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내가 부자가 될 상인가
어느 날 그 친구와 사당역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행복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물었다.
"부자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오빠?"
"돈이랑 행복은 별개야. 재벌이나 부자들도 자살하고 그러잖아. 나는 행복이 돈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신에 있다고 믿어. 그래서 철학이랑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뗐다.
"오빠, 저희 엄마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수아야, 부자가 불행하다는 말은 일단 부자가 되어보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이란다. 부자가 불행한지 궁금하면 부자가 되어보렴'."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부자가 될 확률은 0퍼센트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이 흘렀고, 나는 큰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 자유를 이루었다. 그리고 이제 '돈은 행복을 가져다주는가?'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돈이 행복을 보장하진 않는다. 다만 인생의 자유룰 보장할 확률은 높다 "
-역행자 중에서
작년부터 나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평소에는 '내가 아직 돈도 없는데 무슨 부동산이야'라며 생각했다. 그리고 부동산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지이이이인짜 돈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아 사회초년생의 슬픔이여. 신이시여 이번 생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접어야 할까요. 내가 이렇게나 돈을 안 모았다니. 지금까지 내 돈 내산 한 것들이 새삼 아깝게 느껴집니다.
돈은 없지만 ‘견물생심’이라고 부동산 공부를 할수록 집이 너무나도 갖고 싶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은 없지만 내 집 다오.' 아름다운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술을 줄이게 됐다. 담배를 끊었다. 계절마다 옷도 안 샀다. 명품도 안 샀다. 택시도 안 탔다. 치킨도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이게 제일 슬퍼) 결과적으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 집 마련의 꿈 덕분에 돈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더 열심히 모으게 됐으니까.
첫 부동산 공부는 '월급쟁이부자들'이라는 강의로 시작했다. 강의도 듣고, 조별끼리 모여서 오프라인으로 임장도 다녔다. 부동산 입지를 분석한 과제도 하고, 조원들이랑 발표도 했다. 무슨 대학교 수업 같았다. 그렇게 하면서 느낀 건 생각처럼 너어어어어무 어려웠다. 극지방에 있는 빙산처럼 부동산을 알면 알수록 그 안에는 더 어려운 것들이 있었다. 포기하려는 순간 강의에서 선생님이 말했다.
"여러분 부동산 공부 어렵죠? 그럼 뭐 쉬울 것 같았어요? (강사가 mbti T라 미숙하다.) 아무나 쉽게 못하니까 돈 버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물론 재테크가 부동산만 있는 건 아니에요. 누군가는 주식 투자, 누군가는 코인 투자로 돈 벌겠죠. 그런데 살면서 부동산 이슈에 한 번이라도 부딪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럴 자신 있어요? 여러분 지금이라도 공부해야 해요. 포기하면 나중에 더 힘들어져요. 요즘 전세사기 많죠? 모르면 사기당하는 거예요. 나이 들수록 사기당하는 금액도 더 커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공부하자고요. 부동산 강의 어렵죠? 제가 못 가르쳐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어려운 게 정상이에요. 당연히 이렇게 강의로 보기만 해서 어려운 거라고요. 부동산은 실전입니다. 공부만 열심히 하고 계속 제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마치 책은 많이 읽는데 행동을 안 해서 바뀌는 게 없는 사람들이랑 똑같은 거죠. 어느 정도 기본용어가 이해됐다면 그냥 부딪치세요! 강의 당장 꺼도 좋으니까 지금 부동산에 아줌마한테 전화하세요. 며칠 뒤에 매물 보러 가겠다고! 지금 당장 저스트 두 잇 나우! "
팩트로 두들겨 맞았다. 아니 내 뒤에 카메라 있나. 타이밍 딱 좋게 이야기해주네. 그 말을 듣고 용기가 생긴 걸까? 네이버 부동산에 있는 얼굴이 가장 선해 보이는 사장님들에게 전화했다. 아저씨 사장님은 말투가 너무 쎄서 그냥 끊어버렸다. (저 부린이입니다. 제발 살살 대해주세요.) 그리고 바로 다음날 아줌마 사장님들 세 곳에 약속을 잡았다. 약속 시간이 되고 첫 번째 부동산 앞에 도착했지만 문을 열까 말까 1시간 정도 고민했다. 너무 떨렸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시하는 게 아닐까? 내가 당장 집을 사지는 못하는데 뭐라 하는 건 아닐까? 혹시 공부하러 온 거 아니냐고 혼내는 거 아닐까? 괜히 처음부터 사기당하지는 않을까? 머리에서 수 십 가지 생각이 뒤섞였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안에서 사장님이 먼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 혹시 어제 전화하신 분 아니에요? 마침 안 오셔서 전화하려고 했는데 얼른 들어오세요 ” 나는 그렇게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부동산에 첫 발을 들였다.
강사님 말처럼 역시 부동산은 현장에서 보는 게 가장 이해가 잘 됐다. 물론 '공부하러 온 거 아니에요?', '집 살 거 맞아요?'라고 말하는 사장님들도 계셨다. 하지만 좋은 부동산 사장님들이 더 많았고, 공부뿐만 아니라 실제로 내 집 마련을 하게 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정말 다양한 곳들을 돌아다녔다. 6달 동안 40개의 아파트를 봤다. 신기하게도 처음 문을 열어 준 친절한 사장님과 내 집 마련 계약을 했다. (인연이라고 했죠~거부할 수가 없죠~♬) 사장님과 좋은 인연이 돼서 지금도 한 번씩 인사하러 들린다.
내 집 마련을 하고 이번에는 청약, 재건축, 재개발 공부를 했다. 기본적인 용어는 책이랑 강의를 봤다. 그리고 실제로 청약에 당첨되면 갈 수 있는 '신축'을 보고 싶어서 '모델하우스'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델하우스는 "저희가 이 땅에 집을 이렇게 짓겠습니다! 재건축 조합원분들은 시공사와 계약하시고, 비조합원분들은 청약 넣으세요. 어서들 구경하러 오세요~"라며 말하는 곳이다. 마침 '래미안 라그란데' 모델하우스를 하고 있다는 광고를 봤다. 당장에 집을 살 돈은 없지만 모델하우스를 보고 열심히 돈을 모으고 싶었다. 서울 신축 아파트에서 살게 되는 꿈을 갖고 싶었다. 여자친구에게는 우리가 나중에 살 집 보러 가자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 손잡고 ‘모하 데이트’를 하러 갔다.
처음 보러 간 모델하우스라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입구에 있는 곳에서 그림 그리고, 스티커나 붙이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래미안 라그란데 모델하우스는 20평, 30평, 40평 총 3개가 있었다. 사람들이 평수마다 하나씩 줄을 서서 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를 갈지 고민했다. 그때 바로 옆에 있던 부부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빠. 20평 이쁘네. 우리 30평도 보러 가자!"
"에이. 우리 돈도 없는데 30평은 무슨. 그거 어차피 사지도 못할 건데 왜 봐."
"왜 그래도 온 김에 보고 가자. 시간도 많잖아"
"아니야. 괜히 눈만 높아져. 사람들도 많아진다. 이제 나가자"
옆에서 그 부부를 보고 있던 모델하우스 직원이 아주 작게 말했다.
"저 사람들은 평생 20평 살겠네"
그 말을 듣고 나랑 여자친구는 얼굴을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20평, 30평, 40평 다 보고 집에 가자"
세 군데를 다 보고 나서 너무 만족했다. 여기에서 산다는 상상만 해도 미치도록 설렜다. 당장에 이런 신축을 살 돈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모으고 싶어졌다. 우리는 또다시 돈을 모을 거고, 이런 신축에 꼭 살게 될 거다. 신축에 살 확률이 아주 조오오오오금 올라갔다! 역시 대세는 얼죽아(얼어 죽어도 신축) 아니겠습니까아!
위에 있는 책 '역행자'에서 나온 말처럼 '내가 부자가 될 확률은 없다'라고 믿으면 정말 부자가 될 확률은 0%다. 운이 좋아 로또 1등에 당첨된다고 해도 확률은 814만 5060분의 1이다. (그 로또조차 당첨될 확률이 없다 생각하고 사지 않으면 확률은 0% 다.) 지금 당장 돈이 없어서 부동산을 살 확률은 없다고 생각했다면, 난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했을 거다. 이미 내 집 마련을 했다고 신축에 살 확률이 없다고 생각했다면, 앞으로 계속 구축에만 살아야 할 거다. 모델하우스에 가서도 돈이 없다고 20평만 봤다면, 30평, 40평에서 살 수 있는 확률은 0%와 가까워졌을 거다.
"에이 내가 무슨 부자가 되겠어? 그냥 먹고살 만큼만 벌면 돼.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하고 바보 같은 소리야. 이미 금수저를 달고 태어나는 세상에서 흙수저인 내가 어떻게 부자가 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부자가 될 확률은 어떻게 될까. 본인이 바라던 대로 0%지 않을까. 그래서 평소에 생각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생각이 달라지면 표정도 아주 살짝은 달라진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0.1%라도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 내 관상도 점점 부자가 될 상으로 바뀐다. 어쨌든 안 믿으면 0%인데, 부자가 된다고 생각하면 아주 조오오오금이라도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대다수의 성공한 사람들은 본인의 생각을 믿고 행동하면 부자가 될 확률이 곱하기로 올라간다고 말한다.
0(믿음) x 100(기회) = 0
"내가 부자가 될 확률은 0%야"라고 생각한다면 100%의 기회가 오더라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떠나보낼 것이다. 조금이라도 믿고 기회가 왔을 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럼 이제 당신이 부자가 될 확률은 몇 프로 인가. 0% 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확률이 있을까? 확실한 건 결국 본인이 생각하고 행동하기에 달려있다.
'역행자'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