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A 기관단총

김욱래 장편소설 《이탈-그 여름의 추억록》 제1부

by 김욱래

13중대가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어느 밤, 너무 오래 쓴 형광등 불빛처럼 야외 등이 어스름한 중대 사열대 앞이었다. 훈련병들에게 각자 배치될 부대들에서 보내진 개인화기가 지급되었다. 4사단 예하 보병연대들과 포병연대, 기습, 공병, 통신대대와 대 급인 본부, 정비, 보급, 보수, 화학, 의무대 등 사단 직할대, 4군단 포병여단과 예비군 교육대 등으로 가게 될 모든 훈련병에게는 M16 소총*1이 한 정씩 배분되었다. 이튿날부터는 곧바로 실사격과 총검술 연습이 실시될 터였다.

자기 이름은 언제 부르나 하며 마지막까지 기다리고만 있다가 소총을 받지 못한 그와 다른 세 명은 자꾸 사열대 위 뒤쪽에 사총 되어있는 조그마한 총 네 자루를 흘깃거렸다. 조교는 그 총들에 관해서는 깜박 잊고 있었다. 제 주위를 둘러본 조교가 아차, 하면서 임자들에게 작달막한 그 총을 한 자루씩 나누어주며 말했다.

“얘들은 특수정찰대다. 거기 가면 죽었다고 봐야 돼. 정찰대는 북으로 간다. 자, 전체 얘들의 명복을 빌어준다.”

그는 조교의 으스스 한 풍설(風說)에 기분이 으쓱했다. 제대로 된 부대로 뽑힌 것이었다. 조교는 계속 떠들었다.

“거기서 신병 인수해 갈 때는, 허, 니들 모가지 삐삐선(線)*2으로 육공트럭에 묶여가지고 십오 킬로미터 그냥 뛰어간다.”

역시 정찰대는 대단했다. 그 정도는 돼야 북으로 침투시키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그는 흥미진진해졌다. 물론 그는 조교의 공갈을 사실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런데 받아 쥔 K1A 기관단총*3을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던 훈련병 넷을 진짜로 그 조교는 측은한 눈길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K1A는 작고 짧았지만 묵직하면서 단단했다. 총신과 소염기도 앙증스럽게 몽땅했다. 그는 그 총이 마음에 쏙 들었다. 예전에 그는 그 총을 한번 쏴 본 적이 있었다. 고등학교 다닐 때, 그는 국가시책에 의해 만들어진 어떤 청소년단체의 단원이었는데 언젠가 그 단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모 특수전여단으로 2박 3일간의 상무 교육을 갔다. 쿠션이 굉장한 미제 군용 버스를 타고 일렁거리며 그 부대에 입소한 단원들에게 비록 B급이었지만 특전요원의 검푸른 독사복*4에다 바로 스키를 신을 수 있도록 발부리가 네모나게 각진 특전화가 제공되었다. 하지만 그 멋진 검은 베레모는 지급되지 않았다. 단원들은 그냥 단 모인 군청색 베레모로 복장을 마무리했다.

흉장이 달린 독사복에다 방탄헬멧까지 착용하고 자그마한 K1A를 각개 매고는 모형 문과 접지 대 훈련,―그는 그 낙법이 재미있었다. 나중에 반드시 낙하산을 타는 부대로 가리라, 그때부터 그렇게 결심했다―짜릿한 막 타워*5 등 간략한 공수 지상 교육을 끝내고 실제 사격을 해볼 때였다. 단원들에게 실탄이 각 세 발씩 끼워진 탄창이 나누어졌다. 사선에 도열 한 학생들이 ‘어깨 위에 총’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의례 그는 잠시 뒤면 바로 사격이 실시될 줄로만 알았다. 그는 받은 탄창을 미리 멋지게 결합해 버렸다. 그리고는 속으로 탄창을 든 채 어벙하게 서 있는 단원들을 비웃었다. 슬쩍 탄창을 밀어 넣었더니 딸칵, 하고 결합되어 버리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총을 들고서 이제 막 작전에 투입돼야 할 특전요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뿌듯하고 의기양양하게 돌격 지시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순간 사선에 선 학생들을 둘러보던 소령이 경악했다.

“이 미친 새끼!”

소령이 그의 총을 잡아채는 동시에 군홧발로 가슴팍을 내질렀다. 자신의 기분으로는 멀리까지 한참 날아갔고, 땅바닥에 처박혔다. 이런, 제기랄……, 그 소령은 조정간이 이미 ‘단발’로 되어있는 것까지 확인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혹은 안 돌아가는―것도 죄였다. 땅에 떨어질 때 받은 등짝의 충격으로 멍해진 그가 일어나자 이번엔 뺨과 방탄헬멧 가릴 것 없이 소령의 가죽 장갑 낀 손이 마구 쳐댔다. 너무 놀랐기 때문에 쌍욕까지 실컷 해대고 난 뒤 소령은, 다행히 난생처음 그가 총 한번 쏴볼 기회까지 빼앗지는 않았었다.


K1A엔 M16 소총에는 없는 ‘점사’라고 표시된 조정간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그때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K1A에 대한 애초의 추억은 씁쓸한 것이었지만 결국 그는 해낸 것이었다. 그의 개인화기는 특전요원들과 같은 K1A가 된 것이었다. 기습대에서 보낸 총도 전부 M16이었다. 공정대 역시 기본화기는 M16이었다. 그 외의 지원화기로 M203 유탄발사기나 ‘람보(Rambo)’*6가 그저 소총인 양 한 손으로 들고 갈기는 M60 기관총, 60밀리 박격포처럼 보병의 편제 화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육군에서 전 부대원이 K1A 기관단총을 사용하는 데는 특수전사령부가 유일했다. K1A 기관단총은 소총과는 거꾸로 총구를 아래로 해서 매야 했다. 그는 그 총이 어깨 뒤쪽에 착 달라붙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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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정찰대가 뭐 하는 덴지 아나?”

부산에서 왔다는 김기진이 제 K1A을 병기 대에 꽂으며 물었다. 그는 걸쇠를 방아쇠울에 끼워 넣으며 잘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기간병한테 들었는데 작년에 새로 생긴 데라 글 카데. 북한에 직접 침투해 가 사진도 찍어 오꼬, 납치도 하고 그런다 카던데, 글고 자대 가면 이기 말고 총 한 자루 또 나온 다 그 카더라.”

김기진이 제가 가진 정보를 풀었다. 그가 그게 어떤 총이냐고 물었다. 총을 두 자루씩이나 가지고 다닌다는 게 점점 신이 났다.

“인민군 총 말인 기라. 뭐라 카드라? 아, 에이케이*7. 인민군복도 입는 다 카지? 북한 말 쓰고.”

그는 사실 진짜 북한으로 침투한다는 것에는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가게 될 부대가 제대로 한 번 군 생활을 해 볼 수 있을 곳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1 미군의 주력 제식 소총.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M14 소총을 밀어내고 주력 소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군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으로부터 M16 소총을 지급받아 사용하였으며, 1968년부터 한국군에 제식으로 지급되었다. 1974년 3월 2일부터 1985년까지 대우정밀에서 M16A1을 면허 생산하였다.

*2 군용 야전(野戰) 전화선.

*3 한국 최초의 독자 개발 소화기. 기관단총인 M3 그리스건을 대체할 신형 기관단총으로 개발되었다. K1A 기관단총은 현재 한국군 특수부대에 주로 보급되어 있다. 이 기관단총으로 사격대회에 출전한 특공연대 대대 병력의 사격 성공률이 일반 사단의 M16 소총의 사격 성공률을 능가한 경우도 있다.

*4 1980년 초반부터 1990년 초반까지 한국 육군 특수전사령부 대원들에게 지급된 전투복. 검은색과 청록색이 많은 가로무늬 위장 패턴이 특징이었다.

*5 비행기에서 낙하산으로 뛰어내리는 훈련을 지상에서 하기 위하여 설치된 공수훈련용 타워로 통상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낀다는 11.5미터의 높이로 되어있다.

*6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미국 영화 〈람보〉시리즈의 주인공.

*7 AK 자동보총. 북한군의 제식 돌격 소총. 조정간에서 단발은 ‘단’, 연발은 ‘련’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한국군 특작 부대의 전투원들에게 추가적으로 편제된 화기로서 이는 적성 화기이므로 적진에서 적의 무기를 노획하여 사용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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