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모든 곳에서(四面) 초나라(楚) 노랫소리(歌)가 들리자, 크게 낙심한 항우는 긴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항우는 초나라의 왕이니까 초나라 노래가 들리면 오히려 사기가 오르고 흥이 날 것 같습니다만.
항우는 한나라 군대에 겹겹이 포위당해 있었습니다. 빠져나갈 길이 없어 막막해하던 차에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리자, 끝내 고향 초나라 사람들까지 한나라 편에서 싸우고 있다고 지레짐작했습니다. 자신의 무운이 여기까지임을 깨달은 항우는 울분을 담아 시 한 편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진나라가 망한 뒤, 한나라의 유방과 초나라의 항우는 천하를 놓고 다퉜습니다. 유방은 거의 모든 싸움을 다 졌으나 유능한 가신들을 두루 거느린 덕에 끝내 천하를 움켜 잡았고 오추마를 탄 항우는 홀로 전장을 헤집어 놓았으나 천하를 얻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항우의 기세는 정말로 대단했습니다. 창 한 자루를 비껴 잡고 돌격하면 어떤 장수도 한 합을 겨뤄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습니다. 항우의 무용은 홀로 만 명을 상대할 수 있다고 할 만큼 빼어났고, 날카로운 전술 감각 역시 비견할만한 장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초한쟁패전 내내 이렇다 할 큰 패배를 겪은 적도 없었지요.
하지만 항우는 뛰어난 장수였을 뿐, 훈늉한 리더는 아니었습니다. 기분 내키는 대로 학살을 자행해 천하의 민심을 모두 잃었고, 인재들을 박대해 적으로 돌렸으며, 무엇보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습니다. 사면초가 역시 실제로 초나라 병사들이 한나라 편에 선 것이 아니라, 초나라 포로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한 장량의 계책에 낚인 것이었구요..
기원전 202년. 한바탕 짧고 화려한 칼 춤을 춘 항우는 당당히 무대에서 내려와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力拔山兮氣蓋世 | 역발산혜기개세
힘은 산을 뽑아내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건만
時不利兮騅不逝 | 시불리혜추불서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도 내닫지를 않는구나.
騅不逝兮可奈何 | 추불서혜가내하
오추마까지 달리려 하지 않으니 나는 어쩌면 좋은가.
虞兮虞兮奈若何 | 우혜우혜내약하
우희야, 우희야. 그대를 어이해야 한단 말이냐..
우 (虞) : 항우의 여인. 딱히 이렇다 할 기록은 없지만 왜때문인지 절세미인 린정. 항우의 탈출에 방해가 될까 걱정한 우 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물론 사실 여부는 알 수 없.. 경극 패왕별희가 패왕 항우와 우미인이 이별하는 내용입니다.
추(騅) : 항우가 싸움터에서 타던 명마로 역시 여러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원래 용이었다가 항우가 죽은 뒤 다시 용으로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로, 훗날 삼국지의 적토마, 수호지의 척설오추마, 서유기의 용마 등 여러 이야기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