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더 글로리
넷플릭스에 공개된 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더글로리.
18살 문동은. 지독한 (아니 가혹한) 폭력을 일삼았던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하고 18년을 준비해 결국엔 모두에게 응징하는 이야기.
문동은의 18년의 준비된 복수에 처참히 결말을 맞는 가해자들에겐 일말의 동정심도 생기지 않지만 드라마가 끝난 후 통쾌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왜 아까운 너의 시간을 그런 인간들에게 썼느냐고, 그들 보란 듯이 잘 사는 게 최고의 복수라는 말을 하고 싶다가도 문동은의 삶을 봤기에 차마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었다.
심심찮게 들리는 학교폭력 뉴스를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더글로리에 나오는 폭력 수준이 현실보다 더한 게 아니라는 게 슬프고 두렵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피해자였다면, 가해자였다면 하는 가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였다면'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그러다 문득, '내 아이들은?' 하는 질문을 하게 됐다.
어느 날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oo어머님 되시죠? oo이 담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oo이 학교 폭력건으로 연락드렸어요."
담임 선생님의 다음 말이 될 나의 아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밝혀질 이 몇 초간의 시간에 나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말을 했다.
"엄마, oo이가 아무도 안 보는 곳에 나를 데려가서 배를 세게 때렸어."
한 아이가 며칠 동안 아무도 안 볼 때 매일 배를 한 대씩 때렸고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장난이었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일 엄마가 선생님께 말하겠다고 하고 아이를 진정시켰다. (사실 나는 진정이 되지 않았다)
출장 중이던 신랑과 통화하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는데 눈물이 났고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울었다. 너무 놀랐고 아이가 느꼈을 아픔이 내 안에서 요동쳤다. 한마디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다음 날 담임 선생님과 통화했고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둘은 아주 친하게 지냈다.) 이 일 뒤로 나는 아이의 학교 생활에 예민해졌다. 이런 일에도 그렇게 마음이 무너졌는데 우리 아이가 심각한 폭력에 노출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난 견딜 수 있을까?
지금의 나는 무너질 것 같다. 조금 솔직히 말하면 내 아이가 겪은 폭력을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을 것 같다. 아직 나는 미성숙하고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내 아이에게도 가해자에게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럼 가해자이길 바라는 거냐고?
만약 내 아이가 가해자라면 나는 "우리 애는 그런 짓 할 애가 아니에요. 친구를 잘 못 만나서 그런 거예요"라는 흔해 빠진 말로 아이를 변호하게 될까? 아니면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아이가 무서워서 외면하게 될까? 이것도 잘 모르겠다. 사람에게 악마 같은 짓을 한 아이를 나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나는 아이를 용서할 수 있을지, 내 아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워서 그런 짓을 했을 거라는 자책과 자괴감에 빠질 거라는 것.
난 그 짧은 순간 담임 선생님의 다음 말이 가해자와 피해자 중 어떤 단어가 나오길 바랄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 땅에 가해자와 피해자가 없는, 폭력이 모두 사라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보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무력감이 든다. 사회와 정부가 나서서 뭔가를 해야 된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들이 무엇을 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 자식만큼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키워야겠다 싶지만 이것 또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모르는 것 투성이라 답답하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도 답답함을 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Q. 당신은 위와 같은 짧은 순간에 자녀가 가해자이길 바랄까요, 피해자이길 바랄까요? (자녀가 없다면 가까운 사람이)