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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붕어만세 Jun 07. 2024

방약무인 | 傍若無人

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형가(荊軻)와 고점리(高漸離)는 사상과 음악을 함께 나누던 친구였습니다. 형가는 노래를 부르고 고점리는 *축을 타며 어지러운 세상을 한탄했는데, 때로는 호탕하게 웃기도 하고 때로는 서럽게 울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마치 주변(傍)에 사람이 없는 것(無人)처럼 행동했는데, 여기서 포부가 크고 당당하다는 의미의 방약무인이 나왔습니다.


훗날, 두 사람은 각각의 방법으로 *진나라 왕을 암살하려다 실패합니다. 형가는 단검으로 진나라 왕을 암살하려 했으나 옷 깃을 살짝 베는데 그쳤고, 고점리는 축을 던져 죽이려다 실패했습니다. 이 암살 미수 사건 이후, 형가와 고점리의 당당함을 나타내던 방약무인은 점점 의미가 바뀌어 '버릇없고 오만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게 됩니다. 아마도 진나라 왕의 노여움이 반영된 결과겠지요.

그거 상절 아니거든요. 제 칼이에요..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진(秦) 나라가 연(燕) 나라를 치려 하자, 연나라 태자 단은 전광을 찾아와 진왕을 암살할 자객을 찾습니다. 국력으로는 맞설 수 없으니, 그 왕을 죽여 전쟁을 피해 보려던 것이었습니다. 전광은 평소 눈여겨보았던 형가를 찾아와 태자의 뜻을 전했고, 형가는 태자 단을 찾아가 세 가지 물건을 요청합니다. 첫 번째는 서리마저 벤다는 명검 상절(霜切), 두 번째는 연나라의 지도, 세 번째는 진나라의 장수였으나 연나라로 몸을 피해 온 번오기의 목이었습니다. 태자 단은 즉시 상절과 지도를 구해왔으나, 망명한 장수를 죽일 수는 없는 일이라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형가는 직접 번오기를 찾아가 진왕을 암살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번오기는 그런 일이라면 아깝지 않다며 스스로 목을 찔렀습니다.


진나라에 도착한 형가는 곧바로 진왕을 알현하려 갑니다. 단검에는 치명적인 독까지 발라 두었으니, 작은 상처라도 낼 수 있다면 암살은 성공할 터였습니다. 지도를 구실로 진왕에게 다가간 형가는 즉시 칼을 꺼내 진왕을 베었습니다만 그저 옷깃을 베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크게 놀란 진왕은 자신의 보검을 직접 뽑아 싸운 끝에 가까스로 형가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죽다 살아난 진왕은 그 즉시 연나라 침공을 명령합니다.


진나라 군대는 파죽지세로 진격해 연나라의 수도까지 함락시켜 버렸습니다. 연나라의 왕은 아들인 태자 단의 목을 보내 화친을 시도해 보았으나, 진나라 군대는 화친도 거부한 채 연나라를 아예 멸망시켜 버렸습니다. 고점리는 형가의 친구였다는 이유로 진나라로 끌려왔는데, 고점리가 뛰어난 악사라는 것을 알게 된 진왕은 고점리의 눈을 멀게 하여 악공으로 삼았습니다. 친구를 잃고, 눈도 잃은 채, 적국의 왕을 위해 연주하게 된 고점리는 치욕을 참으며 복수의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어느 날, 진왕이 참여하는 큰 잔치가 벌어지자 고점리는 진왕을 있는 곳을 어림해 있는 힘껏 축을 던졌습니다만, 축은 진시황의 어깨를 스치고 말았습니다.


진왕은 전국을 통일한 이후, 스스로를 진시황으로 부르며 불로초를 찾아다니고, 대토목 공사를 연이어 벌이며, 저항하는 백성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는 등 폭정을 펴다 죽음을 맞았습니다. 진시황이 죽은 뒤, 진나라는 겨우 2대 만에 멸망하며 전국은 또다시 전쟁의 시대를 맞게 됩니다.







* 축 :  가야금과 비슷하게 생긴 중국 고대의 현악기입니다. 한나라때까지 많이 사용되었으나 송나라 이후 소멸되었습니다. 고점리는 진시황을 죽이기 위해 축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납을 채워 무게를 더했다고 합니다.


* 진나라 왕 : 훗날의 진시황. 진왕 정은 전국을 통일한 뒤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왕"을 대신할 새로운 호칭을 찾게 합니다. 삼황(三皇)과 오제(五帝)에서 한 글자씩 따와 황제를 만들고, 자신은 첫 번째 황제이니 시황으로 부르게 해 진시황이 됩니다.










아.. 본인 칼 쓰세요. 서리도 벤다며..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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