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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연 Nov 08. 2024

아버님 밭 투어

시댁이 강릉 (1)

(* 처가도 처갓댁, 시가도 시댁으로 통일해서 부르기로 현과 결정! 아무래도 대우받는 게 양쪽 다 좋잖아..!)


Intro 1 > 남편 현은 강릉에서 나고 자랐지만 거의 나만큼 강릉을 안다.ㅋㅋㅋ 같이 간 첫 강릉 여행에서 한 카페에 갔다가 나오던 중, ”엇 여기 내 고등학교잖아?!“ 라고 놀라 외쳤기 때문..! 덕분에 강릉 투어를 함께 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재미가 크다.


Intro 2 > 결혼 2년 차, 이젠 강릉에 가도 바다와 해산물을 굳이 찾지 않는다. 심지어 이번 방문 때는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갑자기 깨달은 그 사실이 새삼 놀라워 이 시리즈를 연재해 보고자 결심했다. 헤헤. 강릉에서 바다와 해산물은 굳이 찾지 않아도 아버님의 밭과 독립 서점은 굳이 찾는, 강릉 남자와 결혼한, 서울 여자. 나 또한 오래, 즐겁게 기록해 나가보고 싶은 내용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면, 이번 강릉 여행 목적은 딱히 없었다. 그냥 어머님 아버님이 보고 싶어서! 였다. 생각해 보면 아무 이유 없이도 더 자주 찾아뵙고 싶은데, 항상 생신이나 명절이 주요 목적이었던 듯. 그래서 이번 강릉이 더 소중하고 뜻깊었다.


• 240705 금 •


이직 후 이전보다 자유로운 연차 사용이 어려워진 남편이 금요일에 반차를 쓸 수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연차를 썼다. 집에서 쉬다가 강릉 갈 짐 싸야지. 하고. 생각보다 남편이 일찍 끝나는 바람에 뒹굴거릴 시간이 쪼오금 부족했지만 그래도 서둘러 야무지게 준비했다. 늦은 점심 간단히 먹고 (사연 많은 광교 갤러리아에 들렸다가) 강릉으로 출발~


강릉 토박이+자영업 버프로 아버님 어머님은 다양한 모임에 구성원으로 속해계신데, 역시나 우리가 도착하는 날 저녁도 모임에서 약속이 있으셨다. 부득이하게 저녁을 따로 먹고, 근처 카페에서 어머님 아버님과 상봉했다. 근황 토크토크, 주말을 어떻게 잘 보낼지 수다수다 계획계획.


아 맞다. 사실 살짝 숨겨진 목적이 있긴 했었지. 골프에 빠진 현의 골프채를 아버님이 마련해 두신 것..! 골프채를 어떻게 잘 개시해 볼지도 생각생각. 생각 끝에 토요일 일정이 아버님 밭 - 점심식사 - 골프 연습 - 저녁식사로 정해졌다.


카페에서의 짧은 듯 긴 대화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짐 풀고 씻고, 다 같이 둘러앉아 티비 소리를 배경 삼아 간단한 대화와 맥주 한 잔(나는 무알콜. 다이어트.. 때문.) 행복.


• 240706 토 •


금요일 밤, 현이 어머님께 ‘우리 내일 몇 시에 나갈까?’ 라고 여쭤봤다. 어머님이 ‘너희 일어나는 대로 준비하고 나가면 되지~‘ 라고 하셨는데, 현이 ’그러면 우리 점심 먹기 전에 못나가!‘ 라고 한 말에 백 번 공감. 결국 출발 시간을 10시로 정했는데, 출발할 때 시간 보니 10시 반이었다. 그래도 선방. 헤헤.


차로 20분 정도 갔을까. 내가 알던 밭1보다 더 깊은 곳에 밭2가 하나 더 있었다..! 아버님이 사셨다는 트랙터도 그곳에 늠름하게 자리잡고 있었고, 거름을 제대로 안 줘 별로 안 크다던 옥수수도 많은 수가 씩씩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바로 옆의 들뜬 아버님 목소리가, 얼마 전에 밭이 제일 편하시다던 아버님 목소리와 겹쳐 들렸다. 그 순간 아침 볕에 빛나던 옥수수들이 더 반짝반짝 빛났던 건 기분 탓일까?


비가 온다던 예보가 무색하게 쨍쨍하던 해를 못 견디고 금세 다시 차에 탔고, 그대로 밭1로 향했다. 밭1에는 밭2보다 다채로운 식물들이 무심한 듯 가지런히 심겨있었다. 방울토마토, 바질, 참외, 아로니아 등. 어제 저녁 때 맛본 방울토마토가 너무 귀엽고도 상큼달콤해서, 바로 비닐을 들고 방울토마토를 향해 걸어갔다.

빨간 알들을 열심히 따담는 내 모습. 왠지 모르게 나한테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현이 다정하게 사진에 담아 주었기 때문일 수도.


다정한 시선과 더불어 다정한 바질 꽃다발까지 건네주는 남자 어떤데..!


열심히 바질을 딴 우리는 항상 들리는 오리주물럭 집에 가서 항상 먹던 매운맛으로 항상 넣는 우동사리까지 클리어.


열심히 먹은 자. 움직여라..!

현의 골프채도 개시할 겸 근처 스크린 연습장으로 향했다. 어머님께 한 시간 동안 특훈 아닌 특훈을 받았는데, 그게 뭐라고 손에 물집이 잡혔다. 아직 자세도 느낌도 잘 모르겠지만,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겠다는, 그러고 싶다는 바람으로 열심히 연습해 본다. 이사 가면 강습도 연습도 꾸준히 도전해 보자.


• 쓰다 보니 꽤나 긴 글이 될 듯 해, 독립서점 및 미술관 투어는 (2)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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