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가끔, 전혀 사자성어가 아닐 것 같은데 사자성어인 경우가 있습니다. 운칠기삼이 그런 경우인데요 말 그대로 무엇인가를 이루려 할 때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운이 7할, 능력이 3할이라는 의미입니다. 세상에 뭐 이런 무책임한 사자성어가 다 있나 싶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능력이 3할이나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 대단한 것이긴 합니다.
출전인 요재지이(聊齋志異)는 기이하고 신기한 민담과 전설들을 모은 명나라 시기의 책입니다. 지은이인 포송령은 평생 과거 시험을 준비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공부에는 별 소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는 재능이 뛰어나 요재지이의 저자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옛날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선비는 밤낮으로 공부에 매진해 큰 성취를 이루었으나 어쩐 일인지 과거만 보면 매번 낙방했습니다. 자신보다 학문이 부족한 동문들도 과거에 척척 잘만 붙는데, 선비는 계속 떨어지기만 하니 살길이 막막했습니다. 서발 막대 거칠 것 없는 살림에 끝내 아내마저 떠나가자 선비는 서럽게 울다 기둥에 목을 매려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대로 세상을 등지기에는 쫌.. 마이 억울했습니다.
옥황상제를 찾아간 선비는 세상이 왜때문에 이르케 불공평하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옥황상제가 들어보니 자기도 궁금한지라,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재미난 시합을 열었습니다. 운의 신과 정의의 신을 불러 술 한 병을 내린 것입니다. 두 신은 권커니 잣거니 하며 술병을 비웠는데, 운의 신이 일곱 잔을 마시는 동안, 정의의 신은 고작 석 잔을 마셨을 뿐이었습니다.
옥황상제는 선비를 다시 불러 운과 정의의 술 시합에 대해 가만히 알려 주었습니다. 자신이 확인해 보니 세상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이 맞지만, 그래도 능력을 살릴 기회가 쬐에끔 있으니 너무 낙심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고 합니다.
덧 붙이는 이야기
‘서발 막대 거칠 것이 없다.’는 매우 가난하여 집에 살림살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발'은 양팔을 쭉 폈을 때 한쪽 팔 끝에서 다른 쪽 팔 끝까지의 길이입니다. 세 발이나 되는 긴 작대기를 휘둘러도 뭐 하나 걸리는 게 없을만큼 세간이 없다는 말인데, 요즘 기준으로는 집안에서 5m쯤 되는 막대기를 휘두를 수 있으면 일단 부자 아닌가 싶네요.
제가 보기에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사건 A와, 두 신이 술판을 벌인다는 사건 B는, 상호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소위 서로 다른 두 사건 같습니다. 게다가 명색이 고오급 공무원이라는 분들이 애끓는 선비의 민원을 핑계 삼아 업무 시간에 술 판을 벌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옥황상제부터 선출직으로 바꾸고 대사헌 밑으로 감찰관들을 싹 갈아 치워야...크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