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나는 오빠를 믿는다. 사랑을 하게 되면 항상 지금의 자신보다 더 나아지고 싶어 지니까. 오빠는 분명 더 나아지기 위해 지금도 꾸준하게 노력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도 그런 오빠가 결국 성공할 거라 믿는다. 나도 오빠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첫 이야기가 조금 당혹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나는 예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슬아, 나 이제 응급실에서 나올까 해."
그 한마디가, 우리 사이에 흐르던 고요한 공기를 칼날처럼 베었다. 그에게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고, 나는 그의 눈을 쳐다봤다. 그 큰 눈동자가 온통 진지했다. 이건 중요한 말을 할 때만 나오는 눈동자인데, 단순한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그의 모든 용기와 두려움,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의 모든 고통을 응축시킨, 하나의 거대한 세상이 나에게로 건너오는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가 오랜 시간 응급실에서 일했던 것처럼, 나 또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가장 이성적이고 현명한 답을 찾아내곤 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찾아내면 되지. 어라,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내 안에서는, 하주는 결코 알지 못할 또 다른 질문들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나의 첫 반응은, 언제나 그랬듯 그를 보호하고 편드는 것이다.
"응? 오빠 요즘 많이 힘들어? 아직도 그 선배라는 사람들이 괴롭혀? 내가 가서 다 죽여버릴까? 어디서 감히 우리 작가님에게! 그거 다 질투 나서 그래, 질투. 오빠 그냥 다른 곳으로 옮기자. 똥이 무서워서 피해? 더러워서 피하지!"
그 말이 튀어나오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하주 눈동자가 바뀌지 않았다. 이것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그의 퇴사 이유가 외부의 공격 때문이기를. 내가 대신 싸워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이기를. 나는 얼마나 바랐던가.
이어지는 그의 대답은 나의 기대를 비껴갔다.
"아니, 선배들은 이제 괜찮아. 사실은... 글 쓰고, 강연하고 하는 게 너무 즐거워져서 그래."
그의 얼굴이, 얼마 전 별마당 도서관 단상 위에서 보았던 그 빛으로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문제는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건 온전히 그의 꿈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 동시에, 나의 꿈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면, 나는 조금씩 소름이 돋았다. 이제야 겨우 안정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아이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그려온 가장 소중한 미래인데. 하필 왜 지금, 이 시점에. 나는 오빠의 실패가 두려운 걸까. 아니면 도전이 두려운 걸까.
순간 그가 부동산 계약에 실패하고 이천만 원을 날렸을 때, 그 어깨가 얼마나 작아 보였는지 기억났다. 공모전에서 떨어졌을 때, 그의 무너진 얼굴을 보는 것은 마치 내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 그 실패들이 우리 관계에도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같았다.
안정적인 간호사 연봉 8천만 원. 한 달 뒤의 결혼식. 언젠가 태어날 아이.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안정적인 환경. 함께 그려나갈 미래. 나의 머릿속 계산기는 쉴 새 없이 위험 신호를 보냈다. 아직 그의 작가 급여로는,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기반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 모든 것을 포기할 만큼, 그의 꿈은 가치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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