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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섭 Sep 01. 2024

나는 씹고 뜯고 맛본다

내가 가장 맛있어 하는 책

독서로 경쟁하자는 거 아니잖아요. 남을 이기고, 남보다 많이 소유하고, 남보다 높은 지위 갖고, 남 위에서 군림하자는 거 아니잖아요. 사람들한테 책 읽어라 하면 하나같이 바쁘다, 시간 없다, 그런 말이죠. 맛있는 거 먹고, 재미난 거 보고, 편안하게 잘 시간은 있으면서 책 볼 시간은 없다고 한단 말이죠. 사실 저도 운동하고 독서, 매일같이 이 둘에 집중하는 삶이 진짜 쉽지만은 않거든요. 그런데 이 힘든 걸 계속하다 보니까요, 내 삶이 쉬워지는 거예요. 힘든 운동하고, 힘든 독서하고, 이 힘든 두 가지를 매일 같이 하니까요, 내 삶이 진짜 쉬워지는 거예요.
-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중에서

  

 나는 친구들에게 밥 사는 것처럼 책도 가끔씩 샀다. 사실 책을 사는 척만 했다. 서점에 가게 된다면 둘러보다가 책 표지가 예뻐 보이는 것만 슬쩍 봤다. (그러고는 결국 안 샀다) 내 방에는 책이 10권도 없었다. 몇 권 있는 것도 '달빛조각사'같은 게임소설책이었다. 내가 책을 안 읽으니 주변에도 책 읽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끔 책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네 그렇죠. 책은 좋죠" 라며 이해하는 척했다. 사실 책이 좋은걸 누가 모르겠는가. 단지 그것보다 더 재밌는 게 많은 거뿐이지. 직장에 다니면서 많이 바빠졌다. 바쁜 일이 끝나면 스트레스 풀기 위해 술을 먹어야 했다. 쉬는 날에도 스트레스 풀려고 밖에서 놀아야 했다. 오래간만에 휴가를 가면 스트레스 풀어야 하니까 더 열심히 놀았다.  

 책을 읽는 건 나에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였다. 독서란 청소처럼 시간이 남았을 때 하는 거였다. 요즘 같이 바쁜 일상에 책이라니 독서는 사치다. 누군가 책 읽어 보라고 하면 '바쁜데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없어요. 유튜브에 지식 다 나와있는데 시간 아깝게 책을 왜 읽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역행자'라는 책을 봤다. 그 책은 내 취미뿐 아니라 인생 자체를 독서로 바꿨다.

나를 책돼지고기 두루치기로 만든 책

 책 읽는 습관을 갖고 싶어서 2023년부터 주변 사람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에세이, 자기 계발, 고전문학, 소설, 인문학, 과학 모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1달에 10권 정도 읽는다. 작년에는 책을 50권 읽었는데, 올해는 100권 읽는 게 목표다. 주변에서 '책돼지'라고 하는데 그건 나를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실 '책돼지고기 두루치기'다. 그 정도로 '책을 맛있게' 읽는다. 점점 읽는 게 맛있어지니 내가 직접 글을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정말 운 좋게도 작가가 되어 꾸준히 글을 쓰게 되었다.  

책돼지고기 두루치기

  

 우리의 월클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도 책을 엄청 좋아한다고 한다. 그의 책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를 보면 그가 축구 말고도 얼마나 책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축구와 책' 과연 이게 어울리나 싶은데 책 덕분에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바쁜 시간에도 책을 읽다 보면 책이 나에게 시간을 만들어준다"라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데, 그만큼 먹어본 놈이 맛있는 걸 잘 찾는다고 여러분도 먹어보면 안다. 찍먹 말고 책을 정말 맛있게 먹어봐야만 무슨 말인지 안다. 누구보다 바쁘다고 할 수 있는 월클 대디 손웅정도 책을 읽는데 '바빠서 책을 못 읽어요'라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


 주변에서 책 중에 가장 좋았고, 맛있는 책이 뭐냐고 물어본다. 그럼 나는 자신 있게 '책을 읽었을 때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라고 대답한다. 앞서 말했던 '역행자'처럼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도 나에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어줬다. 앞으로도 이런 책들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나도 누구에게나 맛있는 책을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은 게 꿈이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은 에너지가 생기는 것처럼 사람들이 내가 쓴 책을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다.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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