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존경하는 전끝협(전국 끝말잇기 협회) 회장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렇게 편지를 올립니다. 예로부터 끝말잇기는 스무고개와 더불어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전통놀이입니다. 하지만 놀이의 규칙이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지 않아 사회 곳곳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에 민족 문화의 유지 및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하여 감히 한 말씀 아뢰고자 합니다.
먼저 끝말잇기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낱말 놀이의 하나. 여러 사람이 삥 둘러앉아, 한 사람이 한 낱말을 말하면 다음 사람이 그 말의 끝음절을 첫음절로 하는 낱말을 불러 이어 간다.
주목하실 부분은 '끝음절을 첫음절'로 이어 간다는 부분입니다. 음절은 소리의 단위입니다. 표기된 형태와는 구분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얼마 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두 아이가 끝말잇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식탁[식탁]"
"탁자[탁짜]"
"자전거[자전거]" ????
보시다시피 탁자는 마지막 음절(소리)이 [짜]입니다. 하지만 [자전거]로 놀이를 이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짜장면'이 아니라 '자전거'로 말이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표기된 형태'를 기준으로 말을 이어 가는지, '발음하는 소리'로 말을 이어 가는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중등 국어 교육에서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끝말잇기 놀이에서 실제 언중들이 소리보다 표기를 우선시하는 것을 고려하여 국립국어원 측에 '끝말잇기'의 뜻풀이 변경을 요청하시는 겁니다. 뜻풀이에서 '음절' 개념을 삭제하면 표기 형태를 기준으로 말을 이어 가는 오늘날의 실정과 꼭 맞아떨어지게 됩니다. 아니면 발상을 전환해서 '끝말잇기' 대신 '끝음잇기'로 표제어를 바꾸고 이를 홍보하면 확실히 음절(발음, 소리)을 기준으로 낱말을 이어 가야 하는 놀이임이 분명해 집니다.
아무쪼록 명확하게 규정이 정비되어 사소한 다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말이 무너지면 사고(思考)가 무너지고 집단의 사고가 무너지면 언어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국가의 존속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조국을 위해 이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끝협의 앞날에 영광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날이 덥습니다. 항상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