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 부상 + 부상
복.근.만 몇 달을 파다 보니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배 근처가 살짝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 이게 바로 복근인가?’
드디어 무언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복근만 보이면 만족할 것 같았는데,
사진을 찍어보면 이상하게 전체적인 체형이 예쁘지 않았다.
‘음… 역시 얼굴이 문제인가?’
엉뚱한 결론을 내리며,
그땐 아직 전체적인 체형에 대한 감각이 없던 시기였다.
아마 그런 나의 편향된 노력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어느 날 관장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지인들끼리만 하는 단체 PT가 있는데,
같이 해보시는 건 어때요?”
참여자 대부분이 20대였고
혼자 30대인 내가 들어가도 괜찮을지 걱정은 됐지만 고맙기도 했고,
이번엔 몸을 조금 다르게 써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 용기 내어 합류하게 되었다.
그때 알게 됐다.
관장님은 하체 운동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이었다는 걸.
복근만 줄곧 파고 있던 나는 그 눈에 썩 만족스러운 회원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체 수업은 강도도 만만치 않았다.
한 번 할 때마다 런지로 건물 7바퀴를 돌고,
스쿼트는 100개 이상이 기본이었다.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나는 아직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구나.’
성취감보다는 지침이 먼저였고,
뿌듯함보다는 지겨움이 앞섰다.
헬스장에 가기 전부터
“오늘도 또 하체겠지…”라는 생각에 몸이 천천히 무거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챙겨주시는데, 나만 힘들다고 빠지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2개월 가까이를 묵묵히 따라갔다.
그러다 어느 날,
허리가 조금씩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앉아 있어도, 누워 있어도
찌릿한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정형외과에서 찍은 MRI에는
요추 4~5번 추간판이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진단명이 남겨졌다.
의사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쿼트 같은 운동은, 안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누구나 좋다고 말하던 그 운동을
나는 이제 다시는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제서야 운동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참고 하면 괜찮은 건가?’
‘아플 땐 쉬어야 하는 건가?’
그간은 따라 하기만 했던 루틴이
내 몸에는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몸의 구조에 따라 추천되는 자세가 다르고,
내 체형에 맞는 운동 방식도 따로 있다는 걸
유튜브와 검색을 통해 하나씩 알아갔다.
단체 PT는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고,
관장님께는 조심스레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인사를 드렸다.
이후 나는
집 근처의 대형 헬스장으로 옮기게 되었다.
하지만 무게를 점점 올리는 훈련은 여전히 내게 낯선 개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영은 살도 잘 빠진다던데… 옮겨볼까?’
하고 생각하며 헬스장으로 향하던 길.
눈에 띄는 간판 하나가 보였다.
“필라테스 1회 5,900원 오픈 특가”
무심코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내 몸에 맞는 운동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