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들려주는 사자성어 이야기
입(口)에는 꿀(蜜)을 물고 있지만, 뱃속(腹)에는 칼(劍)을 숨기고 있다. 말은 부드럽고 상냥하기 이를 데 없지만, 언제든 해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말할 때 씁니다. 아니. 배시시 웃으면서 찌르는, 좀 더 나쁜 사람을 말할 때 씁니다.
훌륭한 황제였던 당현종은 점점 정치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간신이 붙어 나랏일을 어지럽히기 시작합니다. 아첨과 아부로 권력을 얻은 이임보는 다른 신하들이 황제에게 간언하지 못하도록 막고, 수많은 인재들을 쫓아내며 나라의 기둥뿌리를 밑동부터 잘라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이임보를 가리켜 입에는 꿀을 물고 있지만, 시커먼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는 자라고 불렀는데, 여기에서 구밀복검이 나왔습니다.
에헴. 잘난 척을 위한 한 걸음 더..
당현종은 유능한 황제였습니다. 정권을 안정시킨 이후, 뛰어난 재상들을 대거 기용하고 체제를 개혁하면서 개원성세라 불리는 당나라 최전성기를 이끌어낸 황제였지요. 당현종은 ‘내가 고생해야 백성들이 잘 산다'라며 재상들의 간언을 주의해서 듣는 황제였습니다. 그러나, 쉰 살이 넘어가자 당현종은 점점 정치를 멀리하며 길을 잃기 시작합니다. 희대의 간신 이임보가 슬그머니 황제 옆에 붙은 때가 이즈음이죠.
이임보는 간신 중에서도 '클라스가 다른' 간신이었습니다. 가진 능력이 아첨뿐인 이임보는 능력 있는 인재들의 발탁을 방해하고, 측천무후가 겨우 쓸어냈던 문벌 귀족들을 다시 키워냅니다. 모든 정책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멀쩡히 일 잘하고 있던 유능한 관료들은 죄다 쓸려 나갔고, 나라의 기강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졌습니다. 부패한 재상 밑에는 이틈에 뭐라도 해 먹으려는 딱 고만고만한 놈들만 잔뜩 붙었고, 너도 나도 한자리 해보겠다고 설쳐대는 통에 당나라는 완전히 박살이 났습니다. 개원성세 이후 불과 20년 만의 일입니다.
이임보는 부드러운 언행과 그럴듯한 말로 사람을 홀렸으나, 자신의 권력을 위협한다 싶으면 심복이라도 가차 없이 칼을 휘두르는 인간이었습니다. 이 간신을 이야기할 때, 구밀복검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자리 보존에 애쓴 보람이 있어 이임보 자신은 무탈하게 잘 살다 죽었지만, 이후 당나라는 문벌 귀족의 부활, 관료들의 부패, 광범위한 인재 부족 등에 시달리며 휘청거렸고, 안록산의 난까지 겪으며 급속하게 몰락합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