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술도 못 먹는데, 숙취까지 심한 나.
술을 잘 못 마신다. 그렇게 안 생겼는데 술을 못 마셔서 여러모로 억울하게 살고 있다. 이건 진짜 애주가 관상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 같은 이야기다. 학창 시절에도 음주가무를 즐기는 날라리는 아니었다. 스무 살이 넘어서 처음 소주를 입에 댔다. 진짜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 아직도 그 쓴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대학교에서는 술자리가 차고 넘쳤지만 아무리 마셔도 주량이 늘지는 않았다. 대체 왜? 예나 지금이나 소주 반 병 정도면 사경을 헤맨다.
주량이 약하니, 술을 잘 마시기 위한 편법이나 숙취에 관한 자료를 정말 많이 찾아보고 연구했다. 무슨 오기였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술을 잘 마시고 싶었다. 학교 생활은 물론 연애나 일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였으니까. 친구들을 만나서도 모두가 소주를 원샷할 때, 나는 그걸 세 번에 나눠 마셨다. 그래도 제일 먼저 얼굴이 빨개졌고. 술자리에서 도망치듯 집으로 도망치는 일이 잦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어라 마셔라 하던 술자리 분위기는 조금씩 옅어졌다. 전에 다니던 잡지사도 저녁보다는 점심 회식이 많았다. 중요한 이야기나 미팅 역시 커피를 마시면서 나눴고 점점 술잔을 기울일 일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간을 적셔주던 걸 안 하니, 약한 주량은 더 약해졌다. 지금은 소주 서너 잔만 마셔도 얼굴이 터질 것 같고 어지럽다. 다음 날도 골골대느라 반나절을 날리기 일쑤다. 속을 지키면서 숙취도 없이 술을 마실 수는 없을까? 나는 더 강해지고 싶다.
물 충분히 마시기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체내 수분을 빠르게 배출한다. 술을 마시기 전에 물을 충분히 섭취하면 알코올로 인한 탈수를 줄일 수 있다. ‘Alcohol Research & Health’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로 인한 탈수가 숙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다. 술 한 잔당 물 한 잔을 마셔 체내 수분을 유지하자.
음주 전 단백질과 지방 섭취
단백질과 지방은 위에서 소화되는 속도가 느려 알코올 흡수도 천천히 느려지도록 돕는다. 2019년 ‘Alcohol and Alcoholism’ 연구에 따르면,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실 경우 혈중 알코올 농도가 약 50%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우유, 견과류, 치즈, 아보카도 등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을 음주 전에 섭취하자.
투명한 술 선택
색이 진한 술(위스키, 레드 와인 등)에는 그만큼 부산물이 많아 숙취를 악화시킬 수 있다. ‘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 연구에 따르면 보드카, 화이트 와인, 진, 소주 등의 투명한 술이 숙취가 덜하다고 분석했다.
낮은 도수 술 선택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일수록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며 숙취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도수가 낮은 술을 마시면 음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가볍게 마셔도 괜찮은 자리면 칵테일이나 맥주처럼 도수가 낮은 음료를 선택하자.
술 마시는 속도 조절
술을 천천히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간은 시간당 약 10g의 알코올을 처리할 수 있다. 술 한 잔을 1시간에 걸쳐 나눠 마시면 숙취가 거의 없다.
탄산음료와 섞지 않기
탄산음료 대신 물이나 얼음으로 술을 희석해서 마시자. 탄산은 위에서 알코올의 흡수를 촉진해 혈중 알코올 농도를 빠르게 높인다. 2011년 연구(Journal of Clinical Pharmacology)에 따르면, 탄산음료와 술을 섞어 마신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20% 이상 높다고 한다.
음주 후 비타민 섭취
음주 후 오렌지, 바나나, 계란 등을 먹으면 숙취가 훨씬 덜하다.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비타민 B와 C가 빠르게 소모된다. 이 영양소를 보충하면 숙취를 줄이고 몸의 회복을 도울 수 있다.
적당히 마시기
쉽지 않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니까. 적당히 마시면 취하지도 않고 돈만 아깝다. 하지만 자제해야 한다. 하루를 밤새면 이틀은 죽는 나이가 됐다. 하루 알코올 섭취 권장량은 남성은 2잔, 여성은 1잔 정도다. 이 정도 선만 지켜도 과음하는 사람들보다 간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40% 낮아진다.
가벼운 운동
음주 후 가벼운 운동을 하자. 숙취로 인한 혈액순환 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 2018년 연구(Alcohol Research)에서는 운동이 알코올 대사를 촉진하고 숙취 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술 먹고 약 30분 정도 거리는 걸어가거나 씻고 집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자.
충분한 수면
푹 자야 숙취에서 벗어날 수 있다. 2019년 연구 ‘Alcoholism: Clinical & Experimental Research’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숙취가 심했다고 한다. 음주 후에는 7시간 이상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