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 兎死狗烹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by 붕어만세

교토사주구팽(狡兎死走狗烹). 조금 줄여 토사구팽(兎死狗烹)으로 사용합니다. 약삭빠른 토끼를 잡은 뒤에는, 부리던 사냥개마저 삶는다는 뜻입니다. 토끼를 잡아온 사냥개에게는 응당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줘야겠지만, 보상은커녕 사냥개까지 잡아먹는 파렴치한 행태를 꼬집을 때 사용합니다.


자기가 필요할 때는 간이라도 내어 줄 것처럼 굴다가, 필요 없어지면 바로 등을 돌리는 권세가들이 있습니다. 이런 권세가들은 늘 신하들이 자신을 배신할까 전전긍긍합니다. 따라서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에는 함께 고생했던 신하들이라도 가차 없이 쳐내곤 했습니다. 큰일을 도모할 때, 함께 할 사람을 잘 골라야 하는 이유입니다.


정리라뇨. 토끼가 아직 만 마리도 넘게 남았을..걸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월나라의 왕 구천에게는 범려와 문종이라는 두 충신이 있었습니다. 구천은 범려와 문종의 도움으로 드디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오랜 원한을 갚았지요. 전쟁이 끝난 뒤, 범려는 조용히 문종을 찾아와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구천의 사람됨은 어려움은 함께할지언정 공을 나눌 나람은 아니니, 토사구팽 당하기 전에 함께 관직에서 물러나자고 권한 것입니다. 하지만 문종은 범려의 권유를 듣지 않았고, 얼마 뒤 모반을 꾀했다는 누명을 쓰고 자결했습니다.


초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대장군 한신 역시 모반죄로 엮이고 난 뒤, ‘이제 유방이 천하를 얻었으니, 나 또한 사냥개처럼 죽겠구나..'라며 탄식했습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명장이라 해도 서초패왕 항우가 죽었으니 그 쓸모가 다한 셈이지요. 물론 한신은 여러 가지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모반을 꾸몄다기보다는 철딱서니 없이 뗑깡을 부렸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신의 죄명을 모반이 아니라 괘씸죄로 보기도 합니다.


창업과 수성은 그 일의 성격이 많이 달라, 어느 정도의 토사구팽은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함께 견뎌온 신하들을 가혹하게 내치거나, 혹은 필요가 없어지자 갑자기 얼굴을 바꾸는 야박한 행태는 눈쌀을 찌뿌리게 하죠. 특히 큰 공을 세운 신하를 내치는 모습을 꼬집을 때 토사구팽이라고 합니다.



어..쫌 됐죠 아마? 형량도 꽤 나올걸요?


덧 붙이는 이야기

패왕 항우의 휘하에는 종리매라는 맹장이 있었습니다. 두루두루 솜씨도 좋고 특별히 모난데도 없는데 싸움까지 잘하니, 한나라에게는 범증만큼이나 골치 아픈 장수였죠. 항우가 쓰러진 뒤, 갈 곳이 없어진 종리매는 한신에게 의탁했습니다. 한신 역시 원래는 항우 밑에 있던 사람이라 평소에는 둘이 친했다고 하네요.


한편, 이래저래 한신이 불편했던 유방은 한신을 잡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한신과 싸워자니 좀 마이 쫄렸습니다. 항우도 못 당했는데, 유방이 당해낼리가 없잖아요. 유방은 한참을 궁리한 끝에 '나 요 근처에 들렀는데, 잠깐 얼굴이나 보고가게 나와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를 읽어본 한신은 대번에 유방의 계책을 꿰뚫어 봤습니다. 이때 한신은 유방에게 바짝 엎드리거나, 아니면 칵퉤칵퉤하고 칼을 뽑아야 했습니다만, 종리매를 죽여서 선물로 들고 간다는 뜨뜨미지근하고 치사빤스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종리매는 뚜껑이 열렸습니다..

"항우를 잡아낸 명장인 너와 유방을 사지로 몰아넣던 내가 굳게 지키면, 유방은 수십만 군사로도 우리를 어쩌지 못할 텐데, 고작 너는 내 목을 빌려서 네 목숨을 구걸하느냐." 종리매는 그 자리에서 자결했고, 얼마뒤 한신은 모반죄로 엮여 죽임을 당했습니다.


사람이 똑똑한 것과 지혜로운 것은 쫌 다르다는 사례를 들 때, 꼬박꼬박 한신이 불려 나오는 이유입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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