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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F사람 Jun 13. 2024

오빠 내 말 듣고 있어?

공감은 바로 뒷 말 따라하기?

유튜브에서 여자친구에게 공감하기라는 영상을 봤다. 여자친구가 하는 말 마지막에 있는 걸 똑같이 반복하는 거였다. 좋은 방법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고 따라해봤다.


"오빠 내가 오늘 일하면서 선배가 잠깐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다리고 있었는데?"


"밥을 먹으러 갈 시간이었단 말이야. 그런데 계속 안 오는 거야 그래서 화장실 쪽으로 갔는데"


"화장실로 갔는데?"


"아니 화장실에. 근데 왜 자꾸 내 뒷말 따라 해?"


"응? 따라 해?"


"아니 오빠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듣고 있어? 나 이제 말 안 해."


유튜브에서 엄청 좋은 공감법이라 해서 따라 해 봤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뒷말만 따라 해서 그런지 건성으로 듣는다는 느낌을 줬다. 사람이 집중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들으면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만큼 힘이 빠지는 게 없다. 감정 없이 뒷 말만 따라 하는 건 공감이 아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다고 오히려 다투거나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그럼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잘 듣기만 하는 건 어떨까. 그냥 듣기만 하면 상대방의 말을 자기 식대로 해석해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거기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들으면 정리가 안 돼서 힘들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질문이 필요하다. ‘그 말은 이런 뜻이지?’, ‘아 이러저러하다는 거구나 내가 이해한 바가 맞아?‘라고 이야기 중간에 말하는 게 좋다. 이런 질문은 상대방도 만족하고 말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오빠 내가 어제 퇴근하고 친구들이랑 용산에서 만났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거야. 그런데 원래 그 집이 인기가 좀 많아. 앞에서 웨이팅 하는데 보통 3시간은 기다려야 하거든? 근데 운이 좋아서 1시간 만에 들어갔어. 얼마나 기쁜지 일이 힘들었던 것도 다 잊었다니까? 그래서 이제 앉아서 먹으려고 하는데 애들이 뭘 시킬지 고민하는 거야. 거기에 메뉴는 단 하나뿐인데 “


“아 진짜? 메뉴가 하나뿐인데도 그렇게 인기가 많아?"


“응. 너무 맛있었어.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1시간 기다릴만했어. 다음번에 오빠도 데려갈게. 먹고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곧장 노들섬에 갔어. 근데 거기에도 사람이 많은 거야. 한강 갔는데 또 라면을 참을 수가 없잖아? 그래서 라면에 맥주에 치킨에 애들하고 또 엄청 먹었어. 아까 분명 먹고 왔는데 또 엄청 먹은 거 있지? “


“와 한강에서 먹는 라면이 그만큼 맛있다는 거지? 오늘 일 힘든 것도 다 잊어버렸겠네 ”


“응. 너무 좋았어! 일이 참 힘든 날이었는데 덕분에 엄청 힐링하고 왔어.”


"힐링했다니 다행이다. 나도 다음번에 꼭 데리고 가줘"


"응. 그럴게. 너무 행복한 하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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