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첨족 | 畫蛇添足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뱀(蛇) 그림(畫)에 발(足)을 더하다(添). 뱀에 발까지 더했으니 더 좋아졌다는 의미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없어야 할 것을 덧붙이거나, 필요 이상으로 크게 벌여 일을 망치는 것을 화사첨족이라고 합니다. 두 글자로 줄여서 사족으로 더 많이 씁니다.

어느 날, 한 무리의 하인들에게 술 한잔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술은 적고 입은 여럿이다 보니, 나누기가 쉽지 않습니다. 궁리 끝에 뱀 그림 그리기 내기를 했는데, 가장 먼저 완성한 하인이 시간이 남는다며 뱀 그림(畫蛇)에 발까지 그려(添足) 넣었습니다. 그러자 두 번째로 완성한 하인이 ‘뱀에는 발이 없다’며 술을 냉큼 마셔 버렸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고사가 사족입니다.

사족이니까 발이 네 개.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초회왕은 영윤인 소양에게 군대를 주어 위나라를 치게 합니다. 소양은 선대 왕인 초위왕 시절부터 위나라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워 보물 옥을 하사 받은 명신이죠. 소양은 위나라의 성 8개를 친 뒤, 이번에는 제나라를 공격하려 했습니다. 이 소식에 놀란 제나라 왕은 소양에게 사자를 보내 제나라 공격을 그만두도록 설득합니다.

사자가 소양에게 묻습니다.

"초나라에서는 장수를 죽이고 적을 깨트리면 어떤 벼슬과 작위를 받게 됩니까?"

"벼슬은 상주국(上柱國)이 되고, 작위는 상집규(上執珪)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주국보다 더 높은 벼슬은 무엇입니까?"

"오직 영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영윤은 귀한 벼슬이라, 절대로 두 명의 영윤을 두지는 않습니다."

넉넉하게 밑밥을 풀어놓은 사자는 소양에게 "화사첨족"에 관한 우화를 들려준 뒤,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위나라의 8개 성을 치면서도 초나라의 군대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제나라는 더욱 초나라 군대를 두려워합니다. 이것만으로도 공은 충분한 공적을 쌓았습니다. 여기에 공적을 더 쌓는 것은 마치 뱀 그림에 발을 더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쟁을 멈출 줄 모르는 자는 스스로를 죽일 것이며, 공의 벼슬은 아랫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소양은 사자의 말이 옳다고 여겨, 군대를 물렸습니다. (응?)

방금, 사족별 외계인들의 지금 침공이 결정되었습니다.

두둥. 궁금해서 덧붙여보는 사족

왕은 영윤을 둘 두지 않는다(王非置兩令尹也 )라고 하는 걸 보면, 소양의 벼슬은 아직 영윤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오를 벼슬이 없다는 것을 보면, 이미 영윤같아 보입니다. 찾아보는 자료마다 각각 영윤도 있고, 주국도 있고, 상주국도 있고, 속 편하게 재상으로 퉁 친 것도 있네요. 소양이 영윤까지 오르긴 했는데, 언제 영윤을 찍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1) 소양은 이미 영윤이다.

위나라는 잘 쳤지만, 제나라는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즈음(320년 무렵)의 제나라는 진나라 다음으로 잘 나가고 있었습니다. 괜히 건드렸다가 역으로 털리면, 벼슬은 물론 목숨마저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2) 소양은 아직 주국이다.

다음 영윤을 노려보려면 공적을 계속 쌓긴 해야 하는데, 초회왕은 아버지인 초위왕에 한참 못 미치는 인물입니다. 훗날 나라 말아먹는 왕으로 평가받는 암군이죠. 이즈음은 초회왕이 재위에 오르고 6년이 지난 시점이니까.. 재상들도 대충 초회왕의 그릇 사이즈를 알았을 겁니다. 주군이 저 모양이니, 괜히 나서서 일 벌이지 말자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