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동무. 어린이들이 나란히 걸어갈 때 서로 팔을 올려서 어깨를 겯는 행위. 어깨동무의 정의이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렸을 때 배시시 웃음이 난다. 어깨동무는 둘이서 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서서 할 수도 있고, 또 원형으로 둘러서서 할 수도 있다. 어떤 모습이든 모두들 웃고 있다. 그런 느낌이다.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 주변에 글자들이 둥실둥실 떠있다. '우리 친해요'. 그래서 '동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걸까? 동무는 친구의 유의어이지 않는가.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 짝이 되어 함께 하는 사람. 벗. 친구. 짝꿍.
반대항 시합을 위해 '어깨동무'를 하며 단합의지를 다지는 우리반 남아'동무'들의 '어깨'다짐 퍼포먼스
나란히 나란히 서로의 어깨를 내어주고 또 얹어두고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한다' 마음을 내어주는 동무들. 서로를 향해 내고 얹은 그 어깨에 그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이 우정 영원하길.
어깨는 참 든든하다. '어깨에 기대다'라는 말은 위로가 된다. 편안함이 있다. 누군가의 어깨에 살짝 기대는 상상을 해본다. 저절로 눈이 감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다. 그냥 이대로 계속 기대어 있고 싶다. 첫 상상은 물리적으로 넓고 단단한 어깨였다. 나보다 어깨가 넓은 남자, 남편 또는 아빠가 떠오른다. 그리고 또 친구도 떠오른다. 슬픈 날, 마음이 축축 쳐지는 날 나와 함께 나의 투정을 들어주는 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울었던 순간도 떠오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어깨도 떠올랐다. 나보다 훨씬 작고 여린 내 아이의 어깨. 그 작고 여린 어깨에 고개를 살짝 기대는 것만으로 평온이 찾아오는 순간도 있었다. 어깨에 기댄다는 것은 그런 것인 듯하다. 그 어깨가 크던 작던 나의 마음을 온전히 맡겨 얹을 수 있는 존재에게 나의 마음을 나누는 것. 나의 마음을 나눠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무 말 없이 그저 전하는 것.
'어깨를 감싸 안다'라는 말도 있다. 포근히 감싸 안다. 나에게 슬프고 외롭고 힘든 날이 왔을 때, 누군가 내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아주며 토닥여준다면 너무나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고마운 순간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어깨'와 관련한 이 모든 행동들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있어야만 한다. '어깨동무'도, '어깨에 기대는 것'도, '어깨를 감싸안는 것'도, 그리고 '어깨를 내어주는 것'도 서로가 필요하다. 깊이 있게 단어를 들여다보니 이 '어깨'라는 단어, 참으로 따뜻하고 든든하고 고맙다.
지금은 비록 혼자 있어 나 혼자 셀프 어깨동무도, 셀프 기댐도, 셀프 감싸는 것도 할 수 없지만 어깨에게 할 수 있는 게 딱 하나 떠올랐다. 어깨야 고맙다. 나에게도 위로가 되어주어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어줄 수 있게 든든하게 버텨주어 참 고맙다. 토닥토닥 내 어깨를 토닥여본다. 어깨가 으쓱한다.
모두의 어깨 / 이지미 / 모든요일그림책
개인의 일상은 늘 빡빡하고 견뎌 살아내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하고 있기에 또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모두의 어깨>는 그런 우리의 어깨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하루를 보내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우리의 신체와 관련한 많은 관용어구들이 있습니다. 손을 맞잡다, 눈을 맞추다, 손발이 맞다, 마음이 통하다 등 함께의 힘을 신체부위인 손과 발, 눈 등의 단어를 사용해 표현했습니다. <모두의 어깨>에서는 그중 ‘어깨’의 든든한 느낌을 빌어 공동체의 힘을, 모두 함께의 힘을 이야기에 풀어내고자 한 듯합니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고 격려가 되는 따뜻한 함께의 힘을 ‘신체부위’와 관련한 관용표현을 사용해서 이야기해 보는, 글을 써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했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 그리고 아름다운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