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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송현 Oct 29. 2024

이해와 소통:나와 타인은 왜 다른가(2)

이해란 무엇인가?

우리가 "이해한다"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이해한다"는 말이 "배우다"와 거의 비슷한 말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해와 학습, 둘 다 결국에는 뇌에 정보를 집어넣는 다는 말이고, 이해는 이미 학습된 정보들 간의 연결 관계를 뇌 안에서 정립해서 충분히 "사실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근거를 납득하는 과정입니다. 

여러분이 100세 노인이라고 합시다. 여러분이 어릴 적에는 산에서 호랑이가 나오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 산에 갔다가 호랑이에게 물려 갔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죠. 여러분에게 "산에는 호랑이가 나온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러분의 집에는 TV도 없고, 여러분은 산골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 지 잘 모르죠. 그런데 정보가 없다 보니 세상이 변하고 있는지, 여러분이 무엇을 모르는 지도 모르죠.

누군가가 "산은 호랑이가 나와서 위험하다"라고 말을 한다고 해 보죠. 100세 노인인 여러분은 그 말을 바로 이해하고 동의할 겁니다. "그렇지! 그러니 산에는 혼자서 가면 위험한거야." 라고 말하고 자신의 경험에 만족합니다.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서 다행이라고요.

자, 이제 현대를 살아가는 여러분이 똑같은 말을 들었다고 해 봅시다. 

"아니 무슨 개 풀뜯어먹는 소리야? 호랑이가 여기서 왜 나와? 차라리 벌레에 물려서 위험하다고 해라!" 그렇게 얘기하고 피식 웃어 버릴 겁니다. 계속 "아냐! 호랑이가 나와서 위험하다니까? 절대 가면 안돼!" 라고 하면 어쩌면 미친 놈 취급을 할 지도 모릅니다.


위의 예에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 간에 얼마나 다른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있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위의 예들은 쉬운 경우들 입니다. 저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자신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정치적인 문제로 가져 가 봅시다. 


야당과 여당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아니 여당 지지자들 저새끼들은 대체 뭐 주워먹을 게 있다고 저딴 말도 안되는 법을 지지하고 있어? 분명히 돈 먹었겠지!" 라고 합니다. 여당 지지자들은 "아니 경제가 발전해야 시민들의 삶도 나아지는 거지! 저렇게 짧은 시각으로 멍청한 생각을 하는거 정말 문제야 문제!" 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여러분이 생각하는 게 "당연한 사실"인가요?


정치에 대의 명분을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의 명분"만큼 공허한 것이 없습니다. 과연 내 삶이 곤궁해지는 것을 받아들일 만한 "대의 명분"이 있긴 한가요? 당장 내 가족들이 사고 싶은 것을 못 사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누군가 얘기하는 대의 명분을 지지할까요? 누군가는 더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비동의"는 침묵으로 이루어 집니다. 몇 몇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내는 목소리는 절대 다수의 침묵을 묻어버리고 마치 그 "대의 명분"이 다수의 동의를 받은 것 처럼 포장합니다. 여기에 "대의 명분"의 함정이 있습니다. "조금 마음에 안 들어도 별 상관 없는 정도", 그리고 다수의 "침묵"을 이끌어 낼 정도의 "균형있는" 명분, 그게 아니라면 어릴 적부터 교육(혹은 세뇌)에 의해 반대하는 것이 불편하게 된 행위나 현상을 이용합니다. 그들의 "대의 명분"에는 "반대하기 껄끄러운" 조항이 항상 들어갑니다. 이건 우리가 "당연"하다고 하는 문제들이 얼마나 다수의 "동의"에 의존하는 지 알려주는 증거 입니다.

정치는 "옳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 와 "소통"에 대한 중요한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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