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발길이 가 닿은 곳
(2024/12월~2025/1월)
[히]
루앙프라방에서의 첫날 아침이 환하게 밝았다.
숙소 창밖 너머로 밤 늦게까지 동네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다가
자정이 한참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을까...
먼동이 트기도 전부터 이번엔
온동네 개들과, 닭들의 우렁찬 새벽 인사를 듣고 있노라니
아무리 이곳이 느림의 미학을 지닌 라오스라지만
첫날부터 저절로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구나.ㅎㅎ
이른 아침, 숙소를 나와 무작정 시내중심지로 걸어가 보기로 한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라오스 문화와 불교유적지 그리고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루는 루앙프라방에서
라오스 한달살기 중, 18일(이어서 방비엥 3일, 비엔티엔 7일)을 지내야 하는데
적잖은 시간동안 어떻게 건강하게 잘 먹고, 잘 구경해야 할지?
숙소에서 멀지 않은 대도로변으로 나오자,
이곳 역시 아침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이 여느 동남아 나라와 비슷하게 펼쳐진다.
어젯밤 숙소에 도착한 후로, 예상을 빗나간 숙소상황에 적응하느라 지친 몸과 마음이
사람들 활기찬 아침을 엿보는 것만으로 급 밝아진다.
세계 한달살기 여행을 수 차례 다니고 있음에도
매번 목적지 도시의 숙소에 도착하기까지는 긴장을 하게 된다.
에어비앤비에 올려진 사진과 정보만 보고 미리 숙소를 예약한 터라
생각지 못한 데서 뜻밖의 변수가 가끔씩은 있기도 한데 루앙프라방 숙소가 쫌 그랬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평화롭기로 이름난 라오스까지 와서,
숙소 마당에 열대지방의 상징과도 같은 흔하디 흔한 야자수나무는 안보이더라도
담장과 철문에 빙 둘러싸인 숙소에서 살게 될 줄이야..
때마침 우리가 라오스 여행하는 시기가 성수기(12월~2월)인데다,
사정상 여행 시작 날짜에 임박해서, 그것도 주방을 갖춘 아파트형 숙소를 찾다보니
원하는 가성비 숙소가 생각보다 없더라.
다행히 이 숙소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확하지 않았던 것 빼고는
(그러고보니 사진상으로 보여지는 창밖 모습이 뭔가 애매하면 실제 뷰는 없다고 봐야 하는데...)
그밖에 다른 조건들이 좋아서(그중에도 와이파이 사정 안좋은 라오스에서 숙소 와이파이 속도가 매우
빨랐음) 바쁜 김에 더 볼 것도 없이 예약했더니... 이런!ㅎㅎ
이래저래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박차고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숙소 밖으로 펼쳐지는 마을과 거리 풍경이
답답하던 마음을 금세 열어놓는다.^^
숙소를 나와 걸은지 10여분 지날 즈음, 눈앞에 옛스러운 모습의 철교가 등장한다.
남칸 리버브릿지이다.
실은 루앙프라방에 머무는 동안 이 재밌고 운치있는 남칸 강 다리를 통과해 시내를 드나들어보고 싶었다.
루앙프라방은 시내 중심지역이 작고, 볼거리도 모여 있어서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도시란다.
사실, 중심지 안에 숙소를 정하면 여러가지로 편리하고 쉽게 구경다닐 수는 있겠으나
우리는 조금은 긴시간 동안 이곳에 머물기에 도심의 상업지역 한가운데서 살기 보다는
조금 떨어진 외곽이라도 현지인이 사는 동네에서 살며, 걸으며
라오스를 그만큼의 속도로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느껴보고 싶었다.
숙소와 시내 딱 중간에 남칸 강이 있다.
막상 철교를 걸으며 남칸 강 주변으로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마주하니
숙소로 인해 갑갑했던 마음은 어느새 저멀리 강물따라 다 사라져버렸다.
비록 숙소 코앞에서는 안보여도 대문밖을 나서자마자 눈앞에 널린 게 야자수 나무다.^^
부지런히 걸어 시내 중심가에 있는 루앙프라방의 새벽시장을 보러 갔다.
오전 10시쯤 되면 파장한다는 이 시장은 길이가 불과 약 1km 남짓밖에 안되는 작은 시장이지만,
루앙프라방을 찾는 여행자들이 시장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새벽 탁발을 마치고
죽이나 국수를 먹기 위해 들르는 예정된 코스일 정도로 유명한 시장이란다.
좁은 시장 골목길 양옆으로, 수많은 다양한 먹거리와 공산품들이 늘어서 있는 사이를
(시장 분위기는 봤으니 다음번에 제대로 구경하기로 하고)
대충 보며 지나쳐 근거리에 있는 메콩강가로 가본다.
루앙프라방을 휘감고 도도히 흘러가는 메콩강 주변으로,
이곳이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장소임을 보여주듯
운치있고 아름다운 카페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중 한곳을 찾아 메콩강을 바로 눈앞에 두고 앉아본다.^^
루앙프라방 관광포인트 중에 메콩강에서 배를 타고 노니는,
여러 옵션의 메콩강 크루즈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잠깐 앉아 있는데도 크고 작은 배들이 시종 눈앞을 오가며 재미와 흥을 돋운다.
어떤 배들은 뽕짝뽕짝 음악소리(중국풍ㅎㅎ)까지 함께!
다양한 크루즈들 중에 기왕이면 선셋 크루즈로,
적당한 가격대를 골라서 나중에 한번 타볼 생각을 하며 카페에서 막 나오는데
바로 옆에 여객선 터미널이 있다?!
비싼 크루즈 타기 전에, 값싼 대중교통수단인 카페리를 타고
강 건너편 동네를 한번 다녀와봐도 색다른 느낌이 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전엔 시장통을 가봤으니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루앙프라방에서 제일 크다는 D&T Supermarket을 들렀다.
왠만한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은 없는 거 빼고 다 있긴 한데
정작 신선한 식재료나 다양한 과일, 반찬 등은 없어서 실망이다.
마트에서 저녁꺼리를 사볼까 했다가 포기,
그리하여, 루앙프라방 첫날 저녁 메뉴로 사온 것은 바로 요것.
아침시장에서 봤던 대빵 생선인데 길거리 몇군데서 꼬챙이에 끼워
즉석에서 먹음직스럽게 숯불구이를 하고 있다.
바다가 없는 동남아 내륙국가 라오스에 온 첫날,
비록 민물고기지만 좋아하는 생선을 먹게 되니 마냥 기쁜 남편.ㅎㅎ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여 하루종일 숙소주변을 비롯 시내중심지를
발길 가는 대로 빙빙 돌아다녔더니 걸은 시간만큼이나 라오스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곳에서도 어떻게든 잘 먹고, 잘 구경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설레임이 슬슬 피어난다. ^^
(2024/12월~25/1월, '라오스 한달살기' 중에 가족카페에 '실시간'으로 쓴 글입니다. 가족카페다보니 격의없이 씌어지거나, 미처 생각이 걸러지지 못한 부분들도 있지만 그 나름의 솔직한 정서와 감정에 의미를 두고 공유합니다. 글 중간에 2025년, 현재 상황과 심정을 삽입하기도 하고, 글 맨아래에는 현재 생각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호]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를 한두번씩 가보았지만,
정작 라오스는 한번도 가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달살기를 한다면 이번에는 꼭 라오스를 오고 싶었죠.
라오스에 오기 전에 라오스에 대한 유튜브 영상이나 여행기를 찾아보며
공부를 해봤으나, 대부분 라오스의 조용하고 시골스런 풍경이나
라오스인들의 친절함과 따뜻한 미소를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라오스로 떠나오기 전에 벌어진 12.3 계엄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스런 마음이 가득한 채,
조용한 나라에 와서 한가롭게(?) 한달살기를 하는 게 마냥 편안할 수 없었습니다.
몸은 라오스에 머물면서 루앙프라방 길거리에서나 카페에서도
핸드폰으로 시시각각 뉴스를 찾고 있는 내 처지가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의 한달살기는 이렇게 어정쩡한 상태의
마음가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조금은 더 힘든 한달살기가 된 듯 합니다.
[히]
불과 세달 전 글임에도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라오스라는 나라는 동남아 중에서도 조금은 마음이 멀었던, 제게는 미지의 나라였습니다.
그런 루앙프라방에 처음 도착하여 맨 먼저 발길이 가 닿은 곳은 관광지가 아닌, 현지 시장과 마트입니다.
낯설고 물설은 도시에서 한달이라는 시간을 건강하게, 그것도 저렴하게 잘 살아내기 위한,
어쩌면 본능적인 끌림인 것이죠. 어디서고 여행보다 생존이 우선이니.ㅎㅎ
루앙프라방 도착 첫날, 담장으로 답답하게 둘러 쌓인 숙소를 보고는 엄청 실망했었는데
다 지나간 지금 생각해보니 참 별 것도 아닌 것을... 싶네요.ㅎㅎ
루앙프라방도 막상 숙소를 구해보니 은근 방값이 싸지 않더군요.
그나마 우리가 묵은 숙소가 도심 외곽(시내까지 걸어서 20분)에 위치해서
이 정도가 아니었을지.(물론 어떤 숙소 유형을 원하느냐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것은 외국 도시에 막 도착해서
한몸 편안히 누일 숙소가 확인되고, 그 지역 먹거리에 대한 최소한의 탐색이 끝나고나면
비로서 한달살기 절반은 해낸 듯한 마음의 안정과 함께
남은 절반의 여행이 가뿐히 시작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