, 수색부대의 대원들이 특전복, 전투복, 야전상의 우측 주머니에 부착하는 표지로 1973년, 특수전사령부, 1975년 수색부대, 1982년 이후 특공부대 흉장이 소속 대원들이 지닌 임무 상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사명감과 명예심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제정 승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