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탄핵되고 난 이후에, 의료계는 다시 자기들만의 짜고치는 고스톱을 재개하고 있다. 정부는 설날에 응급진료를 지원한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고, 의사협회는 학생들 교육 문제를 또다시 제기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갈지는 모르겠는데, 돌아가든 안 돌아가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사협회가 그동안 많은 일들을 한 것도 아니지만, 권익단체로서 의견을 존중하는 것 뿐이고, 의료 정책에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대표 단체라는 것 만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능력을 발휘해서 일을 잘하면 영향력이 있을 것이고, 잘 못하면 아무리 유명해도 영향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달라질 것이 없는데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
언론을 통해 교수나 연예인 등 유명인들을 통해 집단을 뭉치게 만드는 특정 방향의 담론을 얘기하고, 여러 사건 사고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뒤로는 이권 거래로 집단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을 막는 것은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일부 집단에서 나타나던 생계형 파시즘으로 점점 심화되어 오던 일이다. 정치적으로는 일당 독재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운영하는 중국에서 정보통신과 AI 기술 발달로 사회 감시기술이 발전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그런데 본래 이런 기술들은 내부 조직에서 쓰일 때와 달리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되면 정치적 독재와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데, 기업과 같이 방향이 명확한 조직에서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될 경우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법에 의한 민주주의 질서가 충실히 구현된 나라이지만, 근래에 나타나는 현상들은 민주주의 질서를 운영하기 위해 고안된 법률이나 제도들이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 공적 기관들이 법에 명시된 내용이나 절차를 무시하고 있고, 언론에서 이를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있는 것은, 현재의 정보통신 기술 수준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힘있는 조직의 협력에 의해 민주주의에 필요한 법적 제도도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파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 집단 공포가 일시적으로 생기니 이를 이용해서 정치적, 경제적 이권을 취했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은 오미크론 전파 이후에 모든 사람이 본인의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일부 집단이 경제적, 정치적 이권을 위해 여러 유언비어를 오랜기간 퍼뜨리고 다닌 것 만으로 이 상황이 오랜기간 유지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권력 공백기가 되니 동일한 방법으로 내용도 없는 논쟁을 만들어내면서 공포심을 조장하여 정치적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뛰어드는데, 코로나 시기에는 대규모 예산을 받은 특정 기관의 기능이 망가졌는데, 이번에는 법에 명시된 민주주의 제도를 망가뜨리는 것도 가능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도 현상이 나타나는 다른 원인으로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 구조나 사회적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야당이 진보를 내세우고 있으나, 행동하는 방식은 극우에 가깝다. 우리나라 언론은 권위주의 파시즘이든, 민주주의 파시즘이든 가리지 않는데, 학생수가 줄어 여대가 공학으로 전환을 한다고 하여 일부에서 일으키는 파시즘적인 행태도 옹호한다. 진보를 내세우는 정당의 대표가 정치효능감을 강조하는 것이 극우적인 행태이지, 진보가 될 수가 없다. 이런 방식의 정치 행위는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만한 변화나 혁신을 막는 행동이고, 기존 사회 구조를 고착화시켜서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인데, 이는 오로지 정치 권력을 집중시키는 효과밖에 없고, 모든 개인의 변화와 혁신을 가로막는 행동일 뿐이다.
그렇다고해서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의 행태를 이런 관점에서 비판할 수는 없다. 이미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적 영향력이 있고, 안하는 것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얘기하니, 국가 제도 수준이 아니라 지역별로 만들어나가야 할만한 세부적인 일들만 성과인 듯이 얘기하던 전문가 집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치적 행동이 필요하여 비판을 받을 수 있을만한 일들은 하지를 않는다. 경제 부서 출신인 대통령 권한대행은 야당이 여론몰이로 탄핵 국면을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법에 명확하게 명시된 규정이 없는 헌법재판소 임명을 균형을 이룬다는 듯이 1명씩 임명했는데, 이는 정치적 행위를 할 줄 모른다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다. 언론은 야당이 마치 대단한 반대를 한다는 듯이 꾸며주고, 경제 부서 고위직들이 정치경제 분리라는 특정한 관점의 지식을 얘기하고, 서울대 경제학 유명 교수가 대통령이 법을 어겼다고 비판하면서 경제 지식을 얘기하는 것이 나오기도 한다. 이미 충분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이익에만 충실하니, 정치적 행동이 필요한 시기에 할 줄을 모르는 것이다. 저런 행동을 보고 잘한다고 할 사람은 없는데, 그저 정치적 역량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번 정권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진행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행위가 필요한 일에서 행동이 잘 나타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원인이 겹쳐서 나타난 것이기는 하지만, 코로나로 4년을 끌고, 의대정원 2000명을 내지른 이후에 추가적인 정책을 얘기하지 않은 것들은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만한 사람들이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법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야당의 여론몰이가 있음에도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고위직 공무원들이 위험한 정치적 행동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는 정치적 중립이 아니고 직무유기이다. 말로는 정치적 중립을 얘기하는 국무총리도 정치적 행위가 필요할 때는 하는데,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집중된 것을 비판하고 영향이 없을 수는 없으나,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권한을 부여해도,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할 사람은 하고 안할 사람은 안한다. 이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의 계엄 상황에 대한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데, 여전히 언론은 야당의 입장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법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은 야당과 수사기관, 법원 등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이는 계엄 이전부터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예산을 삭제하는 등의 행동에서 시작된 것이다. 법에 의해 구성되는 내용과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고, 이를 통해 사회 질서가 망가진다. 이는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안보나 경제에도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권위로 파시즘을 하든, 민주주의로 파시즘을 하든 언론으로 소문이나 퍼뜨린다고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행동이 위협을 받고 힘에 의해 법에 명시된 제도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이는 현재 진행형이고, 탄핵이 되어 선거를 다시 치러도, 탄핵이 기각되어 대통령이 복귀해도 되돌리는 과정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코로나에서 이어진 나의 글쓰기는 이것으로 마지막이 될 거 같다. 이미 공포는 없고 의료정책이 더 시행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문제는 다른 사회 문제들이 너무 많이 드러난 것인데, 나처럼 전문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없는 사람보다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할 듯 하다. 그러나 의료 문제이든 사회 문제이든, 이론적으로는 이미 정리가 다 되어있으니, 전문가 집단의 이상한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여러 과제들을 하나씩 해나가는 것만이 중요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