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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싸 Oct 29. 2024

말의 무게

사춘기 소년이여~

우리 집 6학년 소년은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에게 가서 꼬옥 안긴다. 등교할 땐 포옹하고 뽀뽀하고 볼하트와 손하트 손뽀뽀를 날리며 나간다. 자기 전엔 "엄마, 잘 자! 사랑해~"를 빠트리지 않는다. 집안일도 스스로 돕고 저녁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조잘조잘 이야기해 준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았냐 하면 그렇진 않다. 미묘하게 말투가 거슬리기도 하고 속상하면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기도 한다. 그래도 그동안은 아이의 사춘기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부모인 우리에겐 여전히 좋은 아들인 사춘기 소년의 어두운 면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 어두운 면이 모두 2학년 동생을 향하고 있다는 게 문제. (거의 지킬 앤 하이드 급이다.) 원래도 살가운 형제는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6학년 소년의 '거친 언행'이 심각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하는 동생에게

"천재가 이런 것도 못하냐? 바보네~~"


전혀 살찌지 않았는데도

"돼지야~ 뱃살 봐라. 그만 먹어." 


동생이 다가오면

"꺼져!"라고 한다.


(이 외에도 많지만 사춘기 소년을 지켜주기 위해 이 정도만...)



주말여행을 하는 내내 동생을 향한 막말을 중재해도 멈추지 않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말로도 사람 죽일 수 있어. 인신공격하고 비하하고 그런 것들 다 폭력이야. 동생은 물론이고 그 누구한테도 그런 말 하지 마!!!"



(참 멋진 말이다 싶지만 감정이 격해져서 샤우팅 하며 말한 게 마음에 걸린다.)


자신을 천재로 여기며 자존감 하나는 갑인 2학년 소년이 형의 언어폭력으로 자존감에 스크래치 날까 걱정된다.

동생에게 그러지 마라 하면 동생이 자기 스트레스받게 해서 그런 건데 왜 자기에게만 그러냐고 억울해하는 사춘기 소년을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다.



"동생에게 스트레스받는 거 이해하는데 그 스트레스 풀 다른 방법을 찾아. 그게 안되면 스트레스 없는 곳으로 보내줄게. 기숙사형 대안중학교 알아볼 거야. 한 번만 더 그러면 네가 집을 나가는 수밖에 없어."



당장의 폭주를 막아야겠기에 이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줄 알면서도 해 버렸다.

이 협박이 좀 통했는지 조금은 잠잠해졌다.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문장을 곱씹으며 나를 돌아봤다. 다른 사람에게 말고 내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난 너무 뚱뚱해. 외모가 그게 뭐니.'

'난 못 할 것 같아. 난 이 정도밖에 안 되나 봐~'

'나도 내가 싫은데, 누가 나를 좋아하겠어.'


그동안 나 스스로가 나를 죽이는 말을 많이 해왔다는 걸 알았다.




사춘기 소년에게 흥분해서 한 말이긴 하지만 '말'은 정말 중요하고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마음에 새겨야 할 정말 중요한 내용이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에게 말의 힘과 무게에 대해 깨닫게 해 줄 수 있을까?



나부터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말을 해주고 아이들에게도 사랑과 믿음이 담긴 말들을 많이 해야겠다. 사춘기 소년에게는 거친 단어들을 대체할 수 있는 말들을 알려주고 거친 말보다 좋은 말을 주고받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겠다. (엄마가 더 많이 공부할게~)







사춘기 소년이여~ 자신의 말의 무게를 제발 깨닫기를...

마싸여~~ 그대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의 무서움을 아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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