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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l 18. 2024

지록위마 | 指鹿爲馬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손가락(指)으로 사슴(鹿)을 가리키며 말(馬)이라고 한다(爲). 간신 조고는 이세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말이라 아룁니다. 이세황제는 이 무슨 실없는 농담인가 싶어 좌우의 대신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어떤 대신들은 말이 맞다고 하고, 어떤 대신들은 잘 모르겠다고 하며, 또 다른 대신들은 사슴이라고 대답합니다.


조고는 자기의 뜻을 거스르고 사슴이라고 한 대신들을 가만히 외워 두었다가, 온갖 트집을 잡아 모두 숙청해 버렸습니다. 자신이 설치는데 방해가 되겠다 싶은 충신들을 조정에서 치워 버린 것이지요. 이렇게 윗사람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일을 지록위마라고 합니다.

뿔만 떼면 말이랑 별 차이도 없구만. 잠깐 말 해..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진나라의 이세황제 호해는 어리석은 황제로, 조고는 희대의 간신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리석고 놀기 좋아하는 황제와, 권력을 탐하는 간신의 조합은 당해낼 수가 없지요. 이세황제를 끼고돌며 권력을 오로지하던 조고는 마침내 스스로 황제에 오르려는 야심까지 갖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모반을 일으켰을 때, 다른 대신들이 들고일어나지는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어느 날, 조고는 사슴을 진상하며 말이라고 소개합니다. 조고의 속내를 간파하지 못한 이세황제가 좌우 대신들에게 '이 짐승이 무엇이냐' 묻자, 조고의 위세에 눌린 대부분의 대신들은 대답조차 제대로 못한 채 얼버무렸고, 일부의 대신들만이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조고는 이 대신들을 눈여겨보아 두었다가, 하나씩 누명을 씌워 싸그리 날려 버렸지요. 애초에 황제에게 바른말을 하는 대신이 누구인지 알아보려던 것이었으니, 이세황제는 조고가 짠 판에서 잘 움직여 준 셈입니다.


어려서부터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던 진시황이었다면 조고의 속셈을 바로 꿰뚫어 보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세황제 호해는 아버지에 한참 못 미치는 그릇이었습니다. 애초에 그래서 조고가 황제로 올린 것이기도 하구요. 나라가 무너져가는데도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호해는 조고의 모반으로 결국 황궁에서 끌려 나왔습니다. 호해는 평민으로 살겠다며 목숨을 구걸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끝내는 자결의 형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기원전 207년.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하고 고작 15년이 지났을 무렵의 일입니다.









루돌프 순록코는 매우 반딱이는 코.. 어색하죠? 사슴 맞다니까.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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